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자 하는 그 새로운 사명감⋯.

이 아저씨도 같이 걸어가줄게. 손을 맞잡고서.

드디어, 드디어 이 사람아! 아저씨의 애절한 외침이 닿았구나. 그러하지! 삶으로써, 속죄를 해가는 게야! 하찮고 우스운 코미디가 아니지! 올바른 결정이라고! 살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것이야말로, 죄수다운 행동!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다운 행동이지. 간수 군이 솔직히 어떻게 처벌을 내릴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사형일 수도 있고, 영원히 이 밀그램에 수감되는 결말일 수도 있어. 아니면, 예상 외로⋯⋯ 텅텅 비어서 아무도 없는 가족들이 지내던 집으로 얌전히 돌려보낼 수도 있겠지. 어느 선택이든 잔인한 것은 똑같네만! 아⋯⋯ 휴우. 그렇지. 시도우 군! 아직도 그 오른손, 덜 회복을 하였구만. 이미 이 개인실 말고 다른 장소에서 자네에게 말하긴 했는데. 당연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이왕 내뱉은 김에, 이미 수백 번이고 실컷 언급을 하였으나, 다시금 복습하는 의미로 말해보마. 우리들은 제 소명이 있어. 지키고자 움직이는 한 눈먼 이와, 다친 이들을 품어서 치료하는 귀가 열린 자. 그것에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 마음 속에 영상으로 재생되는 우리들의 사랑이다. 칠정의 죄와 함께 묶여있는 그녀들인 것입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나서 더 이상 무릎을 꿇고 빌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덜 부끄럽고 조금이라도 천국에서 지켜보는 그들 앞에 고개를 들기 위하여! 최선을 임해야 하지. 헌데 이리 기본적인 몸 관리조차 못해서, 어찌 전자가 가능하겠는가! 다친 원인은 확실히 자네가 아니었어도, 관리를 제대로 못한 건 네 탓이 맞아. 정 혼자 처리하기 힘들었으면 이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꾹꾹 참고 있다가, 이제서야 손을 내미는 것인가? 나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아니, 아니야. 이번에 당신이 꽤나 큰 결정을 내렸으니, 이 정도는 나도 감내해야지. 끝없는 사색으로 시도우 군도 혼자서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고생 많았어. 이 사람아! 자아 자아, 치료해야지? 나는 의사가 아니네만, 친우된 자로서, 그 상처를 보았는데, 그대로 지나칠 리가 있겠는가! 이리 오게. (당신을 확 끌어당겼다. 붕대를 헤쳐서 전부 풀고, 가지고 온 작은 구급상자에 손을 대어 열었다. 어찌 되었건 그동안 여러 차례 당신의 보조를 도왔으니까. 의학 지식까진 아니더라도 무의식은 어느 정도 익힌 것이야. 소독을 하고서 처치를 시작한다.) 아파도 좀만 참아. 어쩔 수가 없잖나. 이걸 안 할 수도 없으니까. (붕대를 잘라끊어서 잘 매듭까지 지었다.) 서툴지만, 이해해주게나. (이행을 끝내고서, 당신을 다정하게 안아준다. 29살이나 먹었는데도, 아랑곳않고서! 아이를 대하듯이 다독이는 것이다.) 알고 있어. 마음 고생이 심했겠지. 아저씨도, 고뇌에 시달리는 순간들이 여기에서 너무나 일상이었단다. 같은 입장으로서, 잘 보인다고. 티를 안 내려 얼굴에 가면을 씌운다 하더라도! 무어, 지금은 평소의 자네답지 않게 상당한 감정을 털어놓았지만. 기존에는 그랬잖니? 사실, 나라고 해서 숨기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오히려, 가식과 거짓말에 상당히 능숙하다고. 간수 군이 1심 심문 당시에 내게 말한, 뼈아픈 직언이 있거든. “그렇게 사정이 있는 척, 져주는 척이 익숙해지는 게 바로 어른인가? 그걸로 지금껏 넘겨왔나? 넌 보여주기 위한 약함을 준비하고 있어. 그렇군, 그렇구나! 오래 살면 그런 것도 가능하게 되는 건가!” ──────라고 힐난까지 하였을 정도라네. 시도우 군은 여기에서 가면을 벗은 내 모습을 주로 봐와서,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이게 맞다고. 과거에 내 아내에게도 이렇게 기만을 하였던 전적도 확실히 존재하고. 하아, 아무튼 간에. 못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나도 하려면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멋대로 감정을 숨기지 말아. 정말로 그래버린다면, 나조차도 다시 원래의 연극을 개시할 수밖에 없으니까. 무대에 올라서 독창을 외치는 자아로서 말이야. 간수 군도 그러한 아저씨를 실컷 비웃던데! “이상할 만큼 알아내기 어렵다! 연극처럼 연기해내는, 본인에게 심취해있는 네 그 인간성만이 훤히 드러났다고!” 이렇게 속삭였어. 솔직히 내 심상을 보질 않았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러한 모습이 비쳤을 것이라, 예측 정도는 하고 있어. 이러한 내 모습을 원하지 않지? 그러니까, 원만하게 합의하자고. 시도우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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