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유연] 나의 소녀에게 - 05
유연이 준 초콜릿을 보며 정환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고 했는데 초콜릿과 올려놓아진 회수권을 보며 그대로 초콜릿과 함 서랍에 넣어두고 택이 방에서 보자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가려고 방을 나와 대문을 열었을 때 현관 앞에서 들려오는 유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택아. 잘자 - 우유 데워 놓은거 마시고 자. 내일 봐.”
택이와 인사를 하고 나오던 유연이는 문을 열다 앞에 서 있는 정환이를 보며 ‘ 아 깜짝아-’ 하고 놀라 그를 보았다.
“뭐? 왜 그렇게 놀라냐?”
“니가 거 서있어서 놀랬다.”
“내가 뭐 귀신이냐? 근데 택이 우유까지 챙겨주냐?”
“아니다. 고모가 택이 요즘 잠 못자는것 같다꼬 우유 좀 데워 주라해서 그거 묵고 자라고 해주러 온 기다- 그라고 내 요즘 택이 방에서 공ㅂ한다.”
“왜 택이 방에서 해 도서관 안가?”
“도서관에 가면 덕석이 있어가. 계속 말 시켜서 집중 안된다. 이 골목에서 젤 조용한 곳 택이 방 아니가”
그렇긴하지- 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연을 바라보며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 트리자 하지마라 하고 헝큰 제 머리를 다시 손으로 빗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잘 자라, 초콜렛 고맙다 쪼꼬”
초콜릿 고맙다는 말에 유연이는 웃으며 니도 잘 자래이- 라고 말을 하고 방을 나서고 정환은 택의 집으로 가고 유연이는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마침 택의 집으로 오는 선우를 보며 유연이는 방금 정환이가 갔다고 말했다.
“어- 아 맞다. 이거 사탕 너 먹어.”
“사탕 이거 어데서 났는데?”
“모르겠다. 요즘 누가 자꾸 내 자리에 사탕 놓고 간다. 내게 줄 수 있는건 오직 사랑 뿐이래나 뭐래나.”
“누가 니 좋아하나 보다. 그거 고백 아니가?”
“그런가? 근데 나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누고? 하고 묻자 선우는 웃으며 비밀이라고 말하고 유연의 머리를 헝클며 일찍 자라 쪼꼬- 라고 말하고 택의 집으로 들어가버리자 유연이는 입을 삐죽이며 거료더 번댜푠애소 걸어오는 덕선이를 보았다.
“어? 덕선아. 이제와?”
“어 너도 이제와?”
“응 근데 그 사탕은 뭐야.”
“아 먹으려고 샀어. 너도 하나 줄까?”
응- 하고 덕선이 준 자두맛 사탕을 받았다. 그리고 조금 전 선우가 준 사탕을 보며 같은 것이라는것을 알았다.
“어 자두맛 사탕-”
“덕선아 너 혹시 이거 사탕 선우 줬어?”
“어?”
순간 놀란 덕선이 머뭇거리고 들켰구나 싶어 당황해 하던 덕선이는 다급히 유연을 보며 말했다.
“야 비밀이다. 애들한테 말하지마. ”
“너 선우 좋아해?”
“야 내가 아니라 선우가 날 좋아하지. 너 비밀이다 진짜 나 선우가 고백 할 때 까지 기다리려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선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방금 전 말했는데 역시 덕선이었구나. 유연이는 웃으며 잘 해봐 라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고 덕선에게 받은 사탕까지 두개가 되자 유연이는 하나는 진주에게 주었다.
****
집으로 돌아오니 선우가 다쳤다는 진주의 말을 듣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 방문을 열어보니 덕선이와 정환이가 와 있었다. 유연이 무슨 일인지 묻자 선우는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뭐고 니 와 다칫나?”
“별거 아냐. 그냥 인대 좀 늘어났어.”
“인대 와 늘어낫는데?”
“저 새끼 학교에서 티비 선전 나오는거 리복 따라하다가 의자에서 떨어져서..”
“남자아덜 요즘 그거 많이 따라 한다 하던데 와 조심하지.”
괜찮다고 선우는 말하며 유연에게 바나나우유를 하나 먹으라고 말하며 정팔이가 사왔어- 라고 말했다.
