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 키요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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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직원이 내게 ‘함께 혼마루를 꾸려나갈 검’을 고르라며 다섯 자루나 내밀었을 때는 솔직히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도 했거니와 이때까지도 물건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얘기가 너무 현실감 없게 느껴져서 한참을 그냥 멍하니 있었다.
내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다섯 자루의 검을 바라보고만 있자 직원은 한숨을 크게 내쉰 채 정말 아무거나 골라도 된다며 선택을 종용했고 결국 사람의 모습이 되었을 때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너무 외관에 의지한 건 아닐까 싶긴 했지만, 나로서는 검만 보고 고르는 것이 매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직원은 내가 고른 검을 쥐여주고는 이것이 카슈 키요미츠이며 옛날 신센구미의 오키타 소지가 사용했던 검이라는 설명을 들려줬다. 그 외에도 현현하는 방법과 부임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기계적으로 읊기 시작했기에 나는 그저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직원의 지시 사항대로 들고 있던 검에 영력이라 불리는 힘을 불어넣자, 몸속에서 뭔가 중요한 게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힘은 벚꽃잎과 같은 모양으로 검 전체를 덮고는 강한 바람을 일으켜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분명 알려준 대로 했는데 무언가잘못된 걸까?
손에 쥐고 있었던 검이 사라지는 감각이 느껴지자마자 바람이 멈추고는 벚꽃잎이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져 버린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강 밑의 아이입니다. 카슈 키요미츠. 다루기 힘들지만 성능은 좋으니까. ”
이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머리모양과 입가의 점은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지만, 기억 속의 그보다 훨씬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 한데 모아 늘어뜨린 머리카락, 붉게 물들인 손톱이 나를 금세 추억 속에서 건져 올렸다.
아무래도 익숙한 느낌이 강해 고른 검이었지만 지금은 회상에 잠길 때가 아니었다.
“ 만나서 반가워 나는 카메이 토리카라고 해. 카슈라고 불러도 될까? ”
“ 물론이지. 주인이 부르기 편한 대로 불러줘. ”
“ 너도 날 카메라고 불러주지 않을래? 아직 주인이라는 말이 나한테는 너무 무거운 것 같아 ”
“ 좋아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해 카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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