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外

배우 당보 X 검도 선수 청명 | 현대 AU

*첫번째 이별과 반년만의 재회

*소장본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ttps://naver.me/5CWdzG0d


- 청문형이 버섯 사 오라고 하십니다.

청명은 미리보기로 대충 내용을 확인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어락에 손을 올렸다. 체육관에 있었을 때면 몰라도 집 앞에 도착한 시점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버섯을 사 온다는 선택지는 청명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일찍 오래서 일찍 왔더니 심부름이나 시키고 말이야. 청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청진을 내보내겠다고 다짐하며 꾹꾹 번호를 눌렀다.

"저 왔어요."

제 기억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청명은 피식 웃으며 신발을 벗었다. 현관에서부터 고소한 음식 냄새가 나는 것도 그렇고, 여전한 가구들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지난 명절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 안심이 되었다. 늘 둘이 오던 게 혼자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뭐야, 버섯은?"

제 방에 가방을 두고 겉옷을 벗고 있자 양손에 장갑을 낀 청진이 청명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없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 하자 그럼 그렇지 하며 한숨을 쉬는데 상당히 거슬리는 꼴이라 다리를 걷어차는 것으로 짜증을 풀었다.

"일찍 와줬잖아."

"아오... 문 앞에서 문자 봤을 거 아닙니까. 이럴까 봐 비밀로 한 건데."

청진은 아려오는 다리를 절뚝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쯤 훈련이 끝난 형이 버섯을 사 오고, 씻는 동안 전골을 끓여 먹으면 완벽했는데. 저 사랑에 미친 인간 때문에 전부 말아먹었다.

청명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청진을 무시하고 거실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형이 만드는 집밥을 먹을 생각에 신이나 발걸음이 가벼웠다. 안 그래도 몇 달간 배달 음식만 먹어 질린 참이었는데, 아예 며칠 여기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형 저 왔,"

"형님 오셨어요?"

주방 한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청문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청명에게 대답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선명한 목소리의 주인은 분홍색 앞치마를 메고 하얀 밀가루가 묻은 얼굴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아 청명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청문형과 당보가 요리하는 모습은 청명에게 있어 낯선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는 청문의 자리에 제가 있었으며, 둘이 만든 요리로 청문과 청진을 대접해주는 일도 종종 있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익숙함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도 청명은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어 제 다리를 꼬집었다.

당보가 한 손에 만두피를 올리고, 그 위에 소를 얹어 빚어낸 만두가 차곡차곡 접시에 쌓이면, 청진이 찜기에 만두를 담아가고 당보는 다시 접시 한가득 만두를 채우는 일이 반복된다. 청명이가 눈을 못 떼는군요. 이럴 거면 더 일찍 부를걸 그랬습니다. 하는 형이나 그걸 웃으며 받아주는 당보나, 둘이 버섯이나 사 오라고 하지 그래요? 하는 진이나. 전부 청명의 상식을 벗어난 것들 뿐이었다.

"명아. 그리 좋으면 당보 씨랑 마트나 다녀오거라."

"네, 네?"

"좋네요. 여기서 붙어 있지 말고 가서 데이트 하고 오십쇼."

