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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y a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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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빌어먹을 누들···"

읊조린 말에 힐데가 움찔거렸다. 저거 지금 나 들으라고 한 말 맞지. 시선만 굴리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여기서 더 먹으면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같은 말이 날아올 것이다. 분명 나 들으라고 한 말이다. 릭과 시선을 마주하기도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섭다는 말이 알맞은 표현일 것이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리카르도를 힐끗 바라보는 모습에 리카르도가 웃었다. 정확히는 입만 웃고 있었다. 언제나 눈에 띄었던 선명한 녹안은 제게 고정시킨 채였다. 미친. 평소처럼 눈꼬리를 휘지도 않네. 저게 더 무섭다. 할 말이 있으시다면 빠르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 맞다. 이미 했지. 빌어먹을 누들이라고. 누들이 뭐가 어때서. 눈치가 보이지만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누들을 비하하는 말이라면 더더욱.

"렉시크 누들이 뭐가 어때서요? 릭, 렉시크 누들은 말입니다..."

이어지려던 말을 리카르도가 빠르게 끊었다. 거기까지 하지~? 내가 너랑 데이트 하던 도중에도 그 말을 들어야겠어~? 응? 화났다. 화난 게 분명하다. 슬쩍 릭의 눈치를 보다 답했다. 넵. 죄송합니다. 아니 근데 뭐든 괜찮다고 한 건 릭이었는데... 다시 한 번 리카르도가 힐데의 말을 빠르게 끊었다.

"난 네가 이런 날까지 이딴 거 먹으러 오자고 할 줄 몰랐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아~?"

힐데베르트는 침묵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시발...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진짜 큰일난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하하. 당연히 알죠. 그에 맞춰 릭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선명한 녹안. 휘는 눈꼬리와 여전히 올라가있는 입술. 덧붙여 오는 느릿한 목소리. 그래? 이 두 음절이 무섭게 들릴 수 있다니. 리카르도는 어찌보면 위협에 소질이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힐데베르트는 지금 제 앞에 보이는 남자가 그 무엇보다 무서웠다. 곧 질문 하나가 신호처럼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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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싸웠어?"

날아오는 아미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아. 카페였지. 맞다. 주위를 둘러보니 흰 색을 바탕으로 한 깔끔한 카페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앞에 앉아 있는 건 아미. 아미 앞에 있는 음료는 프라푸치노. 내 앞에 놓여있는 건 아메리카노. 참 변하지 않는 음료 취향이다. 힐데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솔직히 억울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이건 누구에게나 말해도 힐데가 잘못했다고 말할 것 같아 입 다물고 있었다. 그래도 아미라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배저의 빛과 소금인데.

"아뇨, 정확히는 그. 싸운 건 아니고... 릭이 화내고 가버렸습니다."

"움."

아미가 앞에 놓인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쫍. 음료가 마시는 소리만 들린다. 정적. 괜히 아미의 눈치를 보듯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앞을 힐끗거렸다. 아미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음료를 마셨다. 다시 들리는 소리.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건 변명의 여지 없이 내 잘못이 맞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더라면 아미가 지금쯤 릭이 예민했느니 뭐라느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사과는 하자느니 무언가 말이라도 해줬을 텐데. 아미가 힐데베르트를 바라보다 웃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릭도 힐데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을 거야! 그 말에는 그저 웃었다. 그게... 문제이지 않을까요, 아미? 차마 말로 꺼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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