“내는 괘않다. 니 묵으라.”
“걱정마 유연아. 선우는 내가 챙겨주고 있어-”
“그라면 진주 줘라. 진주 바나나 억수로 좋아한다.”
“야 진주도 주고 덕선이거 줬어. 다 먹었어 우린 이건 니꺼야.”
맞나? 하는 물음에 정환은 어- 라고 댇바하며 유연의 손에 바나나 우유를 쥐어 주고 진주에게 주지 말고 니가 먹으라고 말한다. 유연이는 응- 하고 대답을 하고 바나나우유를 가지고 나와 진주 먹어- 라고 말하고 나왔을때 안에서 고만 시끄럽게 하고 둘다 가라는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선이는 더 있다 간다고 했고 정환이는 간다- 라고 말하며 나오다 진주의 앞에 놓여진 바나나 우유를 보았다.
“야-”
“나 바나나 우유 별로 안 좋아해.”
“하- 그래 마음 대로 해라. 마음대로. 나 간다.”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 정환이를 보며 옆에서 바나나우유를 먹으며 하니를 보던 진주는 ‘오빠 화 난거 같아-’ 라고 말했다.
“아냐 화 안났어. 정환이 오빤 원래 그래.”
“언니도 바나나 우유 먹어-”
바나나 우유를 먹으라고 말하는 진주를 보며 괜찮다고 했지만 한번만 주겠다고 했다. 유연이는 웃으며 진주가 주는 바나나 우유를 한 모금 먹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이들이 잠들고 선영은 집에 쌀도 연탄도 떨어진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날 사러 가기 위해 나오던 그때 선우의 친 할머니가 저녁에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토요일,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지만 독서실에 간다는 덕선이와 함께 공부를 하고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왔던 유연이는 대눈을 들어서자 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선우의 친 할머니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선영에게 오던 복도 달아나겠다며 옷 꼴이 그게 뭐냐고 연탄은 안 떼는지 애들 감기 걸리면 어쩌냐고 왜 이렇게 집은 썰렁하냐고 물었다. 유연이는 대문을 열고 들어왓다 한 켠에서 몸을 숨기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여튼 너 대체 집에서 뭐하니? 니가 돈을 벌어오니 일을 나가니? 내 자식 잡아 먹고. 내 새끼 연금에. 내 집에 살면서 애들 하나 잘 못 키우냐?”
“우리 잘 삽니더. 아덜도 제가 잘 키우고.”
“내가 어떡해 신경을 안써 니가 이 꼴로 사는데- 너 일부러 나보라고 이러니? 팔짜 쌘년 어떡해 사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 이런 애가 뭐가 좋다고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어.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많이 져서 너 같은 애랑 엮여서..”
“어머니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도요. 우리엄마 귀한 딸입니다. 우리 엄마 내 이런 험한 말 듣고 사는 줄 알면 눈에 피눈물 쏟 습니다. 나 인자 우리 엄마 불쌍해서라도 그런 험한 말 안 듣고 살 겁니다. 어머니 앞으로 우리집 오지 마이소. 내 새끼들은 내가 내 머리 깍아서라도 대학 공부 시킵니다. 아덜 메이커 신발은 못 사줘도. 예쁜 옷 입히고 다른 사람들 하나도 안 부끄럽구로 그래 보란 듯이 살 깁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제발 쫌 그만 좀 찾아 오시소. 우리 세 식구 마음 편이 지내고로 제발 좀 오지 마시라고요. 찾아 오셔도 문 안 열어 줄 깁니다.”
선영은 소리쳤고 밖에서 그 말을 듣던 유연이는 말없이 서서 눈물을 흘리며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선우의 할머니는 가방을 챙겨 나오다 문 옆에 선 유연이를 보며 말했다.
“너도 참 염치도 없다. 아직도 이 집에 사니? 니 고모가 어찌 사는지 보면서도 이 집에서 살고 싶니?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고 했는데 지 부모 멀쩡히 살아 있는데 남의 집에서 밥만 축내면서 참 염치도 없구나. 없는 집에 숟가락 하나 덜어도 모자를 판에 하나 더 붙여가지고…참 뻔뻔하기도 하지..”
