[유키모모] 이어지는,

나나계 by 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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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님의 https://roll-p.postype.com/post/9901019 의 현재버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현재니까 링크 글먼저 읽어주세요) 여러명 나오면 신경쓸게 많아서 둘만 나오게 하려고 무리수를 좀 뒀지만 >_<...ㅋㅋㅋ 오카링이 민완 매니저인것에 무슨 문제라도?(ㅎㅎ...)

"싱글 발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린토의 목소리와 함께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 소리가 세 번 울렸다. 오카자키 사무소에 모인 세 사람이 가운데에 오늘 발매한 뉴 싱글을 두고 기분 좋게 웃고 있다. Re:vale의 뉴 싱글. 데뷔해서 지금까지 많은 앨범을 내왔지만 새 앨범 발매는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니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린토가 앨범을 양손으로 들고 제 얼굴 옆에 가져다 댔다.

"자켓도 멋있게 잘 나왔다구요!"

"정말. 모모, 미남이네."

"미남은 유키잖아!?"

두 사람 다 미남이에요. 유키와 모모가 서로에게 잘생김을 미루는 사이, 린토는 흐뭇하게 앨범을 열어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샘플이야 당연히 훨씬 이전에 받아봤지만 오늘은 발매일이기도 하고, 불량이라도 있으면 큰일이니까. 오늘의 앨범은 유키가 사무소로 오는 길에 하나 샀다고 했다. 예전에는 샘플도 받았는데 왜 돈 주고 사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유키가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치는 것마냥 앨범을 사기 시작했다. 당연히 모모는 기뻐했다. 유키도 이제 그 마음 이해한 거구나. 씩 웃으면서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유키가 머쓱하게 말했다. 뭐, 지금은 수입도 안정됐으니까… 이런 건 기념으로 가지는 거고.

"그나저나 유키 군, 오늘은 일찍 일어날 필요 없었는데 말이죠. 이거 보여주러 오신 건가요?"

"모모 얼굴 보고 싶어져서. 겸사겸사 사왔어."

"그건 기쁘지만~! 푹 쉬어야 하는데…."

쉬는 날인데도 일어나자마자 안무 점검하러 사무소까지 달려온 모모가 울상을 지었다. 얼굴 보러 왔다는 소리는 기쁘지만, 역시 걱정되는걸. 애초에 싱글 발매일까지 바쁘게 뛰고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사무소에서 한가히 하이파이브나 할 수 있는 것도 유키 때문이었으니까.

"돌아가서 자려고. 모모, 저녁에 올거지? 전골 먹자. 오카링도 올래?"

"갈래! 오카링도 같이 먹자~"

"저는 일이 좀 있어서요."

린토가 웃으면서 머리를 매만졌다. 두 사람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쉰다고 해서 린토까지 쉬는 건 아니니까. 이쪽이 쉬게 된 것도 린토가 무리해준 덕택이다. 싱글 발매일이니 매니저가 할 일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이쪽만 쉬는 건 언제나 미안하지만… 고마운 마음도 컸다.

"오늘 하루는 편하게 쉬세요. 내일부터는 또 열심히 움직여야 하니까!"

원래대로라면 한참 바빴을 날에 쉬는 건 좋은데, 정작 쉬게 된 계기가 유키의 상태 때문인 게 문제였다. 얼마 전, 앨범 준비로 피로가 누적된 유키가 가벼운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결국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렀다. 평소에는 앨범 준비 때문에 피로하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곡 마감 때문에 며칠 철야를 계속한 게 누적되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유키의 졸리다는 소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매일 아침 깨우러 갔던 모모는 자신의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깨우지 않았으면 스케줄이 펑크 났을 테니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키는 어깨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일정이 촉박했던 탓에 수면 부족도 부상도 완치되지 않은 채로 노래와 안무를 전부 소화했으니 그런 점은 프로 아이돌의 귀감이라고 할 만했다. 정작 안절부절해 실수를 몇 번 한 것은 모모 쪽이었고. 프로인데도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유키를 책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오카자키 사무소는 규모가 작은데다, Re:vale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발매일까지 버틴 두 사람을 위해 정작 발매일에 방송될 것들을 전부 녹화로 돌린 것은 린토의 공로다. 언제 한 번 쉬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쉬게 해야 했으니까. 그렇다 해도 하루를 통째로 빼다니, 역시 놀라울 만큼 능력 있는 멋진 남자였다.