어버버하는 청명이 네? 만 반복하는 사이 당보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정리하고, 손과 얼굴까지 깨끗하게 씻어 현관에서 청명을 기다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외투 속에 들어가 있어 빼주고자 목에 손을 댔더니 화들짝 놀란 당보가 목덜미를 잡고 저를 돌아보거나, 청명의 주머니에서 차 키를 빼낸 당보가 익숙하게 조수석의 문을 열고 청명을 기다리다 둘 다 멈칫한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내심 이런 상황이 반가웠던 청명에게는 아주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서도 서늘한 얼굴로 정면만을 응시하는 당보에 청명은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와 마트에 버섯을 사러 가는 이 황당한 상황은 둘째치고, 왜 네가 우리 집에서 만두를 빚고 있던 것일까. 만약 제가 버섯을 사 왔다면 꼼짝없이 당보와 저녁을 같이 했을 것이다. 어쩌다 헤어진 것이 들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위기는 싸해졌겠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던 너는 도망치거나 할거고, 그럼 뒷수습은 내가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명을 하냐. 잡고 싶어서 말을 안 했다고? 연기인걸 알면서도 네 옆에 있고 싶었다고? 생각만 해도 지끈거리는 상황에 청명은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다 같이' 집에서 밥을 먹자고 할 때 의심했어야 했는데. 아니, 애초에 이건 내 잘못이 아니지 않나? 나야 오랜만의 가족 식사니 피할 이유가 없다 할 수 있지만, 너는 이제 가족도 아니고 뭐도 아닌데. 지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뻔뻔하게 남의 집 주방에서 만두를 빚는 게 말이 되냔 말이냐. 게다가 청명은 몇번이고 신호를 보냈었다. 너랑 연락하고 싶다고,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당보가 제멋대로 집을 뛰쳐나간 당일에는 제 화를 식히느라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잖아.

"멀미 나요?"

눈을 감고 있던걸 오해했는지 운전하다 말고 당보가 말을 걸었다. 그런 것 아니라고 손을 휘저으면 제 반응을 살피는지 눈을 마주하는데 얘가 이런 얼굴이었던가.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만 보다가 무표정을 보니 제가 아는 당보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연기를 하는 것일까 찬찬히 뜯어보면 말랑했던 볼살이 아닌 평소보다 진한 화장이, 늘 하고 다니던 액세서리 하나 없이 밋밋한 귀와 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보니 늘 단정하게 반묶음 하던 머리도 곱게 풀러 두었고, 핸들을 잡은 손의 허전한 약지가 눈에 띄었다. 아주 주인 없다고 티를 내는구나.

"왜... 요? 저 얼굴에 뭐 묻었어요?"

적색 신호가 걸리자 당보는 재빨리 핸드폰 카메라로 제 얼굴을 확인했다. 이리저리 돌려보며 무언가 묻은 건 없는지, 화장이 지워지진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나오기 전과 똑같이 여전히 말끔한 얼굴에 당보는 해명하라는 듯 청명을 콕콕 찔렀고, 청명은 당보에게 향해있던 몸을 창 쪽으로 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거 집어요. 네. 3개면 될 겁니다."

언제나 서로의 손이 나란히 올라오던 손잡이는 쇼핑리스트를 쥔 당보의 차지였다. 청명은 당보가 가는 대로 집으란 것을 집을 뿐, 간식이나 술에 대한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따라만 다녔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럴 거면 그냥 내가 확인하고 골라오는 게 낫지 않나. 당보가 고개를 저으면 다른걸 집고, 또 다른걸 집는 상황이 3번이나 반복되자 든 생각이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지 당보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돌아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입도 다물고 손짓으로 청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가 출신이라 네 행동 하나하나에 잡음이 많은 것은 알고 있어 충분히 참고 넘어갈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이해와는 별개로 손짓으로만 물건을 고르자니 답답했고 어정쩡하게 카트 옆을 걸으며 네가 시키는 것만 집어야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도 살게 남았는지 조그만 종이를 들여보고는 저 혼자 카트를 출발시키는 것도 거슬리는지라 청명은 느릿하게 움직이는 카트를 손으로 멈춰 세웠다.

"줘."

청명이 손을 내밀자 당보는 청명의 눈을 한번, 손을 한번 보고 카트에서 손을 뗐다. 그러더니 청명이 있던 카트의 옆자리에 서는데 종이가 아니라 카트를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 듯 보였다. 내가 카트를 받아서 뭐에 쓰겠냐. 뭘 사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짧은 한숨을 내쉰 청명은 왜 안가냐는 듯 자신을 보는 당보의 손을 도로 손잡이 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제 손을 얹은 채 야채 코너를 향해 카트를 움직였다. 당보의 손에 있던 종이는 어느 순간 청명의 손에 들려있었고, 서로의 손이 포개진 채 카트를 끄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둘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들고있던 짐을 뒷좌석에 내려놓은 당보는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앉았다. 쓰고 있던 마스크는 벗었지만 모자는 쓴 채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청명은 안전벨트도, 시동도 걸지 않고 앉아만 있는 당보를 곁눈질로 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키길래 출발하나 싶어 벨트를 맸으나 내려요. 한마디와 함께 운전석 문을 쾅 닫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이다. 청명은 기껏 맨 벨트도 풀지 않고 따라가려다 어깨가 걸려 그제야 벨트를 풀고 당보를 따라갔다.

