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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념

그러므로 다자이를 죽였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는, 남은 평생 동안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BEAST 세계에서는 나카하라와 다자이의 첫 만남이 원본 세계와 달랐을 것이라는 날조를 포함합니다.

화장로 문이 닫혔다. 직접 본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 

나카하라는 막 꺼내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끝이 살짝 탈 정도로만 숨을 들이마셨다. 애써 화장장이 있는 건물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흡연 구역을 찾아 왔다. 별것도 아닌 소식을 전하러 온 부하에게는 일이 다 끝나면 힘들게 오고 갈 필요 없이 전화를 하라 일렀다. 떼를 지어 몰려 왔던 장정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새로 되찾은 고요함을 만끽하며 나카하라는 그렇게 세 번째 담배를 피웠다.

마른 나무가 탈 땐 그 결이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가 난다. 아마 화장로 안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겠지. 그 파열음은 흡사 사람의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소리와 비슷하다. 뚝 하고 단번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게 찢어진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동강내 죽여봤으니 잘 안다.

담배가 절반에 가까운 길이로 짧아졌다. 평상시 나카하라의 흡연은 훨씬 느긋한 행위지만 지금은 달랐다. 길게 들이마시고 짧게 끊어 뱉는 숨이 여러 번 반복됐다.

니코틴은 계속해서 나카하라의 화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충동을 부추겼다. 고열의 불길 속에서 타고 있는 것이 정말 사람의 껍데기인지, 빈 관만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겠다며 맨손으로 가뿐히 철문을 뜯어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자이 오사무는 죽었다. 제멋대로 죽어버렸다. 나카하라가 그 죽음에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이라곤 단 일 초도 없었다. 

포트 마피아의 보스였던 남자.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이는 없었다. 대신 소식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차고도 넘치게 많았다. 공적인 사유로 얽힌 조문객들만 넘쳤다. 위문이라 할 수는 없고, 관계 형성이 목적이다. 차기 마피아의 수령으로 오르게 될 나카하라를 향해 오로지 예의로만 점철된 인사가 쏟아지는 현장이었다. 개중에는 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나카하라가 느낄 황망함이나 비애, 추도를 언급하며 통감을 표하는 말들도 포함됐다. 그 거창한 말이며 표정들이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린 나카하라는 실로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터져 나온 실소였지만 그것도 웃음은 웃음이었다. 

나카하라 츄야가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을 추도하다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다. 나카하라는 죽은 사람을 곱씹어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런 놈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다자이가 언젠가 죽을 것이란 사실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그것도 꼴에 인간이라고 살아있었으니까. 

나카하라가 알기로, 생전 다자이 오사무는 삶엔 집착하지 않아도 살아있다는 상태 자체엔 매달려 지냈다. 살아있다는 것이 목을 옭아맨 밧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남한테는 보이지도 않는 자신만의 버팀목 위에 디디고 선 인간. 언젠가 살아있음으로써 죽어야 하는 때가 오면, 몸뚱이를 지탱하던 발판을 고이 옆으로 치워두고 순전히 자기만의 방법으로 죽었을 기괴천만한 인간. 살아있음의 무게를 안고 살다가 종국에는 그 질량을 내던지듯이 추락했을 인간.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죽어버린 인간. 

'양의 왕. 너와 거래를 하고 싶어.'

이미 죽은 것은 구태여 헤아릴 필요가 없지만 살아있던 것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어제처럼 생생하다. 너무 또렷해서 환청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스테인리스 통에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짧아진 담배 개비가 하나 더 추가됐다. 네 번째 담배를 꺼낸 나카하라가 엄지로 지포의 덮개를 밀었다. 브랜드 특유의 맑은 소리가 마치 기폭제 같다. 불을 붙인 이후에도 나카하라는 라이터를 끄지 않았다. 금속제 몸통에 금방 열이 올라 손 안이 뜨거워졌지만 그 상태로 두었다. 