“아 한테 와 그라십니까 지가 데리고 온 깁니다. 오빠야가 바빠가 제가 제 조카 데리고 온 깁니다. 그라지 말고 그냥 가시소. 유연아 니 들가라. 말 들을 필요 없다.”
들어가라고 말을 했지만 유연이는 그대로 그 자리 서 있었고 선우의 할머니는 선영에게 돈을 주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 돈을 가지고 서 있던 선영이는 유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우는 조카를 안아주고 방에 들가서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 그대로 선우 할머니를 쫒아 골목을 나갔다.
“이 돈 필요 없습니다 가져 가시소- 제 새끼들은 제 손으로 먹이고 입힐 겁니다. 안녕히 가시소-”
선영이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와 술잔에 술을 따라 한 두잔 마시고는 선우에게 전복죽을 챙겨 먹고 자자고 말하며 방 문을 열었지만 이미 진주와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선영은 나지막히 웃으며 방에 있을 유연이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고 안 방으로 들어 왔을때 유연이는 방에 없었다.
“엄마야 야 어데 갔노? 이 밤에.”
선영이 다급히 집에서 나와 골목을 두리번 거리다 무성의 집으로 들어오며 택이아빠를 불렀다.
“어 선우 엄마. 왜? 무슨 일 있어?”
“여 혹시 유연이 여 안왔습니꺼?”
“아니 안 왔는데. 오늘은 덕선이랑 독서실 간다고 집에도 안와서”
“독서길 갔다 온 아한테 선우 할머니가 아한테 뭐라 했다. 그래서..아가 맘이 상해서 어디 간것 같은데..우짜노 이 밤에 가시나 혼자 어딜 갔노 겁도 없이.”
“나도 찾아 볼게.”
저도 찾아 보겠다며 집을 나온 무성은 골목을 돌아다녔지만 유연이는 보이지 않았다. 선영이는 정환의 집에도 가고 덕선의 집에도 가보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유연은 없었다.
“유연아- 유연아-”
골목 가득 유연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며 버스 정류장까지 가며 동네 사람들은 유연이를 찾기 시작했다.
“일단 신고부터해 경찰서에. 그래야 찾지.”
“나쁜 아덜이 데려가면 우짜노? 이 밤에 아 혼자 갈 곳도 없을 텐데 ”
“즈그 아빠한테 간거 아닙니꺼?”
“일단 그라면 지랑 택이 아부지랑 남대문에 가 보겠습니다. 혹시나 거기 갔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나 남대문에 갔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택이아빠와 동룡이 아빠는 남대문으로 향하고 동네 사람들은 주변을 한번 더 찾아보고 덕선이네 엄마는 경찰서에 신고를 먼저 했다. 혹시나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유연이를 찾아 사람들이 골목을 헤메였을까? 한바탕 웅성거리는 골목에 택이와 걸어오는 유연이의 모습을 보면서 ‘ 어 유연이다-’ 라고 덕선이 말했다.
“유연아-”
“아이고 유연아 어디 갔었어.”
“너 택이한테 갔었어?”
“네 기원에 왔더라고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길래 같이 왔는데 왜 다들 나와 계세요?”
선영은 골목에서 유연이를 발견하고 다가와 품에 안으며 어디 갔었는지 묻고 다친곳은 없는지 물었다.
“미안해 고모. 걱정하게 해서…”
“아이다. 아이다. 니 이래 돌아온 것 만으로도 고모는 괜찮다. 내 미안타. 니한테 그런 소리 듣게 해가..내도 이래 맘 상하는데 어린 니 맘이 우째 안 상했겠노. 유연아 고모는 니 한 번도 귀찮다 생각한 적 없다. 니도 고모 딸이나 마찬가지다.알제? 우리 유연이.”
응- 하고 눈물을 머금고 미소를 짓는 유연이를 보며 정환의 엄마는 다행이라며 아무일 없이 돌아와줘서 고마워- 라고 말했고 덕선의 아빠는 이놈의 가시나 하며 소리치시며 말했다.
“한번만 더 집나가서 어른들 걱정 시켜봐 그냥. 그땐 깨 배껴서 아주 그냥 쫒아 낼 줄 알아.”