"맞다. 후배들 기숙사에도 앨범 나눠주러 가려고 했는데… 다들 이미 수량 맞춰서 예약구매 했으니 얌전히 쉬라고 했어. 너무하지." 

"다들 걱정하는 거잖아…? 다음에 사인 해주러 가는 걸로 하고, 얼른 푹 쉬자. 아, 유키 차 가지고 온 거야!? 집에 갈 때는 내가 운전해줄게! 오카링은 바쁘니까!"

"그럼 그쪽은 부탁할게요. 모모 군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제대로 쉬셔야 해요?"

"아침 연습은 이미 끝냈으니까! 유키 재우고 잠깐 돌아다니다가, 나도 낮잠 좀 자야지."

"그냥 내 옆에서 같이 자면 되잖아?"

"막 몸 움직인 참이라 잠 안 온단 말야. 일단 가자! 얼른 가야 더 많이 잘 수 있어, 유키!"

"내일 봐, 오카링."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인사를 마친 후 모모가 유키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정작 차 주인은 유키인데도 조수석에서 시트를 뒤로 넘기고 눈을 감은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졸리면서 왜 굳이 사무소까지 온 건지. …얼굴 보고 싶었다는 말은 역시 기뻤지만. 옆에서 벌써 잠든 유키가 깨지 않게 평소에 비해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있으면 금방 유키네 집 앞에 도착한다. 유키를 깨워 손에 차키를 안겨주고는 올려보낸다. 꾸벅꾸벅 졸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잠드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그 정도는 아니겠지. 유키네 집까지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 것 같아서 일부러 먼저 보냈지만. 조금만 돌아보다가 들어가서 자야지. 유키 어깨 거의 나았다고 하긴 했는데… 저녁에 마사지도 해줘야 할 것 같고. 피로에 좋은 영양제도 사 가야겠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슬쩍 아파트 단지를 나섰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역시 음반 가게다. 오늘은 유키에게 선수를 빼앗겼지만, 원래 앨범이 발매하면 전시된 곳을 돌아보는 것은 원래 내 행사였으니까. 몇 년이 지나도 자신들의 앨범이 여러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익숙해지질 않았다. 유키의 곡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 마땅했지만, 데뷔 직후의 두 사람이 성공세를 거두지는 못했던 것처럼 아이돌이 흥행하는 것에는 시기와 운도 중요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걸 당연하게 만드는 게 두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까 가끔씩 이렇게 반응 체크를…. …라고 해도, 그냥 신경 쓰인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지만.

가게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수없이 연습한 노래가 들린다. 톱 아이돌인 Re:vale의 앨범 발매에 맞춰 노래를 틀어두고 크게 홍보를 하고 있는 거다. 가까이 다가가면 탑을 쌓을 정도로 장식된 앨범들이 보인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모여 있다. …생각보다 사람 많아. 성별도 꽤 섞여 있고. 그렇게 큰 가게가 아니라서 이쪽으로 온 건데, 얼굴 안 들키게 조심해야겠다…. 앨범 하나를 들어 보는 척을 하면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구경만 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늘 택배 온다고 했잖아."

"우리 집 택배 늦게 오잖아? 저녁까지 못 기다려…! 그리고 여러 장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포교할 수 있으니까."

"포교라니… 종교야?"

포교라니.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나도 유키교에 가입하고 있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말이지. 남자 쪽도 "헤~" 하고 소리를 낸 후에 카운터로 향하는 걸 봐서는 코어 팬은 아니지만 노래가 먹히는 것 같았다. 유키의 노래는 당연히 좋은데다, 나도 유키도 많이 노력했으니까.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손님인 척 하고는 반응을 살펴보는데, 이번 앨범에 공을 들인 만큼 반응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오늘은 첫날이니만큼 간단한 분위기 체크랑… 진짜로 앨범 사러 온 거니까. 앨범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직원이 힐끔 이쪽을 살펴보고는 속삭였다.

"…저기, 아침에 유키 씨도 하나 사가셨어요."

…완전 들켰잖아. 다른 데에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가수들이 들르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 괜찮다고 웃으면서 대답해주었지만, 역시 부끄러워서. 앨범을 봉투에 담아 고이 들고 이번에는 약국으로 향했다. 

