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글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읽는게 참 좋습니다. 판매중인 책도 물론 좋지만 개개인이 남긴 글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내보이기 위해 수도없이 거르며 정제된 글도, 소중한이에게 편지하듯 깊은 마음 하나하나 글자마다 꾹꾹 눌러담은 티가 나는 정성그런 글도, 친구와 얘기하듯 우스꽝스럽거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글도, 허공에 날려보낼 일기에 털어내듯 한줌의 정제없이 내뱉은 날것의 거친 글도, 그 어느것 하나 걸러낼 것 없이 모두 말입니다.
누군가의 속에 담긴 진짜인지 가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의 폭풍속에 섞여 그 사람의 말투, 언어습관,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수많은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것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도 모르는 또다른 모습을 타인에게 내보이게 된다는 그 사실까지도 퍽 마음에 듭니다.
이런 글을 쓰는 대부분이 자신의 글은 보잘 것 없다고 느낄테지만 나는 압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글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시대의 흐름인지 점차 글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대역병의 시대에 샛별처럼 떠오른 N사이트의 일기쓰기 챌린지가 유행했을 시기. 한동안 사람들이 잊고있던 개인홈을 부활시켜 사소한 일상들을 공유하고 일기 등을 공유해대는 덕에 꽤나 즐거웠답니다. 금새 사그라든 유행이었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다시 글 쓸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여태도록 남아 간헐적으로 올려준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글리프 또한 알음알음 들어본적은 있으나 둘러볼 생각은 하지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SNS에 올라온 글리프 링크를 발견하고 헐레벌떡 가입해 날것의 느낌이 가득한 몇가지 글들을 보았습니다. 며칠새 수정된 문장들과 추가되거나 사라진 문장들까지 좋아서 그저 눈에 담고 또 담았습니다. 새 글이 올라왔을까 기대하며 열어보고 그러다 다른사람의 글들도 발견해 읽곤하며 다시금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에 기뻐했습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까요. 나름 꾸준했던 지인의 글도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멈췄답니다.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꽤나 슬펐던건 그의 글쓰는 스타일이 참 아쉬웠기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의 글이라기에는 타인에 비해 유독 솔직한 글이었고, 지금의 내가 이렇게 글을 적고있게 된 계기 또한 그 사람의 영향이 매우 컸기때문입니다. 이 슬픔과 아쉬움을 직접 말로 전달할 순 없지만 이렇게나마 글에 남겨봅니다. 누군가의 글을, 그것도 거의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글을 읽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있기에…
나는 오늘도 친구, 지인들에게 글을 써달라 말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날의 누군가 이에 응답해 어떤 글을 남겨줄지도 모르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내보이길 바라며 난 오늘도 세상 어디에 닿을지 아닐지조차 모르는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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