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리오 ]
- 카제로스 이후 서사 일부, 정식 출시시 변경 가능성 O
" 안됩니다. 그동안은 저희가 봐드렸다고 한들, 지금 리오님은 여기에 계셔야됩니다. "
리오는 붉은 달이 떨어지고, 전쟁이 종결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쿠르잔으로 가기 위해 떠나려고 했으나.. 자길 막아서는 기사들을 보며 은은하게 밀려오는 화를 삭혀야만 했다.
" 전쟁도 다 끝났고 날 위험하게 할건 없어요. "
" 공작께서는 자신이 돌아오실때까지 당신을 지키라고 말하셨습니다. "
하,
그랬단 말이지.
리오는 이내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는듯 하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이후 당신들에게 벌어질 모든 일들은 다 내가 책임질테니까 떠나게 해주세요."
곤란한듯한 표정을 짓던 기사들은 리오의 말에 겨우 입을 열었다.
" 공작께서는 기다리시면 오실것같습니다만, 리오님은 왜 이리 급히 떠나시려 하십니까? "
리오는 기사들의 물음에 ....공작님을 지금 당장 보러가지 않는다면, 정말 영영 사라져버릴것 같아서요. 라는 말을 꾹 눌러 삼켰다.
" ... 해야, 할 말이 있어서요. "
짧고 간결한, 그러나 의미가 다 담긴 답에 기사들은 한숨을 폭 내쉬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가시길 원하시니 보내드리지만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합니다. .. 당신이 다치신다면 저희가 공작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 "
" 걱정마세요, 아베스타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더 강인하니까요. "
" 무운을 빌죠. 리오님. "
" 다치지말고 조심하세요! "
리오는 기사들과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루테란 갈기파도 항구에 위치한 스퀘어홀의 노래를 연주했고 곧바로 레온하트를 떠났다.
“ 예?! 어디로 가달라는 말씀이십니까? ”
루테란의 정기선 플람베르그를 운행하는 선장은 리오의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뻔 했다.
“ 쿠르잔이요. ”
안되는걸까, 싶어 리오는 곤란한듯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늦으면 안될것 같은데.
“ 아무리 정기선이라고 한들 쿠르잔은 이제야 막 전쟁이 끝났기에 중단된 운행을 아직 하지 않고있습니다만.. ”
선장은 난처한듯 리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윽고 리오는 선장에게 물었다.
“ 그러면 현재.. 쿠르잔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
“ 방법이야 있죠.. 개인 배를 가지고 다니는 모험가들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것 같긴 합니다만.. ”
개인 배.
리오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알겠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선장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지금 자신이 쿠르잔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 .. 헤시아, 저 좀 도와줘요. "
리오는 지금 자신이 쓸수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후의 패나 마찬가지인 사람, 아니 실린인 헤시아를 찾아왔다. 헤시아는 리오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다가 슬며시 내려와있던 선글라스를 다시금 손으로 올리더니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 ...아니, 그 ...이제 막 전쟁이 끝난 쿠르잔에 가겠다고?? 리오 너 데런인데 괜찮겠어? 카제로스...는 사라졌다고 해도 그의 독기랑 아직 잔흔들이 남아있는 그곳에 갔다가는 너도 위험해질수 있어.
네가 몇달..아니, 그전부터 치면 정말 몇년일지도 모르겠네 .. 아무튼, 그 남자에 대한 소식이 전혀 안들려오니까 걱정되는건 알겠지만, 좀 진정하고..."
헤시아는 살짝 조급해보이는 리오를 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사랑이라던걸 모르던 저 데런을 누가 저리 만들었는지 참. ...아, 맞다. 루테란의 공작이었지. 참으로 대단해.
" 진정하게 안 만들잖아요 상황이!!! "
" 어이쿠, 너 지금 진정 안한다.야. "
리오는 급했다. .. 자신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정말, 그남자가, 켈빈이 진짜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릴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는 .. 자신이 위험해지는 한이 있다고 한들, 쿠르잔에 가야만 했다.
" .. 뭐, 나도 ... 겸사겸사, 쿠르잔에 볼 일 있으니까. 같이 가자. "
헤시아는 제자리에서 일어나 통신석으로 선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 출항이다. 애들아. .. 목적지는.. 쿠르잔. "
이윽고, 리오와 헤시아는 배에 올라 기에나의 바다로 나왔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항하는 헤시아의 배. 그리고 얼마 안있어 바닷바람이 훅 하고 불어와 새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이 흩트러지며 시야를 가리는 탓에 헤시아는 머리카락을 대강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슥 넘겼다.
" ..리오, 너는 공작이 걱정되서 쿠르잔에 가는거야? "
잠시 눈을 감고 갑판에 서있던 리오는 헤시아의 물음에 느릿하게 눈을 떠, 답했다.
