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아포 윤힐데

백업 by 126
55
6
1

https://twitter.com/Ooooo_126/status/1835627165439889510?t=FkkAN-ueEh6tmK5aEzSVNQ&s=19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최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힐데베르트는 맞서는 자다. 등 돌리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약자를 저버리지 않고 늘 앞장서 싸우며 그에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점이 흥미로웠던 거지만…….

그것이 힐데베르트를 좀먹게 될 날이 올 것도 알았다.

힐데베르트는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최윤은 그 일을 거들지 않았다. 무의미한 짓이다.

그가 온 몸을 던져가며 구한 자들은 힐데베르트의 물린 상처를 보자마자 기겁하여 달아났다. 최윤에게도 함께 도망치자 종용하기에 총을 쏴갈길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힐데베르트가 원치 않았으니까.

힐데베르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특별히 상처 받지도 않았다. 그저 바스라질 듯한 표정으로 윤에게 물었을 뿐이다. 정말 남아계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하고.

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의 얼굴에 안도와 죄책감이 동시에 스쳤다. 윤은 그것을 모른 척했다. 그가 바라는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으므로.

힐데베르트의 두 손을 묶어 근처의 전봇대에 고정했다. 허리도 묶었다. 재갈을 채우려다가……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아직 힐데베르트는 최윤을 알아보고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으니까. 당신도 생각보다 무른 구석이 있다고 희미하게 미소짓는 남자를 보며 최윤은 코웃음 쳤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 그런 말 못하게 될텐데.

이후 반나절이 지나도록 힐데베르트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땅거미가 내려앉고 사위가 어두워지자,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최윤은 저녁을 준비하다 말고 불을 껐다. 위험한 물건은 모두 힐데베르트의 근처에서 치웠다. 주변 정리를 대강 한 후 거리를 약간 두고 서서 상대를 불렀다.

힐데베르트.

힐데베르트는 떨면서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윤.

윤은 꺼내들었던 재갈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힐데베르트의 증상은 시시각각 심해졌다.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드는듯하더니 폭력성을 보이며 몸부림 쳤다. 그러다 갑자기 얌전해졌다. 극심한 허기를 호소하고 속을 죄 게워냈다. 온 몸을 떨며 경련하다가도 한순간에 시체처럼 축 늘어졌다. 최윤은 그 과정을 빠짐 없이 눈에 담았다.

힐데베르트는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열에 들떠 울었다. 한 번도 약한 소리 한 적 없던 놈이. 힐데베르트가 숨을 헐떡이며 발끝으로 바닥을 긁었다. 손목은 케이블타이에 쓸려 피범벅이었다. 그는 울며 애원했다. 아파요, 윤.

아파요, 너무 아파요, 제발…….

힐데베르트가 다시 속을 게워냈다. 아파, 추워, 뜨거워, 배고파, 목말라.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힐데베르트는 개중 드물게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죽여주세요. 윤은 그것을 무시했다. 힐데베르트는 몸을 못 가누고 양 옆으로 휘청거리며 다시 말했다. 제발 죽여주세요. 윤은 이번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내 힐데베르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눈에 핏발이 섰다. 죽여줘, 죽여줘……. 그는 언제부터인가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 사이로 짐승 같은 울음이 섞였다. 윤은 그즈음해서 다시 말을 걸었다.

힐데베르트.

답이 없었다.

윤은 지체없이 일어나 힐데베르트에게 다가갔다. 축 늘어진 고개를 들어올려 경련하는 눈꺼풀과 쉴 새없이 튀는 동공을 보았다. 침이 줄줄 흐르는 입가도.

윤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힐데.

두번째 부름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기계처럼 죽여달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모양새로.

최윤은 울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그는 연신 꺼떡이며 넘어가려는 힐데베르트의 고개를 받치고 부드러운 손길로 상대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힐데베르트에게서 시취가 났다.

이것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니다. 최윤은 알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제겐 중요하지 않다는 것 역시 알았다.

힐데베르트는 움직일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것과 유사한 상태로 최윤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다. 여전히.

도망쳐야했던 건 내가 아니라 너였지.

최윤이 진정 어떤 자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상대의 실책이다. 그는 본래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 자였다.

최윤은 몸부림 치기 시작하는 힐데베르트를 두고 다시 버너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통조림 캔을 대충 때려넣고 끓였다. 식량 조달을 할 때가 됐다. 가방이 거의 비어가고 있었다.

내일은 빈 집이라도 털어볼까…….

그리고 힐데베르트에게도 새로운 식사가 필요할 것이다.

빈 집이 아니어도 괜찮겠군. 최윤은 계획을 소소하게 수정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커플링
#윤힐데
1
  • ..+ 3

댓글 1


  • 멋부리는 바닷가재

    크아악 너무 좋아요 <ㅇ> 최윤의 소유욕이 정말 잘 드러나서 너무 좋아요 작가님 글은 언제나 재밌어요 새 글 뜰 때마다 기대감으로 두근두근해요 😚 이름 불러서 의식있는지 알아보고 재갈을 넣었다가 빼는 게 넘 좋네요 죽여달라고 하는 힐데도..맘은 아프지만 너무나도 힐데다워서😢... '도망쳐야했던 건 내가 아니라 너였지.' 그는 본래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 자였다. 박수 오천만번 침 ㅠ ㅠ)b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