약국에서는 Re:vale의 모모라는 걸 들켜도 부끄럽지 않지만, 나이 지긋하신 약사님은 손님이 누구인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병원과 약국에는 나쁜 일일지 몰라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편하기도 했고. 그 대신 피로 회복제와 비타민, 영양제를 잔뜩 샀다. 유키랑 반반 나눠서 먹어야지. 

두 군데밖에 돌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꽤 지나서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 거니까 점심은 가볍게 먹어야지. 샌드위치 하나로 배가 찰 나이는 아니었지만 내일부터는 생방송에 스케줄도 꽉꽉 차 있으니, 배가 나와 보이면 안 되니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저녁에는 많이 먹게 될 것 같지만… 유키가 해주는 건 전골도 엄청 맛있다고. 그리고 같이 먹을 때는 많이 먹이려고 해…! 물론 매번 넘어가는 자신이 나쁜 거지만, 그렇게 맛있는 요리들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자신은 진즉 열반에 올랐을 거다.

가게에 앉아 샌드위치를 오물거리고 있으면 주머니에서 래빗챗 알림이 울린다. 누구지. 유키가 벌써 깼을리는 없고, 오카링인가…? 티슈에 손을 닦고 내용을 확인했다.

[ 발매 축하합니다. 출근길에 하나 샀습니다. ]

"히에에엑…."

우리 앨범을 들고 찍은 반 씨의 셀카였다. 이 각도로 이렇게 멋지게 나올 수 있다니 완전 미남이잖아…!? 앨범에 있는 나도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얼굴이 옆에 있으니까 빛바래는 것 같기도 하고…. 유키까지 흐릿하게 보이는 걸 보면 그냥 초점의 문제인 것 같았지만 너무 잘생겼다. 이거 마네코쨩이 찍어준 건가… 부럽다…. 입 밖으로 후두둑 떨어질 뻔한 샌드위치의 파편들을 갈무리해 간신히 입을 닫았다.

                             [ 우와아아아 

                               감사합니다 

             말씀하셨으면 드렸을텐데 ⊂=~⊃。Д。)⊃ 철푸덕 ]

[ 아냐, 실은 예약구매 했거든

이건 사무소 동료분 선물용

유키한테는 안 보냈으니까, 적당히 전해주세요

이런 일로 연락하면 그 녀석 건방 떠니까 ]

건방 떤다고 말할 것까지야…. 반 씨가 좋아서 유키가 가끔 폭주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런 것도 다 부럽기만 하다. 나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역시 질투난단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앨범도 사주시고, 셀카도 보내주시고. 반 씨는 정말 멋있는데다 젠틀하기까지 하다. 사진을 보면서 헤실대며 래빗챗을 몇 개 주고 받았다. 그나저나 요즘은 예약구매 해두고 택배 오기 전에 실물 사러 가는 게 유행인가…? 감사하긴 하지만.

카페를 나와 소화도 시킬 겸 공원을 걸었다. 래빗챗이 앨범 얘기로 시끌시끌해서 쌓인 알림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하나 답장하는 건 힘들지만 이것도 다 도움이 되니까. 예의상 하는 말이라도 앨범 발매 축하한다는 말은 기껍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산책을 하기도, 낮잠을 자기도 좋은 날이다. 

산책을 하면서 래빗챗 답장을 얼추 마치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목적은 모모링이었지만, 중간부터 전골에 추가로 넣고 싶은 품목을 낚아채는 시간이 되었다. 그치만 유키가 좋아할 법한 버섯 모듬이 있었는걸.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스케줄 때문에 다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계산 직전에 한참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돌려두었다.

유키네 집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들도 아니었으니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것들만 보면 전국을 돌고 온 듯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도 유키는 당연히 깨어나질 않아서 얼추 사온 것들을 정리하고 침실로 향했다. 유키 자나…? 그야 자겠지만…. 들여다보니 침대의 요정은 편한 옷을 입고 가지런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귀여워…. 옆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고 있으니 슬슬 졸음이 왔다. 너무 잘 자는걸. 그리고 유키 냄새 좋으니까…. 이불 속으로 조심스레 파고드니 "모모…." 하고 잠꼬대 하는 소리가 났다. …귀엽다….


