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나디오] 이것은 파이프담배가 아닙니다.

트친 리퀘

-날림글!

 

디오는 향에 예민했다. 죠나단이 어딜 나갔다 들어와도 어디에 있었는지 짐작으로 맞추거나 냄새가 난다며 억지로 욕실로 밀어 넣어 씻기기도 했다. 매번 당하는 죠나단의 입장에서는 그리 신경도 쓰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인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으나, 디오는 매번 그 땀 냄새와 담배 냄새가 지긋지긋하다며 죠나단에게 성질을 부렸다.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도 그의 아버지는 디오의 말이 맞다며 두둔해 주었기 때문에 얌전히 욕조에 물을 받아 하루에 두 어 번씩은 몸을 씻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 디오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술에 찌든 내와 담배 냄새였다. 그런 더러운 냄새를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어디 있어? 디오는 항상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죠스타 저택에서는 딱히 술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으나…. 죠나단과 죠지가 흡연자라는 것, 그것 하나만이 문제였다. 아무리 디오라도 죠지에게 패악을 부릴 수는 없던 터라 매번 그의 화풀이는 죠나단에게 돌아왔다.

 

“귀족으로써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더니, 그딴 매캐한 냄새를 잔뜩 묻히고 들어오는 거냐?”

“…아니, 오늘 한 번 밖에….”

“네 그 친구들과 함께 어디 우르르 들어가 남에게 민폐나 끼치는 짓을 했겠지! ‘한 번 밖에’라고? 네 주변에 있던 레이디들은 한 번은 봐줄 수 있나보 군. 하긴, 감히 그 ‘죠스타’ 가문인데 누가 뭐라 하겠어?”

 

네가 지금 뭐라 하고 있잖아…. 거기다 너도 죠스타 가문의 사람이면서. 라는 말은 죠나단의 목 끝까지 도달했다가 차마 꺼낼 수 없어 도로 깊숙한 곳으로 쑤셔 넣었다. 디오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죠나단도 동의하고 있었기에 디오에게 더 이상 항의하지도 못했다. 건강에 좋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맞지 않은가.

 

죠나단이 제일 억울한 것은….

 

그는 정작 흡연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끔 어릴 적에 호기심에 몇 번 피우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과제나 논문을 하던 중에 아주 잠깐…. 죠나단은 그 나름대로 억울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디오, 그의 말마따나 죠나단은 가해자였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에게 아주 큰 불쾌감을 주는 것. 그의 말을 들으면 막상 담배 파이프를 들다가도 다시 내려놓게 되는 것이었다. 디오의 말은 사나웠을지언정 자신의 금연에는 어찌저찌 도움이 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죠나단은 솔직히 말하자면 디오가 그저 단순히 독한 냄새가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더욱…. 자신들에게 말하기 싫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죠나단은 그날도 책을 읽다 무의식적으로 담배 파이프를 입으로 물었다. 디오에게 매번 혼이 나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죠나단은 성냥에 불을 붙이려다 뒤늦게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해 성냥을 내려놓았다. 디오가 노려보며 잔소리하는 것이 한 편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별 시답잖은 생각을 다 한다면서도 입으로 문 담배 파이프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생각이 나면 멈출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물고 있어야 기분이 좀 나아져서…. 디오가 보면 또 한바탕 잔소리할 것이 뻔했다. 죠나단은 파이프의 입구를 잘근 씹으며 얼른 담배 생각이 사라지길 바랐다. 디오 생각이라도 하면 싹 사라지려나. 같은 생각을 하며, 이미 읽고 있던 책에 대한 생각은 사라져 놓고서.

 

-쾅!

 

카우치에 다리를 꼬고 편하게 앉아있던 갑작스레 열린 서재의 문과, 덩달아 울린 큰 소리에 죠나단은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디오라는 것 때문에 더욱.

 

“디, 디오,”

“…찾고 있었다 죠죠.”

 

디오의 모습을 뒤늦게 확인한 죠나단이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를 얼른 뒤로 숨긴다. 하지만 예민한 디오가 그 모습을 놓칠 리가 없었으므로, 성큼성큼 다가온 디오가 죠나단의 앞에 서서 그를 빤히 내려다본다.

 

“무슨 일이야 디오?”

“…….”

 

죠나단은 눈을 데구르륵 굴렸다. 사실 그렇게 무서워할 일은 없는데도.

 

죠나단의 질문에 디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뒤로 숨긴 무언가를 찾는 듯했으나 죠나단의 너른 등 뒤로 사라진 파이프는 아마 디오의 눈에 보이진 않을 것이다.

 

“다 큰 장남은 불장난하는 취미가 있나 보지?”

 

그런 디오가 건드린 것은 성냥 더미였다. 아차, 죠나단이 파이프에 불을 붙이려다 말아 정리하지 않은 그 성냥. 성냥으로 담배를 유추할 수는 없겠지만 디오라면….

 

“서재에서 성냥이라…. 마침 잘 되었지, 여기에 잘 타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

“부, 불을 지르려고 한 거 아니야!”

“그럼,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래? 이런 곳은 화기엄금이다. 설마 어두운 방 안을 밝히려고 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바깥은 한낮이었다. 더운 열기가 방 안으로 전해질 정도로 뜨거운 태양이 서재 안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당황한 죠나단의 머릿속에서는 마땅한 변명거리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디오?”

“흥, 말 돌리기냐. 됐어. 아버지가 찾으신다.”

