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8월 18일 마감
과거의 그라면 토키사다의 제안을 받아드렸을 지도 모른다.
함부로 휘둘리지 않을 위치에서 고급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흔히 볼 수 없는 술을 대접받고 보고 싶은 것들만을 보면서 원하는 건 돈으로 해결되는 그런 자리. 그가 지난 10년간의 염원이었던 그 자리는 이 마을에 있으면서 결국 다 허망한 것임을 깨달았다. 생명을 짓밟고, 괴롭히고, 빼앗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하등 쓸모가 없는 쓰레기에 불구하다. 그걸 알려준 본인이 건네준다는 말을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그의 손 힘이 살짝 풀릴 정도였다.
“당신도 참 시시하군.”
그리고 동시에 결심을 섰다. 눈앞의 그를 계속 살려둘 순 없다. 더 이상의 희생이 생겨서는 안되니까.
“각오해!”
미즈키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이끌며 토키사다를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해골을 향해. 류가의 당주였던 그를 해치우는 일은 미즈키가 아니라 토키사다를 포함한 류가에게 오랜기간동안 고통 받았던 자들이 복수로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쿄코츠를 조종해오던 해골을 깼다.
이를 들고 있던 류가 토키사다는 바지에 지릴 정도로 두려워하며 쿄코츠가 폭주해서 온 나라를 박살낼 거라고 하지만, 미즈키는 알 바인가 싶다. 오히려 유령족들을 핍박하며 지켜졌던 나라라면. 소수를 희생해서 살아왔던 나라라면 차라리 멸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참담한 일이라면 응당 대가를 치뤄야되지 않겠는가.
“이자는 받아야지!”
미즈키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끝냈다고 몸이 먼저 눈치챘는지 서있을 힘마저 없어져서 쓰러졌다. 지금까지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영 좋지 못한 것일 게다. 그나마 쉴 수 있을만한 자리에 앉았더니 그 사이 토키사다는 폭주하고 있는 쿄코츠에게 쫓기다가 잠깐의 개소리를 지껄이는데 쓰러졌을 때 흔들려서 확 빼버린 미즈키의 이빨만큼이나 의미없는 짓이었다. 분노에 눈이 멀어 뵈는 게 없는 요괴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들릴 리가 있겠는가. 그런 토키사다에게 기다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청산이었다. 그는 영원히 고통 받으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될 일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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