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두 마리 공생 중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아침에 디엠 헛소리 하러 갔다가 생일 풍선이 마구 뜨는 것을 보았기에...이건 생일축전로그같은겁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오 갸님
네로 커티스는 그런 사람이다. 인생사에 원래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관계 유지에 있어도 필연이라 느껴 행할 뿐, 의무라고 여겨 진행할 뿐 호기심이나 흥미 따위론 쉽게 건드리지도 않는 사람. 그런데 사랑에 의해 길러진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그는 애정 앞에서 굴복자가 되어 처참하게 패배하는 드라마를 찍곤 했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그런 네로 커티스와 대상자, 샴페인 슈퍼노바의 이야기다.
고양이 두 마리 공생중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생일축하드립니다!!! 아닐 시 롹페스티벌의 날로 지정하며…….
네로 커티스는 그런 사람이다. 세상이랑 유리된 채로 너무 긴 시간 살아와 복귀가 어려운 작자. 시늉은 할 수 있어도 어우러진다는 느낌은 도통 받질 못하는 치. 그런데 눈 앞에 88839라는 단체에서 유리된 인간이 하나 놓여있다. 동질감은 느끼지 않는다. 다만 궤도 밖에서 벗어난 인생이라면 말이 잘 통하겠거니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더라. 네로 커티스는 침대에서 상체를 천천히 일으킨다. 옆에서 여전히 자고 있는 털짐승같은 치의 머리칼을 살살 어루만진다. 생각 없이 건드렸다간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얽혀 불상사가 일어나기에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샴페인 슈퍼노바, 그러니 네로 커티스의 심상 안에선 ‘노바’라고 더 불리는 이 사람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다. 손가락 마디는 길고 끝에 박힌 굳은살은 연주자로써의 소질을 보여준다. 바보지만 의안과 인공 꼬리가 많은 걸 해결해준다. 그리고 또 어떤 감상을 내뱉으면 좋지. …… 귀엽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면 네로 커티스는 미묘해진다. 내가 널 너무 아끼는 모양인데. 이번엔 괘씸해서 잠 잘 자다 못해 입 벌리고 커억 소리를 내고 있는 상대의 뺨을 꼬집는다. 약하게 물어버리고 한다. 보복당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에 흩날린 악보를 피해 조심조심 걷고, 상대의 방을 제 방이라도 되듯 돌아다니며 어젯밤의 난장판을 정돈하기 시작한다.
이 물건은 저 자리로. 저 물건은 이 자리로. 예술과 관련된 도구는 다 그 자리 그대로 버려버린다. 그야 이건 남의 영역이니까. 손을 떨군 채로 의자에 앉아버린다. 아침은 또 뭘 먹이면 좋담. 적당히 산책을 하고 나서 생각해볼까나. 남의 방을 제 살림처럼 쓰기 위해 고민하다가, 제 방에 적당한 재료가 있음을 자각한다. 그런데 하나하나 다 움직이기엔 번거롭고 동선도 까다롭다. 탓에 이불을 얇게 잘 피고, 그 안에 속재료인 인간 하나를 담아두면- 이사 완료. 제 짐을 챙길 생각도 않고 문 밖으로 이동한다. 잠에서 비몽사몽 깨어난 인간이 부리또 내용물이 된 채로 어디로 가냐는 질문을 던진다.
“제 방으로요.”
“왜?!”
“아침을 먹어야 하니까?”
“그렇냐!”
지나가는 사람은 납득하지 못할 사유를 노바는 쉽게도 수긍해준다. 정말이지, 이런 성격이니까 애정하고 마는 것이겠지. 방의 비밀번호를 손 없다는 핑계로 대신 눌러달라고 요청한다. 문이 열리면 각종 보조 기구가 집주인과 방문객을 환영한다. 벽에 걸린 옷걸이에 잘 장식이 된 여분의 오렌지색 반다나를 끄집어내린다. 상대방의 이마에 고정을 시켜주고 뺨을 문지르며 답한다. 세수라도 하고 와요. 그 사이 밥 만들고 있을테니까. 모닝 예뻐해주기는 그 뒤에 해주겠단 네로 커티스의 헛소리에도 샴페인 슈퍼노바는 그래! 한 마디 하며 저벅저벅 걷는다. 잠이 덜 깬 탓에 문에 머리를 박았으나 다행스럽게도 문에 금이 가진 않았다.
