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그리고?
AIWFC is Artitia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들이 뭘 하는지 알아요?”
은근한 웃음이었다. 무슨 의도인지 이제는 알 것만 같은 낯이 저를 바라본다. 크리스마스, 겨우살이 아래.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수 없었다. 답을 하려던 목소리가 나오려다가 문득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잠시 입을 닫았다. 분명 드러났겠지, 그런 표정…. 이미 눈치챈 건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답을 기다리는 건, 우리 특유의 표현 방식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일루미네이션이 깔린 나무 사이를 거닌다. 마켓을 구경하기도 하고, 이미 다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에 올릴 오너먼트를 바라보기도 한다. 손을 잡고 예쁘게 꾸며진 밤거리를 거닐면, 그때에는 정말 행복하다는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날이 춥고, 사람들도 많아 복잡한 기분이 들지만, 그날에는 하나같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쳐 모두가 행복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좋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들의 데이트가.
둘 사이에 빠질 수 없는, 늘 챙기는 카메라는 이미 크리스마스의 기대와 추억이 쌓여가고 있었다. 12월이 돌입되자마자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탓에,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에 있을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진이 잔뜩이었다. 조명들이 아름답게 비추고, 바깥의 풍경이 크리스마스의 풍경으로 뒤덮이면, 우리의 크리스마스 준비는 거의 되어 간다고 할 수 있었다.
12월 1일이 밝자마자 집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와 설치 다음 날 새로 사러 간 조명. 3주 전에 함께 사러 간 정한 컨셉에 맞는 오너먼트들. 며칠 전에 준비한 올해 찍은 사진들을 꾸며놓기 위한 앨범과 폴라로이드 필름. 일주일 전에 준비한 어디에서 배송되었는지 모를 수상한 산타 옷과 사흘 전에 준비한 선물을 담은 양말. 맛있는 크리스마스 음식들을 위해 같이 장을 보러 온 이틀 전과 야외에서 데이트하는 하루 전인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 당일. 여유롭고 잔잔하게 즐기는 둘만의 시간이었다. 바깥에서 데이트를 해도 오직 둘, 서로의 모습만 보이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 당일은 여유롭게 홈파티를 즐기는 게 좋았으니까. 특별한 일은 없지만, 그저 서로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건 좋았다. 어쩌면 활동적인 한 사람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로가 좋으면 그것으로 된 거니까.
아침에 일어나 늦장을 부리며 겨우내 일어나고는 식사를 마친다. 오후 중에는 케이크를 만들었다. 미리 가게에서 예약해 먹은 적도 있었지만, 올해에는 장을 봤을 때 케이크 틀이 눈에 띈 탓이었다. 평소에도 베이킹도 조금씩 손을 대보았으니 나름의 큰 결심이었다. 아더스가 무사히 구워진 케이크 틀을 내놓으면, 그것을 꾸미는 게 레티샤의 몫이었다. 꾸미면서도 코에 생크림을 묻히는 등의 장난을 하긴 했지만, 이것도 두 사람에게 있어서 추억이 됐을 터였다. 뭐, 이쪽이 더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이기도 했으니까.
저녁에는 케이크를 주축으로 한 크리스마스 음식과 트리에 빛을 비췄다. 제법 근사한 분위기에 역시나 들뜬 기분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턴테이블을 통해 캐롤이 울려 퍼질 때, 온전한 따스한 크리스마스 날로 행복이 채워진다. 잔잔하고 여유로운 두 사람만의 시간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런 날. 밖에는 눈이 내리고, 추울지라도 낭만으로 가득한 이 공간은 충분히 따스했다.
질문은 이브날, 마켓에서 발견한 겨우살이 장식을 보고 한 말이었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들, 이라는 다소 직설적인 말을 모를 리가 없었다. 부끄러운 탓에 차마 답은 잇지 못한 채 그대로 다른 걸 구경하러 갔지만, 신경 쓰이는 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눈에 밟힌 겨우살이 장식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다른 곳으로 보긴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들이 뭐 하는지 알아?”
“아더?”
손에 들린 건 겨우살이. 그리고 잔뜩 부끄러운 기색을 참은 채 겨우내 아더스가 말을 잇는다. 그 모습에 레티샤 또한 놀란 기색도 잠시, 장난스러운 낯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었다. 가까이 있던 거리가 한순간에 더 좁혀졌다. 모르는 척, 입을 연 건 레티샤였다.
“그러게요, 뭐였더라?”
“…루시.”
“지금 얼굴 엄청 빨간 거 알아요?”
완전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데. 낮게 속삭인 목소리가 괜히 간지럽기만 했다. 가까워진 거리, 손을 올려 겨우살이 장식이 머리 위로 올라가게 했다. 선뜻 무언가를 하기에는 여전히 부끄러운 건지 장식을 올렸음에도 먼저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던 것도 같다.
“몰라….”
“응, 그래도 이런 모습 보니까 엄청 좋은데요?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뻐요. 겨우살이 아래에 있어서 그런가?”
“네가 더 예쁘거든. 그리고 겨우살이….”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들은 입맞춤을. 먼저 다가가 입 맞춘 레티샤가 아더스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짧은 입맞춤 몇 번. 그리고 이윽고 겨우살이 아래. 행복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연인의 모습.
행복한 크리스마스. 앞으로도 이렇게 보내기를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평소와 비슷한 하루였으나, 함께 있기에 더욱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고. 서로를 믿는 것처럼, 이 추억들이 서로의 기억 속에 남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트리에 오너먼트 사이, 행복한 사진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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