먼저 깨어난 것은 의외로 유키였다. 눈을 떠보니 옆에 모모가 있고, 바깥은 저녁이었다. 그래도 낮부터 밤이 되기 전까지 푹 잔 탓인지 생각보다 몸이 가뿐했다. 원래 이 시간만 자고 깨어나서 이렇게 정신이 맑을리가 없는데, 옆에 모모가 있어서 더 빨리 충전 됐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모도 저녁은 안 먹었을 거고, 같이 먹기로 했으니까 슬슬 일어나서 저녁 준비해야지. 잠든 모모의 입에 쪽, 뽀뽀를 하니까 모모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웃긴 소리를 냈다. 귀여워. 

거실로 나가니 모모가 사온 건지 하얀 봉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안을 열어보니 피로 회복제와 비타민, 각종 영양제 등등이라 우리도 슬슬 이런 것에 의지할 나이가 됐지 싶었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인덕션을 꺼내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못 본 버섯 세트가 들어 있었다. 다른 야채들이랑 완자들도 있고, 옆에 모모링도 곱게 모셔져 있는 걸 보면 모모가 장을 보고 온 것 같았다. 

모모가 옆에 누운 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네. 오후에는 들어왔을 것 같지만. 숙면을 취한 유키와는 달리 평소 모모의 생활 패턴을 생각해 보면 낮잠 같은 느낌인데, 유키가 깨어났는데도 세상 모른 채 잠들어 있는 걸 보면 모모도 역시 피곤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피곤하지 않을 리 없는데도 이곳저곳 돌아다닌 것도 용하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오늘은 일찍 자자고 해야지. 이쪽도 오카링의 배려로 내일 쯤 되면 컨디션이 돌아올 것 같았다.

점심도 안 먹고 자버렸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했다. 전골 준비를 하면서 야채를 주워먹으니 좀 살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먹다가는 모모가 먹는 걸 손가락 물고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꾹 참기로 했다. 전골이야 육수만 준비하면 재료 손질을 제외하고 할 일 없는 요리니까, 적당히 준비해두고 모모를 깨우려고 했는데 침실에서 모모가 하품을 하면서 걸어나왔다.

"…유키이… 깼어…?"

"조금 일찍. 전골 준비하고 있으니까, 손 씻고 앉아 있으렴."

후아암, 하품 소리에 이어 물 소리가 들리더니 "내가 유키보다 늦게 일어났어어…." 하고 마른 세수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참, 그게 그렇게 억울할 일인가.

"모모도 피곤했던 거잖아."

"아닌데… 모모쨩 건강한데…."

잠이 덜 깼는지 테이블 앞에 앉아서는 도리질을 하는 모습이 퍽 웃겼다. 계단에서 발만 헛디뎌봐라, 우리 집 침실에 입원시켜주지.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 테이블 위에 하나씩 세팅을 시작했다. 인덕션 위에 전골 냄비, 육수와 야채 그리고 고기. 모모가 사온 버섯 모듬과 새우, 오징어 완자, 기타 등등…. 아, 모모링도. 컵과 함께 모모링을 가져다 주니 손쉽게 돌려서 꼴꼴 따라 마신다. 그제서야 잠이 좀 깨는 듯 맛있겠다며 재잘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유키도 마셔! 모모링은 만병통치약이라고?"

"그럼 마셔야겠네. 술 대신에 모모링인가."

"…술…."

"이번 앨범 활동 끝나면 마시자."

"으응…."

모모링에 약간만 타 마시면 안되나, 쩝쩝대며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모모에게 핀잔을 주고 잔을 가져왔다. 술을 따르는 것처럼 양손으로 병을 잡아 기울이며 "부장님, 이번 승진 말입니다만…." 하고 속닥거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에 유키가 소리 내서 웃었다. 유키도 참, 웃음 포인트가 넓다니까.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냄비를 보며 모모가 입맛을 다신다. 좋은 냄새 나는걸. 맛있을 것 같아….

"금방 익으니까, 먹어도 될 것 같으면 얘기할게. 점심 안 먹었어?"

"먹었어. 샌드위치!"

"부실해."

"두툼했는데?"

