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주은총 로그

"도련님, 이리 오세요. 첫째 도련님은 바쁘세요."

"그치만..."

"도련님께는 이따 놀아 달라 하세요, 네?"

"네에~."

가족들은 항상 바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들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회사 일 때문에, 형들은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형들은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있고는 했으니까. 골프를 잠시 배우기도 하고, 승마를 배우기도 하고, 유학을 다녀오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고. 자신이 방에서 기타를 칠 시간에 형들은 그런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익힌 것이다. 얼마나 완벽한가! 문무겸비에 부모님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는 형들은 자신이 어렸을 시절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으므로, 겨우 열일곱이었지만 형들을 동경하는 것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나도 이 동경은 사라지지 않겠지. 고용인의 만류하는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원서 한 권을 꺼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아, 영화의 원작이었구나. 하며 방 안의 침대에 엎드려 원서를 펼쳤다. ...눈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지만. 방 안은 너무 컸고, 할 일은 너무 없었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 걸까. 형들은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기업의 자리를 하나씩 받을 테고, 진로 고민도 없이... ...그럼 나는? 따로 진로를 찾아가야 하나? 또 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해 봤자 논다는 의미로 생각하실 테고, 형들과 배운 건 비슷한데 기대가 없어서 그런 건가?

-도련님, 들어가도 될까요? 목소리에 네, 하고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저녁 기도를 담당하라고 하셨어요. 이어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 달라는 손짓을 한다. 내가 기대를 받는 부분은 이런 부분 뿐이지. 형들에게 거는 기대의 반만이라도 내게 걸어 주시면 좋으련만. 막내라고 너무 놀게 놔두는 거 아니야? 이렇게 놀게 두고 나중에 진로는 알아서 찾으라고 하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열 여덟 살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열 아홉의 나는 너무 늦어. 원서를 덮고 책상 앞에 앉아 기도문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몇십 번이나 써 온 기도문이다. 주님, 당신은 저를 살펴보시고 잘 아시나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은 저를 아시고, 멀리서도 제 생각 알아차리시나이다.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헤아리시니, 당신은 저의 길 모두 아시나이다. 주님,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 한 번 읊으며 손을 잠시 모았다. 기도하듯 눈을 감는다, 책상 위의 작은 십자가는 오늘도 곧게 서 있다. ...너무 긴 기도문도 좋지 않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저를 구하소서.


"다들 식사 맛있게 했나요? 정확히 십 분 후에 모이도록 해요. 여보, 저흰 이만 들어갈까요?"

"그래요, 은총이는 저녁 기도 준비 잘 해놔라."

"네, 아버지."

그렇게 말하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양치하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마지막으로 기도문을 외운다. 티 타임은 짧은 기도가 끝나야 시작될 것이므로. 정확히 십 분이 지나 거실의 테이블 쪽으로 모인다. 요한 형이 셔츠 카라 모양을 만져준 건 비밀로 하고, 찬양 형이 넌 아직도 옷 매무새 하나 못 다듬냐? 핀잔을 들은 것도 비밀로 하자. 비밀로 할 게 참 많군, 생각하며 거실 테이블 앞에 앉으면 차분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른다. 은총아, 기도할까요? 순간 모든 시선이 제게로 쏠린다.

"기도합시다."

-주님, 당신은 저를 살펴보시고 잘 아시나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은 저를 아시고, 멀리서도 제 생각 알아차리시나이다.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헤아리시니, 당신은 저의 길 모두 아시나이다. 주님,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 아멘. 짧은 기도가 끝나면 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그래, 주님이 알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모두 알도록 해라. 하고. 그리고 나서는 홍차가 넘실거리는 찻잔을 들어 홍차를 한 모금 드시면, 다른 가족들도 차를 마시기 시작한다. 여기서 폭탄 발언을 하면 티타임의 판이 뒤집어지겠지. 홍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소리 없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해 봐라,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나중에, 제가 성인이 되면 저도 기업에 입사하면 안 될까요?"

"은총, 방금 뭐라고-"

어차피 특별하게 정해 둔 진로도 없고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말이잖아요. 덧붙였다. 이렇게라도 형들의 모습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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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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