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종.
20.10.08.14:54
* * *
"주인과 종, 말입니까."
종은 주의 명을 따라야하고 주는 종에게 명령한다라... 그리 작게 오물거리듯 말하며 잠시 곰곰히 생각했다가 이내 빙그레 웃었다. 그저 축제의 행사 중 하나이고 즐거운 놀이일 뿐이겠거니 생각하였으니.
"자, 그래서 제 주인께서는 무엇을 바라시옵니까. 제게 명을 내려주시지요."
주인과 종이라, 당신과 함께 해서 그것도 자기가 주인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응? 아, 아아.."
당신이 잡은 손을 잠시 쳐다보다가, 당신의 말까지 듣더니 짐짓 놀란듯 흠칫 몸을 떨었다.
"명이라... 으, 으음...."
당신의 손을 잠시 맞잡는 듯싶다가, 작은 떨림이 느껴진다.
"그...그럼 소, 손부터 놓아..."
제가 오히려 잡은 손에 힘을 주어놓고선,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한 것이었다.
당신의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으려했다가 쥐어진 힘에 눈을 잠깐 맞추며 의아함을 담았다.
"이리 잡고계시면, 제가 놓을 수 없사온데..."
약간의 곤란함이 손가락을 조금 움직이게 하였으나, 무언가 생각난듯 표정을 바꾸고는 슬며시 즐거운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혹, 계속 이리 있는 것이 좋으신것입니까. 원하신다면야 그리 하겠습니다, 주인."
그러고는 조심스레 손을 맞잡고 제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당신의 말에 작은 탄성과 함께 손에 힘을 빼려 했지만, 당신의 미소에 행동이 살짝 멈추는 듯하다.
"그,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당신의 쪽으로 끌려, 거리가 좁혀지자 입가에 있는 애매한 미소가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하하, 으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화악 달아오른 얼굴로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푹 숙인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맞잡은 손이 조금씩 움찔대며.
"주인이라고도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당신의 모습을 보다 기분 좋은듯 살짝 웃어보이며 저와 맞잡은 손을 엄지로 조금 쓰다듬었다.
"아, 주인이라는 말이 걸리시다면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저 재미로 한번 해본것이니 필요치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호칭을 고쳤다.
"으음, 그럼 손은 되었으니 다음은 무얼로 하시겠습니까. 경께서 바라는 것이 있으니다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꽤나 색다른 즐거움에 미소가 가볍게 걸린채 내려오지 않았다.
"으응.."
맞잡은 손이 한 차례 더 떨려왔다. 조금씩 떨림으로 움직이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그, 그.. 따로 생각해놓지 않았는데 말이지..."
괜히 짓궂은 듯한 당신의 미소만 흘끔대며, 입에서 끄응 앓는 소리가 나온다.
"그럼.."
입을 여는가 싶더니, 손잡이만을 꾹 쥐고 있던 우산을 펼쳐 저와 당신의 위에 드리운다.
"..나, 나랑 이 근처에서 함께 시간이나 보내주지 않겠나? 꽃이 예쁜 곳에서.. 산책이라도 하며 말이지."
애써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온다.
"어째서 그리 말을 더듬으시는겁니까. 혹, 제가 이리 하는것이 불편하신지요."
아마 그러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한쪽에서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언제나 자신이 당신에게 조심스러워지는 것에 웃음이 나와 작은 숨을 짧게 두어번 내밷고는 긍정의 뜻을 담아 이어 답했다.
"좋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아싑게도 조금있으면 꽃이 져버릴터이니, 담아둘 수 있을 때 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의 우산이 저와 그의 위에 그늘을 만들어 덮은 것에 괜히 생각이 많아져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부, 불편한 게 아닐세!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괜히 심장소리가 시끄러워져 시선을 피하며 당신의 손을 놓아버린다. 양손마저 뜨거워져 괜히 주먹만 쥐었다 폈다.
"응, 자네가 좋다니 다행이야. 지금 꽃이 져도... 겨울에 피는 꽃을 같이 보아도 되는 일 아니겠나."