당보는 구석진 벽에 기대 멍하니 건너편 도로를 보고 있었다. 마스크도 없고, 모자는 손에 쥔 채로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 도로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일까 몸으로 오가는 길목을 가리면 당보는 흘끗 시선을 주고는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큰형님이 먼저 부르셨어요."

"뭐를?"

"오늘요. 제가 찾아간 거 아니라고요."

"아... 형이 연락 했구나."

"아직 말 안 하신 거죠?"

주어 없는 말에 청명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직이라 표현할 시간이 아님에도 돌려 말해주는 네 다정에 고마워해야 할지, 제 미련 때문에 이런 상황을 겪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럴 거 같았습니다. 형님이랑 싸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대회 준비 때문에. 바빠서 말 못했어."

"아, 그렇네. 준비는 잘 하고 있어요?"

"준비할게 뭐 있나. 평소처럼 훈련하고 그러는 거지."

"어디 다친 곳은 없고요? 형님 한 번씩 크게 아프잖아요."

"멀쩡하다. 너는?"

"저도 그래요."

잔잔하게 이어지는 대화에도 청명은 자꾸만 불안해져 가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오늘 행동을 보면 아주 마음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지금의 대화는 꼭 마지막을 앞둔 것 같아서. 반년이나 지났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애정이 아직 네게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무슨 생각해요?"

"네 생각."

"지금 하기엔 좀 늦지 않았나."

분명 웃고 있음에도 어딘가 서글퍼 보이는 얼굴로 당보는 들고 있던 모자를 청명에게 씌워주었다. 모자도 쓰는 법이 있다며 제 머리가 눌리지 않도록 신경 써주었는데 오늘은 꾹 눌러 씌우기만 했다. 제가 당보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가 서로의 눈을 볼 수 없도록. 그러더니 한참을 입만 벙긋거리다 말을 하는 것이다.

"오늘 뻔뻔하게 굴어서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연락 씹은 건 이것보단 쪼금 덜 미안하고요."

"뭐 인마?"

"솔직히 형님도 그날 말 심하게 한 거 인정하시잖아요. 저 진짜 상처받았단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더라... 네 좆같은 성격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작작 하라고 그랬나?"

"네가 헤어지자고만 안 했어도 그렇게까지 안 했다."

"그동안 키스신 하는 것도 다 참고 넘어갔는데 왜 이제 와서 지랄이냐고도 하셨죠. 기억납니까?"

"너는 거기에 대고 나랑 이런 소모전 하는 게 지친다고 그랬지. 지난 이야기 하자는 게 아닌데 왜 지난 일을 꺼내와서 널 힘들게 하냐고."

"네에. 그랬죠.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씁쓸한 미소를 지은 당보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작은 무언가를 찾아 손에 쥐었다. 손가락에서 빼낼 때는 당연히 당신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가져왔건만 막상 주려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당신과의 흔적을 정말이지 주고 싶지 않았다.

"집에 있는 건 다 버리셔도 됩니다. 대부분 형님이 사셨으니 가지셔도 되고 팔아도 되고, 맘대로 하세요."

당보가 청명의 손을 잡아 그 위에 반지를 올려주었다.

"받아요, 이거 주려고 만난 겁니다."

제 손안에 들어온 게 반지라는걸 확인하자마자 청명은 당보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반지를 쥐게 만들었다. 살살 잡아줬더니 힘으로 빠져나가려 들길래 양 손목을 벽에 고정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모자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자 모자를 던져버리고 당보의 턱을 잡았다.

