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주은총 로그

잠을 통 못 잤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운 탓에 뇌가 헤집어지는 느낌을 적나라하게 받는 느낌이었으므로, 방에 놓여 있던 레몬 향 디퓨저를 라벤더 향으로 바꿔도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인 지금으로 넘어온 이 시간, 누군가가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는 듯한 두통과 어지러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넷째 도련님, 또 두통이 도지셨어요? 약을 가져올까요? 고용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일 힘도 없어 네, 짧게 대답했다. 은총이가 잠을 못 잤다고요? 이어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아차 하며 미미한 미소 띄었고. 어지러운 것도 모르고 몸을 일으켰다, 두통이 생겼다는 것은 잠을 못 잤다는 건데, 평소에 잠을 잘 자던 자신이 잠을 못 잤다는 건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은총, 무슨 일이 있었나요?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어머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나 봐요!"

"대체 무슨 일이... 일단 약이라도 먹도록 해요."

이 어미의 기도가 부족했나 봅니다, 어머니의 말에 노란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약을 꿀꺽 삼키고 쟁반 위에 소리 없이 빈 물컵을 내려놓는다. 그럴 리가요, 기도가 부족했다면 제 기도가 부족했던 거겠죠, 어머니. 하며 팔을 벌려 어머니를 껴안았다. 어머니께서는 기도와 함께 사시는 분이잖아요. 어머니의 손길이 등을 몇 번 쓸어 내리자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잠이 안 오면 찬양. 아니, 요한 형한테 원서를 읽어 달라고 할게요. 덧붙인다. 찬양 형은 귀찮다고 안 읽어주실 것 같단 말이죠. 원서를 읽어 주는 것은 어릴 때부터 요한 형의 몫이었으므로. 원서를 읽어 주는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서 사람을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원서의 뒷내용을 궁금해 할 새도 없이 아득하게 잠에 빠져가는 느낌은 편안함을 선사했다.

"요한에게는 제가 말해 둘 테니 걱정 말아요, 그것도 효과가 없으면 수면 유도제라도..."

"아니에요, 형의 원서 읽기가 안 통했던 적은 없으니까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어머니."

"몸을 잘 돌보도록 해요."

언제나 주님께서 지켜 주실 테지만, 어머니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아버지께는 비밀로 해 주세요, 덧붙이고. 요한 형을 찾아가 봐야 하나, 생각했다.

"요한 형께서 어디 계세요?"

"지금은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데... 원서 내용은 제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오늘은 잠을 잘 잘 수 있겠지, 암막 커튼도 새로 달았고 디퓨저도 향을 바꿨고, 형의 목소리도 있을 테니까. 사람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그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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