미소가 지어지며, 우산을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뜨는 당신을 보다가, 눈이 마주칠까 또다시 시선을 땅으로 옮긴다.
갑자기 비어버린 손에 무언가 허해진듯 싶어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당신을 보고는 다시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자꾸 경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군요. 이것을 어찌해야할지...지금 저는 경의 종이 된 자로서 주인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큰일이군요. 하고 작게 속삭이듯 말하며 눈웃음을 걸친채 무언가 생각하는듯하다 당신의 말에 즐겁게 답하였다.
"확실히, 후에 같이 꽃을 보기로 약조도 하였으니 말입니다. 겨울꽃이 필때쯤 같이 가 구경을 하는것도 좋겠지요. 분명... 아름다울테니 말입니다."
"아닐세, 진짜로.. 내가 오히려 자네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군.."
제 머릿속이 계속 혼란스러워지는 걸로 당신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 꽤나 속상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얼굴에 살짝이나마 드리운다.
그러곤 다시 당신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본다.
"그럼... 자네는 종이고 내, 내가 주인이니 말이야. ...내 곁에서,"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애써 내뱉는다. 떨어지지 말아달라고.
당신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나온 말에 얼굴이 화색이 되어보인다.
"..약조 해놓길 잘 한 것 같아. 응, 분명 아름다울 걸세. 자네 마음에도 들테니.."
나는 꽃이 아니라 다른 걸 볼 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머릿속으로 한 말인데 그게 너무 강했던 탓일까, 입밖으로 나와 작은 중얼거림이 되어버렸다.
"...아,"
얼굴이 홧홧해지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 탓에 제 손을 들어 감싸 열을 식히려 하였으나 잘 되질 않았다. 짧은 한음절의 말 뒤로 짧지않은 침묵이 지난 뒤에야 느릿하게 대답이 흘러나왔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눈끝이 떨리고 시선을 제대로 맞출 수 없음에 어쩔줄을 몰라하다 잡힌 손만을 꼭 쥐었다.
"꽃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얼핏 들린 말을 곱씹어 보며 생각해보다 무엇이 떠오른것인지 또다시 애꿎은 바닥만을 쳐다보았다.
잡힌 손에 힘이 들어오는 걸 느끼고서, 제 손에 열이 오르는 걸 느낀다. 당신의 대답에, 무의식중에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으, 응..."
그렇게 조용히 달아오른 고개만 푹 숙인다. 그러곤 당신의 말에 흠칫하며 다시 고개를 들어보인다.
내가 입밖으로 냈었던가?
"아, 그, 그게 아니라! 나비, 응. 예쁜 나비나 구경하려고 그랬지.."
애써 미소짓지만 손까지 내저으며 당황한 기색을 내보인다.
"아, 나비를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까."
제가 무슨 생각을 한것인지. 괜한 오해를 하여 공기를 이상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헛웃음만 지었다.
"...헌데 겨울에도 나비가 있습니까...?"
제가 기억하기로는 겨울에 나비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조곤히 물었다.
"그.. 그으게 말이지...."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잔뜩 혼란스러워진 머리로 겨우 대답해낸다.
"아, 담배. 내가 담배 필 때 나오는 나비일세! 절대 자네가 아니라...아..."
더듬으면서까지 말하다가, 저도 모르게 나와버린 단어에 말하던 그대로 입이 멈춘다.
"..응... 나비일세, 어, 어쨌든!"
애써 얼버무리며.
괜히 울렁거리는 마음에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때까지도 보이는 당신의 모습이 덧씌워져 느낌이 이상했다.
"나비인것입니까."
묘하게 끝이 늘어진 말이 쭉 늘어져 나올것같아 얼른 입을 닫았다.
"경이 피시는 담배에서 그런것이 나오는 줄은 몰랐습니다만, 운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그런것이겠지요. 한겨울의 나비라니, 필히 귀하고 아름다울것이니 꽃이 눈에 들어오지않을만 합니다."
그가 말할때 중간에 들린 단어가 귀를 타고 다시 흘러나가길 바라며 느리고 작은 숨을 쉬었다.
