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글

쌍둥이의 예상치 못한 문제점

August8ight by Ros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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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고등학교의 재간둥이 쌍둥이, 이동혁과 이해찬. 이 둘은 쌍둥이 중에서도 유독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쌍둥이니까 똑닮은건 당연하겠지만, 이 둘은 이목구비부터 볼에 콕콕콕 박힌 작은 점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게다가 스타일도 비슷, 성격도 비슷, 버릇도 비슷. 거의 도플갱어 수준이라, 한명씩 떨어져 있으면 10년지기 친구도 구분 못하는게 이 둘이었다. 이런 둘에게도 다른 점이 단 한가지 있기야 했는데, 바로 취향이었다. 동혁은 귀여운 사람을 좋아했고, 해찬은 큐티 보다는 섹시가 좋았다. 물론 그거 가지고 둘을 구분하기는 어려웠지만.

"야.. 지성이 진짜 귀엽지 않냐."

"작작해라."

동혁의 말에 해찬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말을 벌써 몇번째 듣고 있는건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해찬이 그러거나 말거나 동혁의 시선은 운동장 한켠을 향해 있었다. 동혁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리고 해찬을 질리게 만드는 인물은 다름아닌 한 학년 후배 박지성이었다.

"귀엽지 않냐구우우"

"어어, 않다구우우. 키 봐라, 니보다 큰데 뭐가 귀엽냐?"

"키랑은 상관 없거든?"

해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소에는 죽이 잘 맞는 편인데도 박지성 얘기만 나오면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답정너야 뭐야. 해찬이 지겹다는 표정으로 듣던지 말던지 동혁은 온갖 주접을 다 떨어대고 있었다. 정작 앞에 서면 아무말도 못하고 친한 선배 따위의 역할만 하는 주제에, 없는데서는 입이 쉬질 않았다. 사실 이 정도면 해찬도 포기하고 수긍해줄만 한데, 유치한 성격은 어디 안가는지 매번 왁왁대며 투닥거렸다.

동혁의 지독한 짝사랑이 시작된건 지성이 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동혁이 2학년일 때, 신입생들 사이로 불쑥 솟아있는 머리 하나를 발견한게 시작이었다. 그 순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냐? 그건 또 아니었다. 첫인상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키 엄청 크네.' 이 정도였으니.

둘의 인연이 닿은건 동아리에서였다. 다른 학교로 공연까지 다니는 명실상부한 드림고의 자랑, 댄스부. 그때의 동혁은 3학년 선배에게서 부장직을 갓 물려받은 상태였고, 지성은 동아리에 갓 들어온 신입 부원이었다. 동혁은 혼자 알아봤던 내적친밀감 덕분에 지성에게 곧잘 치근대곤 했는데, 지성은 낯을 심하게 가리는지 그걸 영 불편해했다. 저 성격으로 어떻게 공연을 하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춤을 출 때만큼은 열정적으로 바뀌는걸 보고 마음이 동했더랬다.

어떤 분야든 눈치가 백단인 동혁은, 자신이 지성을 좋아한다는걸 깨닫자마자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일단은 좋은 선배가 되는게 목표였다. 좋은 선배, 친한 선배, 친한 형, 썸남, 애인. 이렇게 한칸 한칸 계단을 밟아가고 싶었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계단은 한칸한칸이 동혁의 키를 훌쩍 넘을만큼 높았다. 팔을 위로 쭉 뻗어도 닿지 않는 느낌. 하지만 동혁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쌍둥이로 살면서 자기 몫을 알아서 챙겨야하는 생존본능 덕이었다.

지금의 단계는 친한 선배. 아마도? 1년이나 걸려서 겨우 '친한 선배'의 계단에 올랐다. 이제는 농담따먹기도 하고, 간간히 스킨십도 하는걸. 원래도 스스럼없이 하는 스킨십을 지성에게는 유독 많이 해댔다. 대뜸 가서 끌어안는다던가, 머리를 쓰다듬는다던가. 사심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렇다고 욕심껏 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던 지성도 이젠 불편한 기색도 없이 동혁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으으, 오해하게 되잖아! 이따금씩 이런 생각이 들때면 동혁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좋으면 고백을 해, 겁쟁아."

창밖의 지성과 눈이라도 마주쳤는지 멍청한 얼굴로 손인사를 보내던 동혁에게 해찬이 말했다. 힐끔 내다본 운동장 스탠드에는 지성이 교실로 올라오려는듯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동혁은 지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멍청한 얼굴을 휙 바꾸고는 해찬을 바라봤다.

"아직.. 계단을 못밟았어."

뭔 개소리야. 해찬은 인상을 구겼다. 갑자기 뭔 계단 타령인지, 이해하기 싫었다.

"곧 만우절이잖아."

