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청명|센티넬버스AU+현대] 상하관계









   * 늘 그렇듯 개연성은 팔아먹었습니다…….

   * 좀, 그렇…고…… 그런? 분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썰로 풀 땐 진짜 맛있었는데 글로 푸니까 영 그렇네요 ㅎㅏ…….

   * TW : 유혈, 욕설







   [일소청명|센티넬버스AU+현대] 상하관계

   - 가이드 장일소 × 센티넬 청명









   청명이 겉옷을 벗어 바닥에 거칠게 내팽게쳤다. 개 같은 새끼.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은 입술을 소매로 벅벅 문지르던 청명이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며 몸을 확 돌렸다. 동시에 쐐액 날아간 얇은 검이 그대로 장일소의 목 옆을 스치고 벽에 콱, 틀어박혔다. 장일소의 목 옆으로 얇게 붉은 선이 그어졌으나 그는 그저 태연하게 웃을 뿐이었다.

   "야,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나한테 입술 쳐부비지 말라고 했지."

   "흐음, 이거 서운하구나. 기껏 도와줬더니 돌아오는 게 이런 타박이라니."

   눈썹까지 늘어트리며 서운한 척, 말을 흘리는 그에 청명이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느물느물한 태도로 태연자약하게 구는 꼴을 보고 있자니 다시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저 목에 칼을 박아넣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청명은 그럴 수 없는 입장이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이들 중에서, 저 개 같은 놈이 저와의 궁합이 좋은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저 놈을 죽여버리고 다른 녀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게 아니냐 날뛴 적도 있었으나, 당연하게도 그 의견은 묵살 당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청명이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겠지. 화산의 주 전력 중 하나인 청명이 빠지면 입지가 위태로워진다. 호시탐탐 화산의 몰락을 노리는 놈들이 있었기에, 청명의 부재는 더더욱 있어선 안됐다. 하지만, 청명은 저 자식이 죽도록 싫었다. 자신이 저 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을 알고서, 자신에게 풀어내는 그 진득하고 질척이는 욕망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였다.

   "꺼져. 꼴 보기 싫으니까!"

   청명의 으름장에도 장일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청명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벽에 기대어있던 장일소가 청명에게 성큼 다가섰다. 청명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키에 위협적으로 보일만도 했으나, 청명은 되레 그런 장일소를 죽도록 노려볼 뿐이었다.

   "꺼지라는 말……."

   다시 한 번 떨어지려는 낮은 목소리에 장일소는 입을 여는 대신 청명의 뺨을 느리게 쓸어냈다. 닿아오는 서늘한 체온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가 제 몸에 손대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청명이 아니였기에, 그가 그것을 쳐내기 위해 손을 든 찰나였다.

   "이런……. 매화야, 아직도 모르는구나."

   "뭐?"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로 웃음을 흘리던 장일소가 청명의 되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그저 삐뚜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맞춰볼테면 맞춰보라는 듯, 약올리는 듯한 태도에 청명이 얼굴을 한껏 구기며 장일소의 손을 팍, 쳐냈다. 장일소는 구태여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쳐내진 손을 만지작이던 장일소가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건 순순히 말해주면 재미없지 않겠니? 응?"

   "미친 놈."

   으르렁 대며 뱉어진 거친 욕설에도 장일소는 느긋한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이내 몸을 돌리는 그의 긴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나중에 보자꾸나. 저 검이 내 목에 틀어박힐까 살 떨려서 여기 더는 못 있겠으니 말이야. 하하핫!"

   그가 완전히 자리를 뜬 후에야 청명이 그가 서있던 자리에 침을 퉤, 뱉었다. 그가 남기고 간 말과 웃음소리가 청명의 등 뒤로 진득하게 달라붙어대는 것 같아 불쾌했다.



   ***



   얇은 검 끝이 허공을 가르며 매화를 은은하게 흩뿌렸다. 한참을 싸웠음에도, 청명에겐 지친 기색이라곤 없었다. 그의 이능력 자체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화산의 최고 전력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그의 탁월한 전투 센스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능력으로 상대를 교란시키고, 검으로 단숨에 무력화 시킨다. 말로는 간단하게 들릴 수 있으나, 그가 피워내는 매화는 자칫 잘못하면 시전자 역시 현혹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는 실력은 누구나 쉽사리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가 피워내는 매화 사이에서 검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청명의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할 지경이다.

   장일소 역시도 그 매화에 현혹된 이들 중 하나였다.

   허상에 휘둘려 지독한 탐욕을 드러내는 머저리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별 수 있나. 저리도 탐이 나는 것을. 탐이 나는데도 온전히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났다. 이 장일소가 말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기어코 손에 넣어야지만 직성이 풀리던 자신이, 저 청명이라는 인간 하나를 손에 넣지 못해 이리 안달이 나는데도, 장일소는 그것이 불쾌하긴 커녕 기꺼웠다. 청명이 알면 불쾌해 하겠지만, 언제는 자신이 그런 것을 신경쓰던 이였던가? 붉게 칠해진 입술을 혀로 훑던 장일소가 느긋하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피가 사방으로 튀는 싸움터로. 마주친 매화빛 눈동자가 크게 띄였다. 장일소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림과 동시에, 청명과 맞서던 이가 소리를 내질렀다.