"더 제대로 된 거 먹었어야지."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거라서 참았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젓가락을 고쳐잡는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와중에 전골이 다 익어간다. 국자로 뒤적거리니 모모에게 떠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팔을 뻗어서 그릇을 챙긴다. 얌전히 보고 있다가 제 앞으로 고기가 가득인 그릇이 놓이면 모모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다 익었어? 맛있겠다~…."

"천천히 많이 먹어."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유키는 잔다고 점심도 안 먹었을 거면서, 나한테만 많이 먹으라고 하고. 유키도 많이 먹여야지. 국자를 들어 버섯을 한가득 유키 그릇에 놓는다. …편식해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모모쨩, 버섯도 좋아하니까… 오늘은 유키 잔뜩 먹고 기운 차리라고 몰아주는 거야. 속으로 변명을 하고는 유키의 눈길에 배시시 웃는다. 서로 챙겨주면 더 맛있는걸.

"유키가 만들어 주는 건 왜 이렇게 맛있지? 사랑이 잔뜩 담겨 있어서 그런가?"

"…그럴지도?"

대답이 그게 뭐야, 하면서 모모가 식사를 계속한다. 사랑이 담겨서 맛있다는 것도 영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지. 모모한테 맛있는 거 먹여주려고 열심히 요리 연습한 거니까. 모모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데, 반응을 보니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이 정도로 잘하지 않았다는 거 모모도 알면서. 모모가 놓아준 버섯은 맛있어서 오물거리면서도 괜히 언짢은 기분이다. 그래도 따뜻한 요리기도 하고, 언제나 같이 먹었던 전골이니만큼 먹고 있으면 기운이 난다. 

"예전에는 여윳돈 생기면 고기랑 야채 잔뜩 사서 전골 먹었는데."

"정말. 어느 새 이렇게 톱스타가 되어선…."

"같은 그룹인 거 알고는 있는 거지?"

만담을 하면서 쿡쿡 웃으면 모모가 "…잠시만!" 하고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숙주를 국수처럼 마시던 유키의 눈이 도르륵 굴러간다. 모모가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손에 유성매직을 들고 척척 행진을 한다. 맛있게 밥 먹다가 갑자기 뭐 하는 거지. 무언가를 챙기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유성 매직과 함께 봉투에서 꺼낸 무언가를 내민다. 전직 체육계 답게 몸을 직각으로 굽히고 양손으로 내미는 게 퍽 정석적인 자세다.

"유키 씨, 팬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

꺄아, 하고 높은 소리를 내며 팬 모드로 들어간 척을 하는 모모가 내민 건 오늘 발매한 두 사람의 앨범이다. 꺅꺅대는 목소리와는 달리 사인 부탁 멘트는 아저씨 같았지만. 유키가 손짓으로 앉으라고 하면 헤헤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아까 비몽사몽이라 뭘 챙기고 뭘 안 챙겼는지 떠오르지 않아서, 저기 있는 게 유키 자신이 사 온 앨범인줄 알았는데… 모모가 사온 것 같았다. 같은 가게라 헷갈렸네.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이름이?"

"모, 모모세… 입니다."

"그래. 모모세 군. 여기."

사인을 한 후에 팬서비스로 윙크를 하면 모모가 제 가슴을 부여잡고 "크윽…!" 하는 소리를 낸다. 모모 진짜 아저씨 같아. 유키에게 건네받은 앨범을 품에 안고 헤실대는 모모를 두고 유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도 모모한테 사인 받을래."

무슨 정신으로 가져왔는지 모를 앨범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모모에게 건넨다. 2인조 그룹에서 서로 앨범에 사인 해주기라니,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꽤 뿌듯할 것 같고. 오늘은 활동 안 했으니까 다른 사람 마주칠 일도 없었을 거고, 그러면 모모가 사인해준 유일한 앨범이니까. 나중에는 왕왕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처음이라는 게 중요한 거고. 한 손으로 앨범을 건네면 모모는 혼자서 쿵짝을 맞춘다.

"이름이? 아, 유키토 군~ 이름까지 미남이네! 이거 복숭아가 아니라 하트니까! 자, 여기!"

"모모 오늘 텐션 높네."

"전골이 맛있어서 그런가…."