 

그러고 보니 학교 문제로 할 말이 있다고 하셨던가. 그렇다면 디오가 급하게 찾는 것도 이해가 되긴 했다. 함께 들어야 할 일인데 한 명이 없으니, 아버지가 얼마나 곤란해하셨을지. 얼른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난 죠나단의 뒤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앗,”

 

죠나단의 다리 사이로 갈색빛을 한 매끄러운 나무 재질의 파이프가 툭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디오의 눈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죠죠, 너….”

“아, 아니, 이, 이게 왜, 여기 있지?”

“네가 숨겨뒀으니까 그런 거겠지 이 멍청아!”

 

죠나단이 어색한 몸짓으로 파이프를 주워 들었다. 디오는 어이가 없는 눈으로 죠나단을 바라봤다. 죠나단은 어쩐지 그 눈빛에 쿡쿡 찔리는 것만 같았다.

 

“서재에서 담배라….”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안 했어. 물고만 있었다구. 봐, 불도 안 붙였잖아.”

 

죠나단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디오의 찌푸린 표정은 돌아올 줄 몰랐다. 죠나단은 그야말로 억울했다. 진짜 했으면 또 몰라. 디오에게 혼나는 것은 별일이 아니었다.

 

…그저 디오가 또 똑같은 일로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면 했을 뿐이다.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죠나단은 무어라 말이라도 해야 하나 싶을 즈음에, 무언가 자신을 홱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곤…

 

입술 끝에 무언가 닿았다. 그게 디오의 입술이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오의 축축한 혓바닥이 죠나단의 입술을 핥았다. 죠나단의 눈 안에 디오의 눈을 감은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디오의 혀는 그 주인을 닮은 듯 죠나단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놀라 벌어진 입술 틈으로 마음대로 침범해 왔다. 경직된 상대의 혓바닥은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듯 마음대로 안을 헤집었다.

 

“저, 저, 디오.”

 

죠나단은 키스를 인식하자마자 디오를 밀어냈다. 그러곤 놀라 다시 쇼파에 풀석 주저앉았다. 디오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뒤좇아 그의 턱을 억지로 부여잡고 입맞춤을 이어갔다. 다만 죠나단은 이번 키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가온 디오를 밀어낼 생각도 없었고, 축축하게 젖은 혀는 묘한 집요함이 있었다. 급한 듯했지만 상냥하게, 부드럽게. 어느 곳도 놓을 수 없다는 듯 입 안 곳곳을 핥으며 그 안을 탐했다. 적어도 죠나단은 한 가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디오가 자신을 골리려고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먼저 떨어진 것은 디오였다. 시작할 때도 아무렇지 않더니, 고집스러운 입맞춤이 끝나고 난 뒤에도 디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뒤로 물러나는 디오가 아쉬워 죠나단이 좀 더 끌어당겼지만, 디오는 무심하게도 축축한 입을 소매로 닦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안 했군.”

“뭐, 뭐어?”

“담배 맛이라도 나면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

 

뒤를 돈 디오를 보고 죠나단이 큰소리를 냈다. 갑자기 키스를 해주길래 뭐에 꽂혔나 싶었더니 담배를 피웠는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었나보다. 죠나단은 어이가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먼저 돌아가려는 디오를 붙잡았다. 먼저 시작해 놓고 이러는 게 어디 있는가. 디오는 항상 그러했지만, 오늘은 왠지 조금 억울했다.

 

“이상한 맛 안 나니까, 한 번만 더 하자. 응?”

 

아마 죠지는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디오는 남자들에게서 나는 더러운 냄새가 싫었다. 어릴 적부터, 침을 튀기며 윽박지르는 소리도,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니코틴이 찌든 향, 몸에서 나는 알코올 향기. 꿉꿉한 땀 냄새, 씻지 않아 나는 역겨운 체향들도. 그 향을 맡으면 자신의 비참한 순간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귀족들은 항상 깨끗하게 지냈다. 그럼에도 꼭, 파티니, 뭐니 하면서 술을 진탕 들이키고 돌아와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겼다. 디오는 그것마저도 싫었다. 깨끗한 척을 해봤자 어차피 그들에게서 나는 더러운 향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디오는 술이 싫었다. 그나마 나은 것은 담배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술에 취한 것처럼 손을 쉽게 들어 올리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거들먹거리는 꼬라지는 보기 싫었다. 뭐라도 된 듯, 더러운 냄새를 풍기면서 고귀한 척하는 그 꼴이….

 

그런데 죠나단이 그딴 취미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디오의 앞에서는 아닌 척을 했지만, 옷깃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매캐한 향기를 그가 맡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향을 맡으면 혐오감이 물씬 올라왔다. 죠나단은 설마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더욱 더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파이프를 무는 입술, 빨아들이는 숨결이나 매끈한 파이프를 쥐고 있는 손, 내뿜는 얼굴까지.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혐오감이 차올라서,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허술하게 변명하는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 주었다. 그것이 어설프더라도.

 

그래서 입을 맞추었다. 멍청하게 변명하는 꼴이 웃겨서. 제 날카로운 말소리에 허둥지둥하는 것이 웃겨서.

 

그리고 디오는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 안이 달아서. 닿는 곳마다 짜릿함이 느껴지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이었다.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타액이 섞여도 더럽지 않았다. 오히려 달아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키스는 변덕이었으나 마음은 진심이었을지도 몰랐다.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얼른 그에게서 떨어졌다. 동요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뒤를 돌았다. 입가에 아직도 감촉이 남아있는 듯 해 심장이 쿵쾅거렸다. 묘한 정복감이 몸 안에서 감돌았다.

 

아아, 사실은….

 

파이프를 문 그의 입술을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이상한 맛 안 나니까, 한 번만 더 하자. 응?”

 

파이프 따위, 다시는 물지 못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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