“네-”
“들가 언릉 자. 야밤에 이게 뭔 고생들이여. 봉황당이랑 학생주임 선생님 오시면 들가라고 전해주소..선우엄마는.”
그렇하겠다고 말을 하고 택이도 피곤한데 언릉 들어가라고 말했다. 덕선이는 택아 잘자- 라고 인사했고 정환은 간다 최사범- 하고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고 유연이는 그런 정환이를 한번 바라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정환이는 집으로 들어가면서도 유연이 제 집으로 잘 들어 가는지를 확인하고 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잠에서 깬 선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아무일도 아니라는 엄마를 보며 동네가 시끄러웠던것 같은데 싶었지만 다음날 영한사전을 빌리겠다며 덕선의 집에 온 선우를 보며 정환은 유연이는 괜찮은지 물었다.
“유연이? 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뭐냐 택이냐? 어제 골목에서 난리 났었어. 유연이 사라져서.”
“그래? 아침에 아무말 안하던데. 엄마도 유연이도..”
“으유..잤고만-”
“어제 유연이 없어져서 난리 났었어. 야 어제 너희 할머니 오셨다며. 대체 애 안테 뭔 소리를 했길래 집을 나가. 애가..”
“아 우리 할머니 원래 그러시잖아.”
“그래도 가끔 보면 너무 하셔서 좀 무섭기도해.”
택의 말에 선우는 그냥 말씀을 험하게 하셔서 그렇지 나쁜 분은 아니라고 했지만 정환은 믿을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엄마가 사오라는 두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우의 집을 슬쩍 보았지만 진주와 함께 만화를 보고 있는 유연의 모습에 그저 피식 웃고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택이는 기원에 갔을 시간이고 택이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유연이를 만나러 들어왔던 정환은 덕선이와 같이 있는 동룡을 보았다.
“뭐하냐 둘이서?”
“뭘 뭐하긴 친구끼리 이바구 좀 떨고 있었지.”
“둘이?”
“그럼 뭐 셋이서 하니?”
“김유연 택이 방에서 공부 안 한대?”
“유연이 독서실 갔어. 저녁 먹고 보기 로 했어. 어제부터 나랑 같이 독서실 다니거든..”
어? 하고 놀라는 정환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정환은 덕선이와 함께 독서실에 갔다는 유연이 아직 돌아 오지 않았다. 12시 전에는 온다더니 꾸벅꾸벅 졸던 정환이는 감빡 잠이 들었는데 1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뭐야 성덕선 온건가 싶던 그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덕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가 유연아 내일 봐-”
“응 조심히 가..”
유연이 돌아왔다. 정환은 그제서야 제 방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
김해에서 선우의 할머니가 다녀가셨고 서울대 생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보라는 경찰서에 가게 되었고 유연이는 학교를 마치고 덕선이와 함께 독서실에 갔다가 집에 우산을 가져 달라고 전화를 했던 던석이는 큰 언니가 사라졌고 엄마가 찾으러 나갔는데 누나 지금 경찰서래- 라는 말을 듣고 덕선이는 다급하게 가방을 챙겼다.
“왜 너 가려고?”
“어 우리 언니 경찰서에 잡혀갔대. 울언니 괜찮겠지? 나 지금 집에 가봐야 할것 같은데..”
“그럼 어서 가봐..”
“어- 아 맞다 유연아 나 우산 좀. 너 집에 바로 안 갈 거지?”
“어, 나 있다 갈 거야.”
“그럼 내가 우산 가져다 줄게- 공부 하고 있어 나 울언니 어떡해 됬나 보고 우산 가져다 주러 올게.”
덕선이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같이 쓰고 집에 왔던 유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덕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덕선이는 오지 않았고 비는 계속 쏟아 졌다. 유연이는 12시가 넘어 혼자 갈까 생각하다 우산도 없고 비도 오는데 조금 무서웠다. 어쩌지 싶은데 집에 전화를 해서 가지고 오라고 해야 할까 싶은데 혹시나 또 고모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유연은 결국 포기 하고 혹시라도 덕선이 올까 기다려 보았지만 1시가 다 되도록 덕선이는 오지 않았다. 안되겠다. 고모가 걱정 할테니 가야겠다 싶어 독서실을 나왔을때 여전히 비는 쏟아지고 있었고 가방을 머리에 올리고 뛰어야 겠다 싶어 막 뛰어 독서실 골목을 빠져 나왔을때 그 앞에 정환이 서 있었다.