딱히 구박한 건 아니었는데. 모모가 웅얼거리면서 앨범을 내민다. 받아보면 모모의 사인과 함께 『유키토 군에게♡』 하고 귀여운 글씨가 적혀 있다. 꽤 마음에 들어서 옆에 두고 계속 보게 된다. 모모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먹다 말고 자꾸 앨범을 쳐다보는데, 그건 또 맘에 안 들고. 앞에 내가 있는데 사인이나 보고 있다니, 괘씸해.

"한눈 팔지 말고 얼른 먹어."

"유키도 봤으면서."

"나도 먹을거야. 안 먹으면 앨범 압수한다?"

"그건 안 돼!"

잽싸게 대답했다가도 킥킥댄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그런 생각을 하는 유키의 볼이 이미 발갛게 물들어 있다. 


"하아, 맛있었다…."

뺨이 발그레 달아올라서 배부르게 뒹굴거리고 있는 모모를 보고 유키가 픽 웃었다. 식단 조절 하고 있었던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으니, 간만에 배부르게 먹은 기분은 알겠지만. 벌려둔 것에 비해 남은 게 없어 치우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빈 그릇들을 모아 개수대에 넣어두고 모모의 옆자리에 앉으면 배부른 모모가 몸을 기대온다.

"모모, 졸려?"

"아아니. 배불러서 좀 나른하긴 한데… 자기 전에 유키 마사지 해 줄거야."

"그런 스케줄이 있었다니, 몰랐는걸. …근데 나 정말 어깨 다 나았으니까."

"그래도 풀어두면 좋잖아? 내일부터는 무대 위에서 안무 해야 하는걸."

모모도 피곤한데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걱정하던 모모를 생각하면 조금은 양보해줄까 싶기도 해서.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별로 거절할 명분도 없지. 모모 마사지 잘 하기도 하고. 

"시간 남으면 나도 해주고 싶은데, 마사지 받다가 잘 것 같아."

"난 괜찮으니까? 유키가 잠들어도 제대로 스트레칭 하고 잘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은 건데…. 유키가 입을 삐쭉 내민다. 모모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그 위에 입을 맞춘다. 모모도 완전 여우라니까. 예전에는 좀 더 부끄럼 많았는데. 이름 부르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기도 하고. 물론 지금도 부끄럼 많고, 이름은 불러주는 게 더 좋으니까 상관 없지만. 유키가 화답하듯 입을 맞추면 부끄러운 듯 입꼬리만 살짝 올린다. …정말 이상한 부분에서 부끄럼 타네.

"내일 일찍 일어나면 모모 마사지 해줄게. 모모도 고생 많았으니까."

"…일어날 자신 없잖아?"

"오늘 많이 자서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유키가 뻔뻔스럽게도 단언했다. 그럼 믿어볼까, 하고 얘기하는 모모의 표정도 말투도 절대 안 믿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거기에 역정을 낼 만큼 뻔뻔하지는 않아서 유키가 입을 꼭 다물었다. 잠깐 동안 정적이 감돌자 모모가 손을 꼬물거리며 유키의 손등을 건드렸다.

"…유키. 다음에는 이번만큼 피곤하면 말하기야? 진짜 걱정했으니까…."

역시 신경 쓰고 있었구나. 어쩐지 마사지에 집착하더라니. 손가락을 움직여 모모와 깍지를 꼈다.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정말 자신이 컨디션 관리를 잘못 한 것 뿐이라서. 오카링이나 모모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한걸. 유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할게. 바빠서 식사 못한 날이라 더 그랬던 걸지도."

"나만 밥 얘기할 게 아니네."

다음번에는 둘이 같이 식사 하는 시간이라도 늘려야겠다. 스케줄 때문에 마주치는 시간도 적을 때가 많지만 건강도 아이돌의 재산이니까. 모모가 유키의 품에 파고들었다가 몇 초 후 몸을 떼어냈다.

"…유키 냄새 좋아서, 자버릴 것 같아…."

"자도 되는데?"

"마사지 해주겠다고 했는걸!"

모모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스트레칭을 한다. 아무래도 밥 먹으면 나른해지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데. 모모랑 붙어 있으면 따끈따끈해서 매번 졸리곤 하니까. 유키가 멀뚱한 채로 쳐다보는 사이에 모모는 사인된 CD를 가져와 배시시 웃는다. 밥 안 먹으면 압수하겠다고 했는데, 밥 다 먹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 부루퉁해져서는 모모의 사인이 적힌 CD를 챙기면 시선이 따라붙는다.