   "저기, 저 새끼부터 죽여!"

   동시에 둘이 몸을 틀어 장일소에게 달려들었다. 장일소는 굳이 그들을 피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순간, 파도와 같은 매화가 달려들던 둘을 휩쓸어버리듯 밀어냈다. 그 매화 사이를 비집고 청명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비명소리가 끊기고, 고요해진 주변에 청명이 거칠게 숨을 터트렸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장일소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방금 그 행동이 일부러였음을 눈치챈 것 같았다.

   "야, 이, 개 같은……."

   말은 미처 이어지지 못했다. 청명의 무릎이 휘청대며 꺾이고, 이내 풀썩 주저 앉았다. 검을 바닥에 박아넣은 체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숨을 허덕이는 모습은, 꽤나 힘겨워 보였다. 장일소가 느긋한 미소를 띄우며 청명에게 다가갔다. 숨통을 조이고,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는 고통에 청명은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장일소가 뒷짐을 지고 살짝 상체를 숙인 체 청명을 내려다보았다. 흐르는 목소리가 퍽 상냥했다.

   "힘들어 보이는구나."

   "……."

   "가능한 한 너그럽게 넘어가고 싶었지만……. 역시 조금 괘씸해서 말이야. 슬슬 알려줄 때가 된 것 같군 그래."

   "뭔, 헛소리, 를……."

   장일소는 대답 대신 청명의 몸을 훌쩍 안아들었다. 아, 물론 그의 검을 챙겨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청명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고통에 입술만 자근, 물어댔다.



   ***



   여전히 고통에 힘겨워하는 청명을 툭, 내려둔 장일소가 그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단숨에 많은 힘을 퍼부은 청명은, 아직도 진정하지 못한 탓에 바닥에 몸을 늘어트린 체 허덕였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장일소가 의자에 몸을 느긋하게 앉혔다.

   "매번 날뛰던 모습만 보다 이리 얌전한 모습을 보니 색다른 걸?"

   그런 장일소를 노려보던 청명이 다시금 몸을 움츠리며 덜덜 떨었다. 온 몸이 섬세하게 조각나는 기분이었다. 이러다 정말로, 죽을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발목부터 스물스물 타고 올라왔다. 덜덜 떨리는 손이 장일소의 발목을 꽉 붙들었다. 장일소의 눈매가 즐겁다는 듯이 부드럽게 휘었다.

   "개, 같은 장난, 치지 말고, 빨리……!"

   청명의 말에도 그는 그저 고개를 기울일 뿐이였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그 가증스러운 태도에 청명이 다시금 욕설을 뱉었다. 청명의 일관된 태도에 과장되게 한숨을 뱉은 장일소가 쯧쯧 혀를 찼다. 검은 구두 코가 청명의 턱 밑을 꾹 올렸다. 절로 들린 고개가 장일소와 마주쳤다.

   "매화야, 매화야. 아직도 내세울 자존심이 남은 모양이로구나. 나야 네가 여기서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아. 센티넬이 죽는 일이야, 임무 중 '사소한 실수'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 않니."

   청명이 바득바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수록 장일소의 미소는 서서히 짙어졌다. 원래 이런 싸움은,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이 지는 싸움임을 장일소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넌 그리 쉽게 죽어선 안 될 사람이지."

   "이……."

   "안 그래?"

   "……."

   "그러니 매화야, 내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대로 부탁해야하지 않겠니?"

   몇 번이나 덜덜 떨리는 입을 달싹이던 청명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였다. 표정을 누그러뜨린 청명이 장일소의 무릎께를 손으로 감싸 짚고는, 눈을 꾹 감은 체 그의 다리에 고개를 부볐다. 장일소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 제, 발……."

   청명의 목소리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고통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진 알 수 없었다.

   "도, 와줘……. 제발……."

   장일소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뭐, 완전히 만족스럽진 못했으나, 이 정도면 제법 눈 감아줄 법한 사랑스러움이 아닌가.

   "이런……. 이렇게나 간절히 애원하는데,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겠지."

   이내 장일소는 청명의 몸을 가볍게 들어 제 허벅지 위로 마주 보도록 앉혔다. 청명이 거부감을 표하듯 움찔였으나, 그 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장일소의 엄지 손가락이 더운 숨을 색색 내뱉는 청명의 잇새로 슬슬 파고들었다. 청명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고 순순히 입을 벌려냈다.

   "착하구나."

   붉은 혓바닥을 엄지 끝으로 꾹 누르며 다른 손가락들론 청명의 턱을 감싸쥐듯 움켜쥔 장일소가 그를 가볍게 당겼다. 저항없이 끌려온 청명의 입술과 장일소의 입술이 부딪혔다. 곧 장일소가 진득하게 붙어왔다. 청명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데도 장일소는 숫제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다.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집어삼켜버리겠다는 듯이. 장일소의 다른 손이 청명의 등허리를 단단히 끌어안다가, 그의 옷 끄트머리를 손끝에 걸어 살살 들어올렸다. 청명은 눈을 꾹 감기만 할 뿐, 역시나 그 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장일소는 그것이 기꺼워서, 그와 자신의 위치가 마음에 들어서, 입 맞추는 사이로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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