“…………”
우산을 들고 서 있던 정환이 제게 다가와 기울여 씌워주자 유연이는 놀란듯 그를 보았다.
“비오는데 우산도 없이 다녀.”
“………”
“일찍 다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정환은 그대로 유연의 손에 우산을 쥐어 주고 뛰어가버리고 그를 부를 틈도 없이 제 손에 들린 우산에 어리둥절 서 있던 유연이는 그대로 골목을 걸어 정환의 집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직 그의 방 불이 꺼지지 않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오며 ‘와 이제 오노-’ 라는 선영의 목소리가 담장 넘어로 들려왔다.
“미안 고모..독서실에서 깜빡 잠들었어.”
“가시나 잠은 집에와 자야지. 퍼득 들가 자라-”
응- 대답 소리가 끝나자 정환의 방의 불은 꺼졌다.
그날 이후, 다시 골목은 조용해졌다. 선우는 월요일에 깁스를 푼다고 말을 했고 정환은 그날 이후로 더는 유연이 독서실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신 주말에만 가기로 했고 저녁 먹고는 예전처럼 택이의 방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정환은 반질고리를 덕선이네서 빌려 가는 선우를 보았다. 다리도 아픈애가 참 잘도 돌아다닌다 싶은데,
“어디가?”
“건전지 사러-”
“나 있어. 내 방으로와 줄게-”
제 방으로 오라며 건전지를 준다는 선우를 보며 정환은 그를 따라오며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유연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택이 방에 공부를 하러 간건가 생각하며 선우의 방으로 들어와 그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책을 보았다.
“와..이 새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거봐 변태새끼..”
정환은 이리저리 살피며 건전지를 찾았고 첫 번째 서랍에서 발견한 건전지를 꺼내었을때 지난번 빌렸던 영한 사전은 없다더니 두권이었다. 뭐야- 없어서 성덕선한테 빌린거 아니었어. 뭐지 이새끼? 설마 덕선이 좋아하나? 정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슬쩍 밖을 보았다. 반질고리를 빌리러 왔다는 선우, 하지만 아주머니는 반질고리를 가지고 있었고 선우의 책상에는 화이트가 두개였다. 그때 방으로 들어 온 선우는 앉으라며 뭐 마실래? 하고 묻다 정환의 손에 들린 영한 사전을 보았다.
"무슨 생각해.“
“이건 뭐 100%로지.”
“뭐가 100%야 앉아 다 얘기 해줄게.”
“뭐 말 안해도 알 것 같다. 넌 걔 어디가 좋냐?”
“뭔 소리야. 야 그런거 아니야. 문 좀 닫아봐. 다 말해 준다니가 앉아.”
선우는 앉으라고 말을 하고 그는 자리에 앉으며 문을 닫고 성덕선이 어디가 좋냐? 라고 묻자 오해라고 말했다.
“오해는 무슨 너 그래서 영한사전도 빌리고 화이트도 샤프심도 빌렸냐? 븅신새끼..그냥 차라리 고백을 해.”
“야 그런거 아니야. 덕선이가 아니라 나 사실은 보라누나 좋아하거든”
보라를 좋아한다는 말에 정환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제정신이 아닌 새끼라고 말했지만 선우는 자신의 첫사랑이라며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라며 모른척 하라고 했다. 정환은 그를 보며 에라이 븅신아- 라고 말하고 간다고 말하며 건전지는 자신이 찾았다며 자리를 떠났다.
***
점심시간, 미옥이는 스킬 자수를 하고 있었고 유연이는 뜨개질을 하고 자현이는 여성용 잡지책을 보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던 자현은 뻗친머리를 실핀으로 꼽는 덕선이를 보며 물었다.
“야 성덕선 너 고백 받았어?”
고백이라는 말에 눈만 깜빡이는 덕선이를 보며 미옥인 못 받았네 못 받았어- 라고 말하며 혹여나 선우가 너무 덕선이를 아끼는 탓에 충격을 받을까봐 고백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덕선이 미소를 지었다.