" ... 절반이에요. "
" 절반? "
리오의 물음에 헤시아는 가만히 고갤 기울이더니 이어지는 답을 기다리는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 ... 하고싶은 말도 있고, 걱정도 되고.. 그래서요. 그래서 쿠르잔에서 보게되면 꼭. .."
" ...음~ 케이 공작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게? "
헤시아는 안봐도 뻔하다는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오는 가만히 말을 하다가 이어지는 헤시아의 말에 화들짝 놀란듯 고개를 저었다.
" 아,아니요?! 무슨 그런 소리를...!!! "
아니긴 뭘 아니야. 다 티나는데.
차마 이 말까지는 소리 내어 할수 없던 헤시아는 시선을 돌려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 와중에 서서히 주변이 흐려지더니 실마엘 장벽으로 감싸져 있는 바다가 가까워온다.
이들의 목적지인 쿠르잔에 거의, 도달하기 직전이란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헤시아는 가볍게 계단을 뛰어올라 선원들에게 말했다.
" 에슈, 쿠르잔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
" 선장님, 걱정마. 금방 도착이야~ "
헤시아는 다시금 고갤 돌려 리오에게 들었냐는듯 상큼하게(...) 윙크를 해보였다.
진짜, 이상하긴 정말 이상한 실린..
리오는 제 뒷목을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정박 준비를 하라고 선원들에게 말하는 헤시아를 보다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쿠르잔의 베스페르, 누트 정박지에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공작님을, 아니 켈빈을 만나러 갈수 있겠구나 싶어서.
" 휴... 다행이네. 카제로스의 기운이, 해안에는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야. "
헤시아가 가볍게 손짓하더니, 배가 천천히 누트 항구에 정박한다. 리오는 천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항구로 걸음을 내딛었다.
" 헤시아, 고마워요. "
" 이정도로 뭘, 공작을 꼭 찾길 바랄게. 리오. "
배 갑판을 손으로 짚고 서있는 헤시아가 리오를 내려다보며 손인사를 하다가 다시금 내려간 선글라스를 고쳐쓴다.
..음, 그나저나 아페이론도 사라졌던가?
아크라시아를 어둠에 삼키려 들었던 전쟁이 드디어 끝나, 모든 곳이 복구작업이 한참이었기에 다들 정신이 없고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기에 쌓여진 짐들을 피해서, 리오는 사람들을 피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던 와중에 리오의 눈에 보인 루테란 기사들.
" 허억.. 잘됐다... 안녕하세요, 기사님...들... 하아... 혹시 왕의 기사는 어디,계시나요...? "
뜀박질로 인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헐떡이는 수준이었지만 간신히 말을 다 이은 리오의 물음에 루테란 기사들은 잠시 당황해하는듯 싶다가 이내 리오의 물음에 답했다.
" 왕의 기사님 말씀이십니까? ...기사님과 연합군이 안타레스 산에서 귀환하셨다는 보고를 들었으니, 아마 지금은 아비도스 주둔지에 에스더분들과 함께 계실겁니다. "
" 감사합니다. .. "
리오는 공작님의 행방에 대해 정확히 알려준 기사에게 가볍게 목례 인사를 했다.
그러다, 한 기사가 자신을 놀라는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걸 보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 그나저나 리오님..은 왜 여기 계십니까?? 기사님의 명으로 레온하트에 계실줄 아셨습니다만.. "
아, 켈빈. 아니.. 공작님이랑 잘 아는 기사분이시구나. 음, 일단.. 급하니까,
" .....죄송합니다.. 그거 ...제가 다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리오는 기사들에게 머슥하게, 웃어보이다가 떨리는 손으로 플루트를 꺼내 이내 아비도스 주둔지 스퀘어홀로 향하는 노래를 연주했다.
...
이윽고, 리오는 아비도스 주둔지에 도착했다. 쿠르잔 전선을 지키고 버텼던 연합군들의 주둔지. 길고 힘겨웠던 전쟁이 끝났기에, 정신없고, 소란스러운 와중에 서포터들이 부상자들을 치유하려고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들도 보였다.
공작님은 어디에 있으실까. 그래도 연합군 전력의 큰 축을 담당하셨던 분이니까, 역시 에스더분들과 같이 계시려나.
리오는 주변을 둘러보다, 저멀리서 익숙한 독수리 문양의 갑옷을 입은 남자. 실리안을 발견했다. 전쟁 이후 후처리를 논의 중이었던건지 실리안의 주변에는 다른 에스더들도 모여있었고, 그리고 ..
자신이, 카제로스의 독기와 잔흔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이 땅에 서스럼없이 발을 들일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정말로 걱정했던 남자도 있었다.
.. 아,
정말 다행이다.
리오는 공작님, 아니 켈빈이 무사한것을 제 두눈으로 확인하자 머리로 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가 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그를 향해 뛰어나갔고 켈빈의 뒤에서 두팔로 꼭, 끌어안았다.
잠시동안의 정적, 이윽고 살짝 놀란듯한 켈빈의 목소리.
" ... 리오군, 정말 자네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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