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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1차 by uniformb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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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

살아가는 게 어쩔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워지는 짓이라 생각한다. 신에게는 인간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본디 신의 것이었기에.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흘러넘칠 때마다 인간은 신에서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주사위가 굴러가며 숫자가 바뀐다. 감정은 신에게 안 좋은 의미로 가까워지게 한다. 무감각 적이고 미묘한 사람이자 신이 되어간다. 흘러내리는 휘발유처럼, 지독한 연기가 날아간다. 젖은 감정은 마지막 숨을 들이켰다. 사랑인지 동경인지 따지기 전에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부끄러워 울고 싶어졌다.

2. 행동

방황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나는 얼토당토않은 방황을 이제야 겪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에 주사위를 굴렸고 4가 나왔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당신에 나는 넘쳐나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갑자기 한 줌이 되어 바스러질지 모를 불안감에서 비롯된 욕망이었다. 당신의 팔을 붙잡고 입을 맞추자 방황하던 나는 말끔히 사라지고 훨씬 애처로운 인간이 되었다. 썩어있는 물의 찌꺼기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던걸 알아챘을 때 품에 안긴 너는 조금 차가웠던 거 같다. 차가운 너를 껴안고 혀를 뒤섞을 때마다 존재하지 않는 시선에 부끄러워졌다.

3. 불안

파고들 수 없던 불안은 끊기지 않는 사랑을 낳았다. 욕구가 넘쳐흘러서 두근거렸고, 속에서 튀어나온 말이 곧 나의 뜻이 되었다. 차가운 한 손을 두손으로 감싸 잡는다. 놓지 않는다. 놓지 않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차오른 불안감에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이유 없는 동경과 이유 있는 사랑이다. 무엇으로 단정 지을 관계일까. 의도치 않은 눈물이 쏟아지며 바닥까지 축축해지는 착각 만에 빠져서 힘이 빠져버린다. 주저앉은 나를 당신이 바라보고 있다. 아, 부끄러워.

4. 인간

인간의 뇌에는 주사위가 들어있다. 랜덤한 확률의 결정,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 한정적인 선택지. 인간의 사고회로와 주사위의 관계는 제법 가까운 관계란 것이다. 한마디로 홍등가의 창녀들과 재벌 CEO의 관계는 제법 가까울지 모른다는 거다, 아니, 가깝다는 거다. 그런데 너와 나의 관계는 이상할 만큼 한없이 멀어서 코앞에서 혀를 뒤섞어 타액을 삼켜도 전혀 가깝지 않아서, 네가 바스러진 것도 모를까 봐 두렵다. 그렇기에 허리를 감싸고, 목선을 타고 흐르고, 머리카락을 흩트린다. 이것은 확연한 사랑이겠지. 그럼에도 나는 너와 나의 관계를 단정지을 수 없다. 이 애매함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5. 짐승

짐승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이 된다. 예를 들어 애벌레는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기위해 번데기 안에서 묽어졌다가 형태를 잡아 나온다. 그러는 너는 마치 나비와도 같다. 형태 없던 액체가 변모하여 된 너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희생할 각오를 하게 된다. 두 날개가 팔랑이고 더듬이가 흔들린다. 달콤한 꿀 대신 내 피를 빨아먹어도 좋으니까, 나를 이 부끄러움에서 해방시켜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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