애써 말을 끝마치고선, 자기가 제대로 말한 게 맞을지 되새겨본다. 잔뜩 열이 오른 데다, 엉망이 돼버린 머리로 고개를 더 푹 숙이기만 한다.
"그야.. 연기 모양이 어떻게보면 나비라고 할 수 있겠지. ..자네 마음에도 들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당신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핀다. 혹시 신경쓸까, 들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한편으로 궁금해하며.
"으음, 뭐.... 주, 주인이니까 말이야. 이 말 듣고 웃지나 말게나."
그렇게 넌지시 말하곤, 자네라는 어여쁜 꽃도 볼까 싶었다고 덧붙인다.
그러곤 꽤나 부끄러웠는지, 두 손에 목까지 벌게진 얼굴을 푹 묻어버린다.
한차례 느리게 내쉰 숨이 도움이 되었는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잔잔히 당신의 말에 답하였다.
"제게는 경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니, 분명 그 나비도 그럴것입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하지 않아도 보이는 듯한 모습에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가 곧이어 들린 말에 놀라 곧바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저, 를 아니 그...." 저를 좋아하십니까.
당신에게 눈이 고정되었던건 단 몇초 뿐이어었고 이내 이리저리 흔들리며 방황하다가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웃음은 나질 않으나, 그저..."
이것을 어찌 말해야할지 감조차도 오질않아 입만 작게 벙긋거렸다.
어떻게보면 하찮은 제 담배 연기였건만, 당신의 말에 표정이 살짝 미묘해진다. 그러곤 당신의 더듬거리는 말에 얼굴을 살짝 들어보인다.
"왜, 그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오는 건가?"
농조로 슬며시 던지곤, 제 볼을 살짝 긁적여본다. 그렇게 갑자기 마음에 드리운 호기심에,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린 당신의 얼굴 앞에 제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해 보았다.
마냥 웃는 얼굴이 아닌, 어딘가 살짝 진지해 보이는 눈빛으로 응시해본다. 저번처럼 놀라려나,
"...하아,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열이 오른 얼굴을 감싸며 진정하려 한숨을 쉬고는 슬며시 손을 내리자 가까이 보이는 그의 얼굴에 놀라 곧바로 몸이 굳어버렸다.
그와 시선이 맞춰져 떨어지지 않아 겨우 손을 올려 떨리는 손끝으로 살짝 그를 밀어내며 눈을 떼어내지 못한채 말을 억지로 끄집어내듯 말하였다.
"이리, ....이리 있으시면 아니됩니다. 조금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귀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제 소리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듯 하여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제가 실례를 저지르게 될것같으니 부디."
이떄 순간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할까봐 그랬데요 에베벱
당신의 반응에 미소가 새어나오면서도 반대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괜히 한 짓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며.
"아.. 하하, 미안.."
어색하게 웃으며 당신의 말에 바로 떨어진다.
실례? 당신의 말에 살짝 갸웃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신을 곤란하게 만든 것 같지만 어떻게 하지도 못한 채 우물쭈물 댄다.
"미안하네.. 다, 다음부턴 안 이럴 테니.."
헛기침을하며, 애써 제 얼굴의 미소를 지운다.
"아닙, 아닙니다. 그저 당황하여 그런것이니 그리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러나며 미안해하는 모습에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괜찮다고 말하였다. 방금전 제 모습을 생각하자 너무 날서게 반응한듯 싶어 자책하였다. 이러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제가 너무 날서게 반응한것 같군요. 그저 정말로 놀랐을 뿐입니다. 순간 운하께서 가까이 있어서... 그래서..."
급히 멀어지지않으면 안될것같아서, 계속 그리 있었다가는 제가 무언가... 미처 끝맺지 못한 말을 입속에서 뭉개며 오히려 제가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당신이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자 또다른 미안함이 생긴다.
"아, 아니야. 자네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응?"
애매하게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당신의 미안하다는 말에 어쩔 줄 몰라한다. 끄으응.. 신음 소리를 작게 내다가, 당신의 손을 살짝 잡고서 저도 한 번 더 괜찮다고 전한다. 잡은 손에 열이 잔뜩 올라있던 것도 모르고.