"싫어."

노려보는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고 양 뺨에는 선명한 눈물 자국을 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집을 부리며 악을 쓰는 것이다.

"저한텐 필요 없으니까 돌려드린다고요."

"팔아서, 뭐라도 사 먹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봐. 너 좋아하는 술도 먹고 여행도 가고, 뭐라도 하면 되잖아."

"제가 이걸 어떻게 팔아요. 형님이 무슨 마음으로 주신지를 아는데."

"알면 그냥 가지고 있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네게 줬는지 알면,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형님이 우셨잖아요. 대회에서 상처를 입어도,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 않던 사람이. 제가 헤어지자고 해서 울었잖아요. 그런 제가,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습니까. 무슨 염치로..."

말을 하기도 전부터 울먹이던 당보는 결국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제 잘못을 알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하 씨... 왜 우는데. 네 말을 생각하면 지금 울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 아니냐?"

우는 얘를 두고도 차마 제 성격대로 굴 수 없어 청명은 당보를 잡고 있던 손목을 놓아주었다. 손목이 풀리자 힘이 빠진 당보는 주저앉을 듯 비틀거렸는데, 청명이 허리를 바쳐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서야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골랐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청명은 가만히 당보를 내려보았고, 눈이 마주치자 또륵 떨어지는 눈물에 심장이 아려와 당보의 눈가를 문질러 눈물을 닦아주고자 했다.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청명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출 줄을 몰라서 청명의 손과 어깨까지 축축하게 물들이고 말았다.

"이제 좀 괜찮아?"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청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당보는 청명을 안을 듯 말듯 팔을 꼼지락거리며 대답을 미뤘는데 청명이 당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자 입을 열었다.

"잘못했어요. 못된 말 해서 죄송해요..."

"빨리도 말한다."

"반지, 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거 보면 눈물이 나서.. 흡, 얼굴 보면 또 짜증 낼 것 같아서어.."

"그래, 계속 울더라. 그럴 거면서 필요 없기는 무슨."

청명은 허전했던 당보의 약지에 다시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짝이는 손을 흐뭇하게 보고 있다가 손을 내려주고 붙어있던 몸을 떼면 놀란 당보는 안은 팔을 풀지 않은 채 청명에게 몸을 기댔다.

"... 혹시 나 싫어졌어요? 정 떨어지고, 그래요?"

"갑자기?"

"요즘 연락 안 했잖아요. 오늘도 제 이름 한 번도 안 불러주고, 얼굴도 피하고."

"헤어졌잖아. 헤어졌는데 어떻게 그래."

아, 이건 좀 심했나. 아니라고 소리치거나, 적어도 사과할 줄 알았는데. 축 처진 얼굴로 입까지 다물어 버린 당보에 청명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장난이었다고 그래야 할지,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지. 어차피 너나 나나 이대로 헤어질 마음 없는 거 알았으니 그냥 키스 한번 하고 박력 있게 사랑한다고 하는 게...

"저랑 사귀면..... 니다."

이해하지 못한 청명이 되묻는 것보다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인 당보가 청명의 손을 가슴 위에 올리는 것이 더 빨랐다. 그리고는 그 손이 떨어지지 않도록 꾹 누르는데 손바닥 아래로 전해지는 열기와 두근거림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때쯤 돼서야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다.

"저, 저랑 사귀면. 가슴 만져도 된다고요.."

허, 참. 청명은 저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가리지도 않고 피식거렸다. 어디서 요망한걸 배워와가지고. 이러면 내 화가 풀릴 줄 알았나 보지? 바보 같기는, 만질 것도 없는 거 만져봤자 흥분이나 하겠냐? 네가 여자도 아니고, 나처럼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손에 잡히는 게 있긴 하겠냔 말이다.

"지금도 돼?"

"차에서면..... 네에."

당보는 그로부터 1시간 뒤에 걸려 온 청문의 전화에 간신히 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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