“아유 좋겠다 기집애.”
“안 그래도 선우가 좋아하는 애 있다고 유연이 한테 말했대.”
“진짜? 덕선이래지? 그치?”
“음 비밀이라고 안 알려주더라. 근데 덕선이 맞는것 같아. 맨날 덕선이 집에가서 뭐 빌려오고 그래- 영한 사전도 있는데 없다고 빌려 갔어.”
“왠열 진짜? 그럼 성덕선 얼굴 한번 더 보려고 그런거야?”
어우- 하며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며 덕선이는 조만간 할것 같다고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자현은 선우랑 키스를 하게 되면 알려 달라고 했고 알았다고 말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미옥은 최택 싸인을 좀 받아 달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최택을 신이라 부른다며 자신의 아빠가 덕선이와 같은 골목에 산다고 하니 싸인을 좀 받아다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유연이는 택이가 나중에 한가하면 받아 주겠다고 했다.
“택이가 퍽이나 한가 하겠다.”
“그래도 한가 할 땐 한가해 택이”
전혀- 라고 말하는 덕선을 뒤로하고 쌍문고등학교 와 쌍문여자고등학교 내부 행사로 인하여 수,목 야간 자율 학습이 없어 일찍 끝나게 되어 집으로 일찍 오게 되었다. 그 사이 택은 바둑경기를 하러 중국으로 떠나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덕선이와 봉황당으로 들어오는 유연이를 보았다.
“아저씨 택이 이겼어요?”
“아직 시작 안했어.”
아하- 하고 머리를 탁 친 덕선이가 빨리 오라고 말하며 들어가려다 안에 누가 왔는지 물었다. 선우- 라고 말하자 라면 물 좀 올려 달라며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 무성은 선우랑 정환이랑 동룡이 와 있다고 말을 했다.
“애들 다 왔네요.”
“어 아까 한 30분 전에 왔어. 근데 유연이는 늦었네.”
“오면서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었어요.”
“그랬구나. 들어가봐.”
네- 하고 안으로 들어왔을때 덕선이는 혼자 라면 국물을 퍼 먹으며 밥을 말아서 먹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유연이는 슬쩍 아이들을 보며 라면 먹었어? 하고 묻고 선우의 옆에 앉았다.
“어- 너도 라면 먹을래? 하나 끓여 줄까? 덕선아 너도 같이 먹을래.”
“아니 나 괜찮아. 떡볶이 애들이랑 브라질에서 먹고 왔어.”
“야- 떡볶이를 먹고 이걸 또 먹어 성덕선은?”
“뭐 하루 이틀이냐 없어서 못 먹지 저봐 라면에 밥 말아 먹는거-”
“재수없어. 지들은 혼자 먹은 주제에..연락 좀 하면 안 되냐?”
“뭐 언제는 우리가 연락 돌리고 만났냐?”
유연이는 고마하라고 했지만 정환이와 덕선이는 아옹 다옹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벗어나지 못한 쌍문유치원 개나리반 원생들이었기에 동룡은 소리쳤고 선우는 그만 하라며 그냥 자신이 라면을 하나 더 끓여주겠다고 했지만 덕선은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선우에게 오늘 왜 택이가 혼자 다 이겨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게 되었고 그날 저녁 아이들은 택의 방에 모여 이문세의 별밤을 듣고 있었다.
동룡이는 겅강이라고 적힌 미니 잡지를 정환이는 만화책을, 선우와 덕선이는 소설책을 유연이는 수학책을 보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동룡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꼭 여기서 어 이걸 펴서 봐야겠니?”
“그럼 뭘 보는데- 여있는 소설책은 다 봤다. 내는 기보를 봐도 모르니까 이거라도 봐야제.”
사투리를 고친다고 하며 잘 안쓰는 유연이지만 가끔 흥분하며 나오는 사투리였다. 그리고 말없이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는 유연이를 정환은 옆에서 슬쩍 보았고 잘 풀리지 않는지 고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옆의 선우를 보며 저기 하고 부르려는데 책을 베게 아래 놓고 누워 버리는 모습에 유연이는 말없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문제를 보며 지문을 천천히 읽어보았지만 몰라서 선우를 바라보던 그때 ‘이차함수 저으이역 구하는 문제야‘ 라는 정환의 말에 어? 하고 그를 보았다.