작은 짓눌린 소리와 함께 뒷목에까지 열이 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잡힌 손이 까딱였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않아 괜히 어색하기만하여 눈만 깜빡거렸다.
"그럼... 서로 미안해하지 않기로 하지요."
겨우 제대로 된 말을 하며 안도했지만, 얽히고 섥힌 실타래가 풀어지지 않는 것처럼 생각이 제멋대로 날뛰는 탓에 불안하기만 하였다.
"사실 오늘 경께서는 제 주인이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실터인데, 그리 해주시다니 상냥하십니다."
손을 저도 살짝 마주 잡고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상적인 말을 골라내어 이어붙이며 꼬인 생각들을 한쪽에 욱여넣고 밝게 웃어보았다.
당신의 안색이 괜찮아 보이는 건지 잘 모르겠어, 손만 더욱 꼭 잡아준다.
"으, 응.. 그러도록 하지."
조심스레 당신을 살피다가 들려오는 말에 눈을 두어번 깜빡인다.
"..하하,... 그렇다면 내가 주인이라고 오히려 거칠게 대할 줄 알았나? 방금 같은 일도 꽤나 있을 수 있는데도 말이지."
당신의 기분을 풀어보려 일부러 농조로 그리 말해본다. 마주잡히는 손을 이렇게까지 의식하는건 처음일 거라 생각하며.
"으음, 글쎄요..."
잠시 고민하며 다른 잡생각을 지우려고 괜히 잡은 손을 엄지로 쓸며 대화에 집중하려 하였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주인이기에 넘어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운하께서 거칠게 대할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습니다. 물론 하신다면...으음, 생각이 잘 되질않아 모르겠군요."
보통 주인과 종이라고 하면 그런것아닌던가. 작게 중얼거리며 또다른 잡생각을 만들어내다 아차, 하고는 당신에게 다시 미소지었다.
당신이 엄지로 쓴 손이 흠칫거린다. 그곳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당신의 말에 애써 웃는다.
"하하... 그런가? 으음.. 나도 자네에게 거칠게 대하는 일은 솔직히 생각이 안 되는걸..."
당신의 중얼거림을 희미하게 듣고선 으음~ 하는 소리를 낸다.
"뭐, 상관없겠지. 자네에게 있어서 하나 뿐인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할 테니 말이야.."
손을 꼬옥 맞잡고서, 화사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에게 있어서도 당신은 하나 뿐인 사람이라고 덧붙이며.
당신의 말 뒤에 약간 붉어진 제 귀가 신경쓰이는지 한차례 손으로 살짝 눌렀다가 떼고는 잘게 웃으며 기분 좋은듯이 말했다.
"제 하나뿐인 주인인 것입니까. 경께서 그리 말하시니 나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제게도 경은 하나뿐인 분이시니 그런분께서 제 주인이 되신다 하면 꽤나 괜찮은듯 하군요."
슬슬 쓸던 엄지를 잠시 멈추더니 조금의 침묵 뒤에 미소를 띄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가 잡은 것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여러 사람의 옆에서 마음없이 웃기보다는 운하와 같은 사람 옆에서 웃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진심으로 즐겁고 기쁠테니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좋을것같군요. 진짜로 제 주인이되지 않겠습니까? 라며 웃음기 섞인 농조로 말을 건네었다.
당신의 말을 잠자코 듣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숨이 조금씩 멎는 듯한 느낌이다. 붉어진 당신의 귀를 봐서일까, 제 얼굴도 달아올라온다. 개맛있다
"하하.... 그..런가? 나는.. 나도 자네 웃음을 보기에 기쁘긴 하다만..,"
당신의 말이 그리도 듣기에 낯간지러웠는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한다. 그렇게 입가에서 떠오르는 미소를 참다가, 농조로 들려온 말에 고개가 훅 들어진다.
"어..? 어, 아, 그..."