식사 시간은 단조롭다. 고기와 야채를 넣은 볶음, 매콤한 소스를 두른 것. 싸서 먹을 수 있는 월남쌈이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난, 아니면 제 2의 미니 타코를 제조 가능한 제 1의 타코 같은 것들. 23세기의 좋은 점. 식사가 다양해진다. 23세기의 좋지 못한 점. 설거지 거리가 늘어난다. 어쩌겠어. 맛있는 걸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다. 세수하고 나오는 노바의 낯을 뺨으로 문질러주고, 콧등을 약하게 깨물며 정식으로 인사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의 노바.”
“오냐! 아침부터 날 납치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음. 뭐. 가끔 인생이 그렇죠. 언제나 안온하게 살 수는 없- 아, 여기 앉아요. 의자 빼둘게요.”
“고맙-다! 그런데 인생이 가끔이 아니라 늘 이러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냐?”
“글쎄요?”
“답변 회피하지 말고!!!!!”
“노바. 라우드 보이스 금지.”
“작게 했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네 귀가 너무 예민한 거라곤 생각 안 하냐?”
“누가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키웠지?”
황당하다는 네로 커티스는 즉석 타코를 만들었으나 입에 물지도 못한 채로 고민에 빠졌고, 그 손에 들린 걸 그대로 훔쳐가 먹기 시작한 샴페인 슈퍼노바는 주범을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구경했다.
식사를 다 한 뒤에는 양치. 양치를 마친 뒤에는 아침 산책, 아니면 주말에도 여전히 운영하는 사무국에 가서 물자 신청. 이스팁살은 멀쩡하죠? 당연하지! 그러면 이번엔 내 앰뷸런스만 신청해둬야겠다… 아, 꼬리도? 넌 걱정이 너무 많아, 네로 커티스! 나의 네로 커티스라고 해야죠. 밖에서 체면 차린다고 저번에 스스로의 뺨 잡고 부끄러워하던 네로 커티스는 죽었냐? 네. 제가 죽였어요. 살인자! 인생이 늘 그렇지…
어슬렁거리다가 때가 되면 카페에 들어가고, 비는 안 오나 일기예보까지 확인한다. 달콤한 음료만 세 잔에다가 곁들임 디저트 까지 네 그릇 시킨 둘은 꽉 찬 테이블, 가로질러 앉지 않고 곁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이거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냐?”
“노바에게 한 입씩 다 먹일 건데.”
“꿈이 크다 인마! 그런데 나야 좋지. 어디보자, 개미핥기 짓이라고 하던가 이걸??”
“무슨 비유인지 모르겠는데, 아니다. 알 것 같기도 해요. 음. 닮았다. 색도 비슷해요.”
“내가 개미핥기라고!?!?!”
“그보다 조금 더 주둥이가 짧은 인간 형태의 변종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걱정 안 하마! …가 아니잖냐!”
“쯧. 넘어가지 않네. 왜지…….”
“너는 내가 아주 단세포인 줄 알지. 헉. 이거 맛있다. 좀 먹어봐, 네로 커티스.”
“단세포보단 어…음… 됐어요. 더 말했다간 내 머리가 케이크 토핑이 될 것 같아.”
“각오도 없이 말 해선 안 되는 법이잖냐!”
“이럴 때에 양아치처럼 굴지 말아요.”
마음에 든 것 같은 디저트는 더 먹어보라고 그릇 밀어뒀다가, 맛있으니 너도 먹어보라고 옆에서 밀어주는 것으로 인해 그릇이 탁자 위를 몇 번이나 돌아다닌다. 한 바퀴는 족히 돌았을 즈음 크림의 흔적만 남은 접시만 남게 된다. 포크를 입에 문 채로 위험하게 까딱거리던 네로 커티스는 아침부터 하던 생각을 정돈한다. 이런 일상이라면 몇 번이든 지는게 좋겠지. 일상은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귀하니깐. 불쑥 고개를 들이밀어 예뻐해달라고 청한다. 그러면 샴페인 슈퍼노바는 이제와서야 아주 익숙해지 사람이 되어,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헝클이듯 만져준다. 앞머릴 정돈하듯 빗어내려주고 눈가도 살살 문질러준다. 이건 내가 알려준 손길이잖아. 웃음이 새어나온다.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다. 그 지점이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지 않고, 너를 이방인으로 두지 않게끔 하는 것 같다, 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포크로 뺨을 콕 찌르는 장난을 쳐 손가락이 물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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