“자 봐-”
보라고 말하고 유연이 들고 있는 샤프를 가져가 함수의 식을 풀어내어 잡을 구해주는 정환이를 보며 ‘이해가?’ 하고 물었다. 풀어 준 식을 살펴보던 유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이거구나-’ 라고 말하자 정환이이 ‘으유-’ 라고 말하며 볼을 잡으며 이거는 기초적인거라고 말하던 그때 동령이 춥다며 정환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아 야 떨어져.”
“춥다 정환아. 나 요즘 마음이 추워서 그런가 추워.”
시끄럽다고 했고 어느덧 시작된 별밤에서는 정봉의 엽서 사연이 나오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연이 집중이 되었지만 택이가 첫 승을 거두었다는 말과 정봉이 엽서를 보내고 3등을 하고 받은 양배추인형까지 받게되고 아이들은 웃으며 한 이불을 덮고 누워 눈을 감았다. 별밤이 끝날 때 까지 아이들은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잠이 들어 버린 유연이를 보며 동룡이 말했다.
“야 얘는 진짜 이 방에만 오면 참 잘자-”
“조용하잖아 택이방.”
“야 김유연 일어나 집에 가야지-”
덕선이 깨우려고 했지만 선우는 그냥 두라며 어차피 오늘 택이 안 들어오니까 그냥 자게 두라고 말하고 우리끼리 가자고 하며 정환에게는 이불을 잘 덮어주고 불을 꺼주고 오라고 했다. 어- 라고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애들이 하나둘 나오고 정환은 잠든 유연이를 보며 이불을 끌어다 덮어 주고 나가려는데 ‘흐윽 흑-’ 하는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정환이는 나가려다 멈칫했다.
“싫어….살려주세요…도와주세요....엄마”
엄마를 부르며 도와 달라는 목소리에 다가온 정환이는 유연이 부르며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정환을 바라본다.
“왜? 무서운 꿈 꿨어?”
“응…”
“괜찮아.. 그냥 나쁜 꿈이야…잊어버려 그런거..”
정환이 꿈을꾸고 일어나 놀란 유연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괜찮다고, 나쁜꿈이라고 말하는 정환의 목소리에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토닥이다 일어나라고 말하고 애들은 다 갔다며 집에가서 자라고 했다.
“응-”
유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대문을 먼저 나서고 정환이는 말없이 옆을 걸으며 빨개진 유연이의 볼을 보았다. 더운곳에 나와서 이렇게 빨간 걸까 싶어 정환은 주머니에 넣고 나왔던 손을 빼내며 선우네 집 대문 가까이 갔을땨 ‘쪼꼬-’ 하고 부르자 돌아보는 유연이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자 ‘우-웅 왜구에’ 하며 어물거리는 유연을 보며 말했다.
“아유 이거 그냥 못생기고 쪼꼬매서 없어질까봐 어디 버릴 수도 없고-”
“우우- 하지마.어구 찌부돼.”
“넌 좀 찌부러 져도 돼. 어? 야 볼 따구는 빨개가지고 뭐 아로하야?”
“아니거능 하이마 그마해..”
그만 하라고 말은 했지만 유연은 생각바도 재 얼굴을 감사고 있는 정환의 손이 따듯했다. 정환은 이제 그만해- 하고 제 손을 잡는 유연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야 너 손은 왜 이렇게 차가워 장갑 없어?”
“응 없어. 아직 못 만들었어. 지금 뜨고 있어.”
“그걸 왜 떠 그냥 하나 사면 되는거지.”
“엄마꺼랑 아빠꺼랑 같이 해주고 싶어서..커플 장갑 만들려고 우리 가정 시간에 배웠단 말이야 . 그래서 연습 삼아 하는 중이야. 너도 떠 줄까?”
“됐어. 그냥 하나 사면 되지 뭐하러-”
사며 된다고 말했지만 유연이는 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그의 손을 놓으며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환은 잘자라- 하고 말했고 유연이는 너도 라고 말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정환은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보다 제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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