얼굴이고 귀고 목이고 죄다 붉어져선 입만 뻐끔이며 아무 말도 못한다. 분명 농조일텐데, 이런 반응을 보여선 당신이 곤란해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면서도 차마 목구멍에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당신의 모습을 보곤 조금 당황한듯 급히 입을 떼었다.
"혹 놀라신겁니까? 경께서 그리 놀라실 줄은..."
가벼이 여기었으면 하는말이었는데. 조금 가까이 가 당신을 살피며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가 시선을 맞추었다.
"...하지만 어느정도는 진심이기도 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으며 다른이에게 저를 팔바에야 경께 넘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이리도 좋으신 분이시니, 주인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을것입니다. 그래서 그리 말했던 것인데, 이리 놀래킬 생각은 없었습니다."
작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잡고있던 손에 다른 손을 포개어 두손으로 꼭 잡았다.
"노, 놀란 게....."
말이 잘 나오질 않는 걸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버벅거리는 몇 마디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그렇지, 응. 놀란 게 아니었어, 그냥.. 그냥 날이 조금 더워져서...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나도 기쁘게 받아들이겠지만 말이야.."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고선 제 뜨거워진 얼굴을 만져본다. 설마 빨개진 건 아니겠지, 생각하며 당신의 두 손이 겹쳐진 제 손을 바라본다. 눈을 몇번이고 깜빡이지만, 제 손 위에 있는 건 당신의 손이었고 그곳에 점점 열기가 흐르는 걸 느낀다. 머릿속으로 당신에겐 들리지 않는 아우성이 외쳐지며, 바로 조심스레 뜨거워진 제 손을 빼들었다.
입술만 계속 달싹이며 시선을 피하고선 당신이 잡았던 손만 만지작거린다.
"놀라신 것이 아니었다면 다행입니다."
안도한듯 밝게 미소지었다가 겁저기 허전해진 제 손에 조금 놀랐다.
"...날이 더우시다니 조금 시원할만한 곳으로 갈까요. 그런 곳이라면 괜찮으실겁니다."
비게 된 제 두손에 잠시 시선을 두다 당신의 손을 한번 보고는 느릿한 목소리로 권유하였다. 슬며시 지은 미소가 당신께로 향하며 무언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묘한기분이 아니라 아쉬움이겠지 너 빼박 쟤 좋아한다니까? 왜 못알아채 야ㅑㅏㅏㅏ
"아, 응.. 그러세나!"
당신이 한 말에 바로 그리 대답하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잔뜩 더워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한 행동이었건만 당신이 말하는 위치를 몰라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그.. 앞서게나, 따라갈테니.."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로, 당신의 손과 닿아있던 제 손을 쥐었다 편다. 어떡하지, 손을 놓는 게 아니었는데 싶으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당신의 모습을 보며 뭐가 재밌는지 잘게 큭큭 웃다가 손을 내밀며 천천히 일어섰다.
"어째서 다시 앉으시는겁니까. 일어나시지요."
손을 쥐었다 펴는 당신의 모습을 보다가 몸을 낮추고는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저 혼자 앞장 서는 것이 아닌 같이 걷는 것이 좋을것같아 그렇습니다."
그러니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하고는 또다시 설핏 웃었다.
"...그..런가, 자네가 좋다니.."
작은 헛기침을 하고선 당신의 말에 조심스레 손을 내민다. 손가락 끝이 조심스럽게 당신의 손에 닿는 게 한계가 되었다.
"그....."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손만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 당신과 시선을 맞추어 본다. 그렇게 손을 살짝 잡아보고선 겨우 입을 연다.
"이제.. 같, 이 걸어가세." 맛집이 바로 이곳이구나
손끝만이 닿은 듯이 잡힌 손에 잠시 멈춰있다가 이내 곧바로 미소지으며 제대로 마주 잡고는 끌어당겨 일어나게 하였다.
"손을 내민 것이 무색하게 그리 잡으시면 제가 일으켜 드릴 수 없잖습니까."
당신이 행동 하나하나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은은한 미소만이 지어졌다.
"자, 그럼 가지요."
제 주인이 이래서야, 한차례 웃고는 즐거운 듯이 가벼운 발걸음을 떼었다.