"마음에 들어?"

"응. 모모 사인 받을 일 별로 없으니까. …모모도 계속 보고 있으면서."

"자켓의 유키 멋있으니까. 사인까지 있으니 특별한 선물 받은 기분인걸."

그건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앨범만 보고 있어도 뿌듯한데, 모모 사인까지 있으니까. …어쩐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같은 느낌이랄까. 팬들은 항상 이런 기분 느끼고 있는 걸까. 내부를 열어 훑어보면 모모의 포토카드가 있다. 피식 웃고는 꺼내보면 지금 옆에 있는 모모와는 다른 와일드 버전이다.

"…아! 나 아직 안 열어봤다. 유키 거 들어 있으려나…."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지 모모가 옆에서 염불을 외기 시작한다. 오자마자 먹을 거 정리하고 누워서 잤으니 확인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옆에 본인이 있는데 어디에 기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이런 건 종류가 하나인 것도 아니니까 앨범 한 개로는 콜렉팅 무리지만, 그래도 50퍼센트의 확률로 파트너의 카드가 나온 유키는 승리자가 되어 포토카드와 함께 브이 포즈를 하고 있다. 모모 거에서도 모모 나오면 나한테 달라고 해야지. 괘씸한 생각을 하면서 얼른 열어보라고 독촉한다.

"우으…."

"저런. 그거 나한테 팔아."

"유키 카드랑 일대일 교환 할 거야…."

자기 자신의 사진이 나온 모모가 죽상을 했다. 다행히 중복은 아니었지만 유키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입술을 툭 내밀고 사진을 찍어 래빗챗을 돌리기 시작한다. 후배들한테 공수하는 건가. 반칙인데. 그 사이에 유키가 앨범과 포토카드를 들고 셀카를 찍었다. 팬들한테 자랑해야지.

[ 모모 GET ^^ ]

원래 래빗터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앨범 발매일이고 사진 하나 정도는 그렇게 귀찮지도 않다. 모모 팬들의 부럽다는 반응이 밑에 줄줄이 달리면 유키가 뿌듯한 표정을 한다. 아직 스케줄 중이라 택배 확인 전이라는 후배들의 답장을 받은 모모의 표정에서는 시무룩함이 가득하다.

"풀 죽지 마. 대신 모모가 원하는 사진 하나 찍어줄게."

"유키, 상냥해…."

"일단 이거 정리하고 말이지."

구겨지면 슬프니까. 앨범을 정리해서 테이블 위에 두고는 일어서서 모모의 리퀘스트를 받았다. 포토카드 찍을 때와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찰칵찰칵 찍으면, 역시 사복이라 조금은 부끄럽긴 한데. …이것도 래빗터에 올리는 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모모에게 고개를 들이밀면, 귀여운 스티커가 붙은 상태로 SNS에 업로드 된 자신의 사진이 보인다. 빨라.

[ 포토카드 뽑기 실패한 모모쨩에게 젠틀한 유키가 팬서비스 ( *´艸` *) ]

비슷한 시간의 투고에 『둘이 같이 있는 거야!?』 같은 반응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온다. 사진 배경이 유키의 집인 게 다 보이니까 당연하지만. 포토카드와 같은 포즈인데도 분위기가 달라서 귀엽다는 반응도 있고. 모모의 어깨에 기대 화면을 살피면 비슷한 내용의 반응들이 잔뜩 보인다. 앨범 발매 축하해요, 가벼운 이모티콘과 함께 붙은 여러 말들을 천천히 읽고선 유키가 입꼬리를 올린다.

"…앨범 발매 축하해, 모모."

"유키도, 앨범 발매 축하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말로."

팬들의 축하도, 서로에게 받는 축하도 전부 기쁘다. 앨범을 보고 있으면 괜히 뿌듯하고, 음반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고 한 장 사버리고 마는 것도 전부 같은 이유겠지. 같이 노래하는 게 즐겁고, 그 결실을 좋아해주면 더할 나위 없다. 좋아해주는 게 고마우니까 더 노력하고 싶은 거다. 첫 앨범부터 지금까지 그 마음은 언제나 변함 없이,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겠지. 두 사람이 웃으며 마주 본 채로 가볍게 묵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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