지금이라면 그 징그럽던 겉가죽은 다 타지 않았을까. 뻥 뚫려 있을 한 쌍의 안와를 상상해 본다. 불과 잿더미를 헤치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백골을 꺼내 손에 쥐고 있다 부숴버리는 자신을 그리지 않기 위해, 나카하라는 다시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나카하라 츄야. 양의 왕. 너와 거래를 하고 싶어. 포트 마피아에 들어오게. 그러면 네가 귀하게 여기는 친구들을 모두 살려주지."

나카하라는 미간을 있는 대로 구겼다.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다 늙은 어른 행세를 하는 같잖은 말씨며 태도가 불쾌했기 때문이다. 

마피아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고 현실은 일방적인 협상을 위한 자리다. 이 만남을 통보하러 온 말단 조직원을 그 자리에서 터트려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왕'을 제외한 조직의 전원이 인질로 잡혀 있는 이상, 나카하라는 마피아를 건드릴 수 없다. 누군지는 몰라도 꽤나 조사에 공을 들인 것이 틀림없다.

방자한 태도로 회의실에 들어선 나카하라를 맞이한 것은 퍽이나 음울해 보이는 또래 소년 단 한 명이었다. 나카하라는 직감했다. 지금이 아니라 이 사단이 났을 때부터 느꼈다. 더할 나위 없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 느닷없이 우위를 선포한 상대를 죽이고 싶어하게 될 것이란 것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땐 통성명이 먼저다, 개자식아."

"이것 참. 실로 아무것도 모르는 자네랑 대화하는 건 내 예상보다 더 짜증나는 일이군. 내 이름은 다자이. 다자이 오사무다."

다자이가 억지로 웃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듯한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나카하라는 주변을 살폈다. 이 방에 숨어있는 보초나 함정 같은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넓은 공간에 단 둘 뿐이라는 것을 확신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자이가 말했다.

"네가 필요해."

이번에는 확실히 다자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주름진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도 아무런 대꾸가 돌아오지 않자, 그는 책상 위에서 손가락을 파도치듯 느리게 두들겼다. 나태하게 앉아있는 주제에 이상하리만치 여유가 없어 보였다. 

서로의 목적은 명백하다. 이런 일을 벌였을 땐 그에 합당한 소득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다. 다소 특이하게도, 이 경우 다자이의 소득이자 위험은 하나로 동일했다. 나카하라 츄야 그 자체다. 다자이가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눈을 하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불쾌함을 안고 이 이상한 기급에 어울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싫다면?"

다자이가 한숨을 쉬었다. 너무 과장돼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떠보는 짓은 그만하지. 내가 아는 자네는 동료의 목숨을 두고 경솔하게 '싫다'는 선택을 하지 않아. 설령 가정이라도."

다자이는 무릎 위에 두고 있던 반대쪽 손도 책상 위에 올렸다. 무언가의 스위치를 조작하는 장치를 쥐고 있다.

"누르면 양의 조직원을 가둬 둔 감옥은 무너진다. 자네는 '있을 곳'과 '친구'를 모두 잃게 되는 거야. 스위치를 키는 순간 나는 자네에게 살해 당하겠지. 당연해. 불이익을 이익으로 상환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내 죽음은 이익이 될 수 없어. 그 무엇도 상실을 채워주지 않아. 그것이 사람으로 인한 상실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말할 때 다자이는 갑자기 먼 곳을 보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스위치를 누르든 누르지 않든 자네는 손해만 본다는 뜻이야."

다자이는 나카하라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다. 반면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어떤 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죽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죽일 수 없다. 다자이의 말 대로다. 그런 내면의 혼란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다자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시 말하지. 마피아에 들어와. 동료들을 살려주고 아라하바키에 대해 알려줄게. 어때. 이러면 분명한 이득이 생겼지."

바닥이 부서지고 가라앉았다. 나카하라가 서있던 곳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퍼졌다.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라 다자이를 향해 달려들며 손을 뻗는다. 순식간에 멱살이 잡힌 다자이는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그저 나카하라가 움직인 속도 때문에 인 바람이 거슬려 눈을 몇 번 깜박일 뿐이다. 그는 눈을 감고 준비된 독백을 읊는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홀로 떠들었다.

