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
20.10.11.17:32
(살짝 고개를 들이밀곤) 아란, 있는가?
아, 운하시군요. 무슨일이십니까?
(벌써 달궈진 얼굴로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그, 그러니까... 으음, 잠시 자네를.. 생각하다가 시를 하나 적어보게 되었는데 자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서. ...괜찮겠나?
시...말입니까? 저야 좋습니다. (눈을 접으며 미소짓고는) 기쁘군요.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응, 응...(시선을 피하고선 떨리는 목소리로)
이리도 어여쁜 너를 보며
이리도 드는 생각은 아마
영원히 떨칠 수 없겠지
이 땅은 넓다지만 내 눈앞의
이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까
오랫토록 생각해 온 말이었으니.
그, 그냥.. 자네는 내가 특별하게 더 좋아하게 된 첫 친우이니까... 처음에 힘을 좀 줘보았지,
*오글거림 죄송합니다.............. 사돈 댕 귀엽다
그, 그..... (부끄러운 듯 눈을 질끈 감고서) 잊, 어줘도 괜찮으니까....... (두 손에 고개 푹)
(눈을 느리게 깜빡이곤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정말, 기쁩니다. 이리 저를 위해 시를 써 읊어줌에 그저... (잠시 입을 닫고 주저하다가) ...운하. 혹시 주숙진의 권아사¹라는 시를 아십니까. 그 시 중 두번째 절에 해당하는 곳이 있사온데, 그것을 경께 바치고 싶습니다. (살짝 숨을 들이쉬었다가) 제가 비록 시를 짓는 것이 유려하지 않아 오로지 경을 위한 것을 지어 바치지는 못하지만, 제가 아는 것들을 모두 모아 좋은 것들만을 엮어 경께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리...이리도 기쁘고 좋은것을요.
그, 음...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며 시선을 내리깐다. 당신의 칭찬에 괜히 가슴께가 간질거려 쑥쓰러움이 더해진듯, 헛기침도 몇 번 더하고서) 고, 고맙네.. 정말이지,.. 오히려 자네보다 말을 예쁘게는 못 해 걱정했건만, 다행이군.. (당신의 말에 기쁜듯 살풋 웃어보이며) ..혹시 그 엮은 것들 중에, 자네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그 안에 든 게 무엇이든 진심으로 기쁘게 받을 걸세. 받으면 매우 행복할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도.. 자네가 나에겐 더 소중한걸,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한 걸음 다가서선)
(놀란듯 눈을 살짝 크게 떳다가 작게 웃어버리며) 그렇습니까, ...그런겁니까. (큭큭 잘게 웃더니) 그럼 저를 드려야겠군요. 후에 경을 만나러 갈때 운하께 드리고 싶은것들을 한아름 안은 채로 가야겠습니다. (환히 웃어보이며 웃음을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뭐든 한아름 안은 채 웃고서 저에게 오는 당신을 생각해보고선, 멋대로 잘게 떨리는 웃음이 지어진다) 으, 응... 그렇다면 나도 그것들을 받아 한아름 안아들어야 겠군. 자네도... 주, 준다고 했으니..
(붉어진 얼굴로 흘끔 그쪽을 향해 바라보고선)
예, 기쁘게 받아주시길. (기쁘게 미소짓다가 무언가 생각난듯 작은 소리를 내고는) 아, 약조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물론 경께서 그리 해주실거라 믿고 있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말입니다. (곱게 웃어보이며 제 손가락을 새끼만 세워 내보이고는) 자, 어찌하시겠습니까.
내가 받지 않을리가 있겠나.. 그,.. 선물 째로 안아 들어서 받을텐데 말이야, 으음.. (그 뒤는 말하기 부끄러운 듯, 아무말 없이 당신의 손에 제 새끼 손가락을 꼬옥 걸어 보인다. 그러곤 놓기 싫다는 듯 손가락에 힘을 주며 제 쪽으로 슬 당겨본다)
...아, (당신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습니까. (하하, 하고 작은 소리로 어색하게 웃고는) 약조하신겁니다. 후에 달리말하시면 아니됩니다. (새끼를 걸은 손을 풀어 두손으로 잡으며 조곤히 말하였다.)
응, 물론일세. (그리 웃으며 당신의 두 손 안에서 제 손을 움찔 떤다) 자네야 말로... 꼭 주기일세, 기대하고 있을테니.
¹ 주숙진의 圈兒詞[권아사] 중 두번째 절.
單圈兒是我 (단권아시아) 동그라미 하나는 저이고
雙圈兒時你 (쌍권아시니) 동그라미 두개는 당신입니다
你 心中有我 (니심중유아) 당신의 마음은 저에게 있고
我心中有你 (아심중유니) 제 마음은 당신에게 있어요
사실 실질적인 고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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