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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知 :: 순응의 대가

성장 로그 (1) :: Ling Xiao Lily Lietz

유포니엄 아카데미.

부모님께 처음 허락 받았던 첫 공식 외부 활동이자 첫 사회생활. 어느 누가 17살에 비로소 외부 활동을 시작하느냐 묻는다면 확실히 링의 상황은 비이상적이긴 했다. 기껏 밖을 나가보았자 시내였고, 그것도 2-3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누리는 잠깐의 유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링은 언제나 바깥을 꿈 꾸었다. 책에서만 보던 한정된 세상이 아닌, 잠깐의 유희로 들었던 짧은 경험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꿈 꾸었다. 그러나 집 안의 모두는 링에게 바깥은 위험하다고 그렇게 속삭였다. 이 모든 건 너를 위한 것, 이 모든 건 너를 걱정하고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그러나 링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차고 넘치게 알고 있었지만 바깥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에게 무엇이 위험한지 이해해야 한다고 윽박질러 보았자 이해할 수 있을리가 전무했으니까. 그러나 링은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법을 몰랐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밖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진실은 링은 그것이 틀렸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링의 작은 세계는 그것이 아주 당연했으니까.

언제나 마음 속에서 꿈꾸던 링은 비로소 별의 아이로써 집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링에게 허용된 잠깐의 이상이었다.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것도 별의 아이로서 보낸 특별반에서의 나날도 모두 즐거운 것 뿐이었다.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듣는 것도. 나와는 다른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일은 방 안에서만 있던 나날을 망각하게 했다. 그러니까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것 말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치만 지금을 즐겨야만 후회는 없을 것 같았는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으려나. 앞으로의 일은 전혀 상관없을 정도로 아카데미의 생활이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더할 나위 없이.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는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민망한 웃음을 보이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하는 계획 없는 의미없는 대답 밖에 하지 못했다. 매번 연락을 주고 받던 부모님은 자신이 졸업하면 집으로 돌아올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셨고, 링은 그들의 걱정과 바람을 무시할 정도로 매정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제대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구나, 아 멋있다, 하며 박수를 쳐주는 일이 링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링은 무엇도 깨닫지 못했다. 여전히 3학년의 마지막을 후회없이 지내보자는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 찼었으니까.

그렇게 3학년을 마무리하고 꽃다발과 졸업장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아,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집 밖으로 나왔다고 기뻐하던 그 시절을 뒤로하고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익숙한 향기. 익숙한 공간감. 익숙한 소음들. 방 한켠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던 링은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자신은 이곳을 그리워 했었나?

아아, 아니다. 자신은 아카데미에 다닐 적 단 한 번도 이곳을 그리워한 적이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바람 하나를 이루었다 생각한 링은 비로소 자신이 이루어낸 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자신이 원한 건…… 단지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여전히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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