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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ly ever after by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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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도착한 곳은─ 교회는 아니다. 그런 장소에 이럴 때에는 감히 발걸음할 수 없다. 문이 열려있던, 폐허. 흩어진 기물을 건너뛰지도 못하고 걸려 넘어진다. 그러나 달린다. 가장 안쪽으로.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한 치 앞 보이지 않는 곳이 되면 목에 걸린 묵주를 떨고 있는 손길로 벗는다. 이윽고 벽에 건다. 두어 번 떨어뜨린다. 다시 한 번 더 벽을 짚으며 애써 공중에 띄운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손을 모았다. 기도한다. 기도한다. 기도한다─.

흐느낌처럼 내뱉어지는 기도문은 현대의 일본어 문법 체계를 따르고 있지 않다. 아주 머나먼 날의 언어이리라··· 현대의 인물이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언어들. 오로지 하나레의 아이들에게만 전해진 멀고 먼 날의 약속. 그 약속을 계속해서 읊었다─ 약속의 재래를, 우리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에게는 어느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기실 소년은 특별할 수 없음이라. 아니, 특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왼쪽 눈에 통증이 심해진다.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다. 보아서는 안 된다─ 두려움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도문 사이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가 간신히 섞였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이 두려움마저도 노스페라투는 이용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열아홉 해의 두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가 겪고 있는─ 신에 대한 불신을. 입 밖으로 낼 수조차 없는 불경을. 그럼에도 믿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피로서 묶인 신앙을.

기도가 끝나도 소년은 한동안 무릎을 일으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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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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