"스리바치 가의 폭발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 자네가 찾는 인간은 마피아에 있어. 폭발 사건의 전말과 아라하바키를 아는 인간이다. 극히 일부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그 녀석을 넘겨 줄게.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그리고 머지 않아 아라하바키를 둘러싼 일이 벌어질 거야. 큰 싸움이 되겠지. 그 싸움에서 자네는 원하던 것을 얻게 될 거야."

다자이가 쓰게 웃었다. 그 다음 이어진 말은 마치 다른 사람을 흉내내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는 개인보다 집단 쪽이 강해. 집단보다 이능력자 쪽이 강하고. 이능력자보다 이능력자 집단 쪽이 강해.' 집단에 불과한 양보다 이능력자 집단인 마피아에 있어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네만."

아라하바키에 대해 알고 싶지? 악마처럼, 다자이가 낮게 속삭였다. 나카하라는 더러운 것을 털어내듯 손을 놓았다. 반동으로 몸이 흔들린 다자이가 작게 기침을 했다.

믿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늘 하던 것처럼 자신의 일은 자기가 선택하면 그만이다. 단 하나의 보기만 있는 것도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나카하라는 부득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내 말을 뭘로 들었나?"

"나 말고. 너."

다자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그것도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붕대 뒤로 사라졌지만.

"살아 있고 싶어서."

"그것 참 지랄 맞은 이유네. 넌 언젠가 내가 죽인다."

다자이가 또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이 상황이 견딜 수 없는 데서 나오는 짜증이었다.

"츄야는 나를 죽이지 않아.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예언 하나 할게. 죽이고 싶을 만큼 싫은 것은 죽일 만큼 싫은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카하라가 다자이를 노려보았다. 

"내가 죽이고 싶은 걸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니까 얌전히 기다리기나 해."


그리고 마피아에 들어온 다음은 딱히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다자이가 예언한 일들이었다. 아라하바키의 일부터 시작해서 용두항쟁, 해외 이능력 군단과의 충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인호 애송이, 무장탐정사와의 충돌 등등. 그 밖에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자이가 제 목숨을 담보로 나카하라 앞에서 '신뢰'를 운운했을 때만큼 최악인 일은 없었다. 답지 않게 간절한 얼굴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리를 부여잡고서는 자신을 도와 달라 말하다니. 다자이의 진심 같은 것은 평생 알고 싶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때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묻지도 않은 제 진심을 목숨과 함께 다짜고짜 들이밀었다.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물론 다자이가 예언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득과 위험을 한번에 떠안은 자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다. 다자이는 비겁한 수를 썼다. 나카하라가 절대 손댈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보스인 자신의 목숨을 지키라며 나카하라에게 당부할 때의 다자이는 퍽이나 즐거워 보였다. 덕분에 나카하라는 몇 년이고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놈과 잊을 만하면 상하 관계를 들먹이는 수령, 두 명으로 분리된 다자이를 상대해야 했다. 역시 끔찍하다 못해 구역질이 날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죽음이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보지 않는 곳에서 죽었다. 나카하라의 앞에서 다자이는 항상 살아있고자 했다. 이상하다고 여기긴 했다. 삶이든 죽음이든 어느 하나에 파묻히는 인간은 어딘가 잘못됐다. 하지만 다자이는 수단만을 되뇌였다. 살아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독식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시체를 마주하고 나서야 그 집념의 뿌리이자 열매를 알았다. 다자이는 죽기 위해 살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때가 오면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죽기 위해, 그 동안 타인의 힘을 빌려 살아있기 위해 나카하라를 이용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첫 만남 때 진작 죽였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다지도 기분이 더럽지 않았을 것이다. 다자이를 만난 이후 나카하라는 내내 그를 죽이고 싶을 만큼 혐오했다. 딱 그만치였다. 나카하라는 다자이를 죽이지 못했다. 그러므로 다자이를 죽였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는, 남은 평생 동안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화가 울렸다. 화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연락이었다. 나카하라는 손에 들린 반 정도 남은 꽁초를 조금 고민하다가 버렸다.

담배 네 개비 반짜리 추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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