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²

절망의 아지랑이로 걸어가고 있다.

이 난리통이 터지기도 이전에는, 수향이도 이 상황까지 치달을 줄 전혀 상상도 못하였다. 그저 향기로운 꽃밭에 가득 차 있던 어린아이 같은 작은 소녀 아가씨였는데. 본인이 아끼는 인형들과 티파티를 벌여가는 소소한 취미가 있던 아이였던 말이다. 기본적으로 연극과 영화를 좋아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당신들에게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그녀. 본인의 볼을 콕콕 손가락으로 찍어가며 귀엽게 어필도 해갔던 아이. 응? 이런 기억은 없다고? 실제로 여기서 딱히 이런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만·····.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한 성격인걸! 저런 언행들을 취함에도, 당당하던 태도가 무조건 필수였다. 뭐, 이젠 그조차도 보기가 힘들겠지만 말이다. 모두가 아는 조사의 “그 사건.” 때문이지. 솔직히 백신을 현재 소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선배들을 치료하기도 아직까진 일단 힘들 것이고······.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통솔해 줄 선생님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좀비들은 무리를 지어서 교실들의 문을 쾅쾅 쳐대면서 안전을 위협하고, 그렇게 수향이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못 참고 부모님을 찾으면서 아이처럼 울어댔다. 상냥한 선배들과 친구들이 위로하러 와줘서 일단은 겉으로라도 진정하긴 했지만·····. 다른 이들이 더 당해버리면,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다시금. 밝게 빛나던 그녀의 따사로운 햇살은 이제 저버리고 없다. 어둠의 심야가 시작된 것이다. 그 속에서 그녀는 본인의 스마트폰 손전등에 의지해서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잘못 발을 내디디면, 순식간에 벼랑 밑으로 낙하하겠지. 그녀는 칼 위에서 춤을 추는 광대나 다름이 없다. 지금. 내면에서 불안의 소용돌이가 임수향을 괴롭혔다. 그녀의 인생은, 한치의 불행함이 하나도 없던 순탄 그 자체였건만·······. 이제는 착실히 평화로움이 박살이 나버리지 않았나. 유감스럽게도 임수향은, 극복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그녀의 어려운 사안들은, 그간 부모님이 모두 해결해 주었는걸. 그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왔건만, 이제는 그 도움도 불가능하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철저하게. 언제 물어뜯겨서 좀비로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그녀의 귀에는 이러한 환청들이 윙윙 맴돌고 있다.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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