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설영 - 두려움에 관하여

진혼기 NCP 짧은 낙서글

雪月夜 by 보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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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두려움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설영랑. 왜 갑자기 감성적으로 되었어?”

“…그냥요. 어느 날 갑자기 상선께서 없어지신다면, 하고 생각해 봤을 뿐입니다. 뭐, 없어지시면 썩 통쾌할 것도 같습니다.”

“하하, 설영랑은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나 보군? 나는 설영랑이 없어진다면 무척이나 슬플 것도 같다만.”

설영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자신이 사라지면 세상에서 제일 후련해 할 것 같은 사람이 무슨…… 하는 눈으로 자하를 무례하게 쳐다봤다. 자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 놓인 찻주전자를 기울여 빈 잔에 차를 채웠다. 오래 우린 탓에 진해진 찻물이 잔을 따뜻하게 채워갔다.

“상실이 두렵다는 건 사랑하고 아낀다는 뜻이다. 그래, 귀신 틈바구니에서 귀 마왕으로 자란 설영랑도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공포와 두려움은 달라. 손안의 모래를 누군가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건 공포, 손안의 모래가 새어나가는 걸 무작정 보고 있어야 하는 건 두려움이다. 공포는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두려움은 중생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짊어져야 하는 고행 같은 거지.”

“상선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진 모르겠으나, 귀신 앞에선 겁을 먹으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건 잘 압니다.”

“됐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생각하는 게 이로워. 그렇게 허무에 빠져 세상을 등진 위인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줄 아나? 나도 한때는 두려움에 집어삼켜져 세상을 등진 것과 다름없는걸.”

“이해가 잘되지 않는군요. 언제나 나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훨씬……. 소중한 것 아닙니까? 그런 사람의 신의를 배신해서는 안 되고, 그러니까…….”

“그래, 그래. 설영랑의 갸륵한 마음 잘 알아. 화랑으로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전우의 책임도 없어선 안 될 것이 맞다. 하지만 설영랑.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 것 같은걸? 예컨대, ‘상선이 몹시도 소중해 사라지면 무척 괴로울 것 같으니 괜히 위험한 곳에 나섰다 죽지 마십시오’라던가.”

“그런 것 아니라니까요! 상선, 아무래도 마기에 잠식당하신 것 아닙니까!”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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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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