"미, 미안하네..."
당신의 말에 곧바로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당신의 미소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손만 잡고 일어선다.
당신의 웃음에 저도 한 차례 따라 미소짓는다. 먼저 움직이는 당신의 모습에 가슴께가 간지러워져 괜히 미소가 번져나간다. 하지만 잔뜩 긴장되있던 다리가 갑자기 움직여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갑자기 휘청이며 발을 헛딛는다.
"..!"
",아..!"
손을 맞잡고 있던 탓에 한쪽으로 몸이 쏠리며 자신도 휘청할 뻔했지만 급히 바닥을 발로 딛고 손을 끌어당기며 중심을 잡았다. 이 떄 넘어질까말까 진짜 골백번 고민했다고요 정말 거미줄만한 이성끈 잡으면서 겨우 안넘어뜨렸다...
"괜,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일에 놀란마음을 추스리며 당신을 살폈고 이내 둘이 사이좋게 넘어지는 꼴은 면했으나 그를 끌어당긴 탓에 거리가 가까워져 묘하게 그에게 안긴 것과 비슷한 꼴이 되어버린것을 깨달았다.
"...아,"
그것을 알자마자 짧은 한음절의 소리만 내고는 몸이 굳어버린것이 문제였지만.
"아,..!"
넘어지는가 싶어 눈을 잠시 질끈 감았건만, 이 뒤로 충격이나 통각은 느껴지지 않았고 당신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아, 미안하네...! 자네는 괜찮은.."
그리고는 한층 가까워진 거리에, 눈만을 몇 번 깜빡인다.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몇 초 후, 당신의 짧은 탄성을 듣고서야 눈이 크게 떠진다.
"아, 미, 미안하네! 내가 정신을 좀 더 바짝 차렸어야 했는데.."
그리 말하며 단숨에 뒤로 물러나 보인다. 이전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가 부담스러워 했던 걸 생각해내곤 살살 눈치를 살핀다.
한 번 더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미처 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에 급히 떨어진 당신의 모습에 멈춘 그대로 작은 소리를 내었다가 그제서야 움직였다.
"아뇨,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너무 급히 움직인것같군요. 어딘가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안색을 살피다 무언가 깨달았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혹, 전의 일때문에 그러시는 것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놀라서 그랬던 것이니..."
살살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하고는 사르르 미소지어 보이며 조금씩 다가갔다.
"제게 경의 옆에 있어달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 멀어지시면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리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나, 나는 괜찮아 덕분에..."
그렇게 당신이 살펴주는 모습에 살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이내 그걸 깨닫고 지우긴 했지만.
"..그..런가, 하하..."
부드러운 말에 살짝 다가오는 당신과 한 번 눈을 마주치자 차마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뒤이어 오는 말까지 듣더니, 입만 달싹이며 무어라고 말을 하지 못한 채이다.
"아, 알겠네.. 미안해,. 나도 가까이 있을테니, 으음,.. 그 약속 계속 지켜주게나."
중간에 헛기침이 들어가고 끊기는 말투로 애써 말한다.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당신이 그랬듯 엄지로 살짝 쓰담아보며.
제 손의 낮선 느낌에 속으로 놀랐다가 겉으로는 기분좋게 웃어보이며 맞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꼭 잡았다.
"예, 그리하지요. 다른 누구도 아닌 경과의 약속이니 말입니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우면서도 기쁘게 느껴져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운하, 제가 경의 종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사온데 정말로 달리 바라는 것이 없으십니까. 이 이후에는 제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손을 잡자,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오히려 제 손에서는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당신의 말에 내리깐 시선만 이리저리 굴린다.
"...그, 럼.. 들어주겠는가?"
느슨해진 손에 혹여 놓칠까 싶어 한손을 덧데어 잡았다. 무얼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예상을 해보았지만 그 어느것도 적당한 것이 없어 계속해서 생각을 넘겼다.
"어떠한 것이든지요"
당신이 말하는 것인데 자신이 하지 못할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리 머릿속으로 말하며 슬 웃어보였다.
→ '꽃과 손끝' 중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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