해찬이 주욱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만우절이 뭐 어쨌는데. 동혁은 다음 말을 이어서 하라는듯 가만히 해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백 한번 해보라고. 거절 당하면 장난이었다고 하면 되지."

답변은 심플했다. 그러나 동혁은 전혀 상상도 못했는지 원래도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곤 해찬을 바라봤다. 미친, 너 천재야? 해찬은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남들은 저와 동혁이 똑같다고 말하지만, 내가 쟤보단 낫지 싶었다. 동혁은 어떻게 고백해야 거절 당했을때 어색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벌써부터 차일 각오를 하는게 좀 서글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없는 상태였으니.

드디어 밝아온 4월 1일의 아침. 다행스럽게도 금요일이었다. 만약 고백에 성공하면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실패하면 주말동안 마음을 다 털어내야지. 동혁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해찬은 거울 앞에서 결의를 다지는 동혁이 꼴사납다고 생각했다. 고백 하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저래. 짧은 19년 평생 고백을 받아만 본 해찬은 절대 이해도, 공감도 못할 상황이긴 했다. 물론 동혁의 상황도 그닥 다르지만은 않아서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것이었지만.

"야, 까먹지 말고 명찰 내놔."

"니나 내놔."

둘은 현관에 서서 명찰을 교환했다. 사실 오늘의 계획은 동혁의 고백만 있는게 아니었다. 오늘은 만우절이고, 둘은 친구들도 구분 못할 쌍둥이니까. 교실을 바꾸는 장난을 치는건 숙명이었다. 매년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다. 매년 아무한테도 안들켰으니, 이번에도 자신 있었다. 이게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예상치 못한채 둘은 낄낄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동혁은 1반으로, 해찬은 2반으로. 평소와 반대로 교실에 들어섰다.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도 하고, 익숙하게 제 쌍둥이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야, 해찬아. 누가 너 부른다."

지금은 3교시 쉬는시간. 해찬이 3교시 한국사 수업을 듣다가 결국 장렬히 전사하여 동혁은 1반에 있었다. 해찬의 공책을 아무거나 꺼내서 구석에 낙서를 하던 참에, 누군가 찾아왔다. 동혁은 저를, 아니 해찬을 찾아올만한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는 뒷문으로 향했다.

"엥, 지성아?"

불투명 유리 뒤편으로 웬 커다란 그림자가 보이더라니, 서있는건 다름아닌 지성이었다. 뭔가 할말이 있어보이는 얼굴로 우물쭈물 서있었다. 동혁은 저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움찔했다. 아, 나 지금 이해찬이지. 해찬은 지성에게 절대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동혁이 좋아하고 있으니까. 해찬 나름의 배려랄까? 동혁은 괜히 제 뒷머리를 쓸었다.

"무슨 일이야?"

"아, 저.. 선배, 이따 점심시간에 잠깐 뵐 수 있을까여.."

지성의 말에 동혁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벚나무 밑에서 만나요. 이 말을 끝으로 지성은 꾸벅 인사를 하고 제 반으로 돌아갔다. 동혁은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룰루랄라 제자리로 돌아갔다. 제가 해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서 말이다.

동혁은 4교시가 끝나자마자 냅다 급식실로 달려가 점심을 먹고, 열정적으로 양치도 하고, 해찬의 사물함을 뒤져 평소엔 잘 뿌리지도 않는 섬유향수를 칙칙 뿌렸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르는 건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성이 저를 따로 불러주었다는 사실이 무진장 기쁠뿐. 동혁은 3학년보다 점심을 늦게 먹는 2학년, 지성을 벚나무에 기대어 기다렸다. 아마 지성이 보자고 한 나무는 이거겠지. 학교 뒤에 서있는 엄청 커다란 벚나무는 학생들 사이에서 고백 명소로 통했다. 벚꽃이 만개하면 엄청 예쁘니까. 올해는 벚꽃이 좀 늦은 편인지 꽃봉오리만 잔뜩 달고 있었다.

"선배!"

멀리서 지성이 오는게 보였고, 동혁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만약 해찬이 옆에 있었으면, 멍청해 보인다고 할만한 표정이었다. 둘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드디어 지성이 동혁의 앞에 섰다.

"저, 저.. 엄청 긴장되니까 손 한번만 잡아주세요."

마주서자마자 본론부터 꺼낼 생각인지, 지성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손을 덜덜 떨며 부탁을 하기에 동혁은 흔쾌히 지성이 내민 두 손을 감싸쥐었다. 아, 어쩌지. 너무 좋아. 동혁은 맞잡은 지성의 손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지성은 연습하듯 작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동혁은 그가 하고픈 말을 꺼낼 때까지 보채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이제 친한 서,선후배 사이는 그만했음 좋겠어요. 그,러니까.. 후우.. 좋아해요, 선배.."

말하는 내내 바닥만 보던 지성이 고개를 휙 들고서 동혁을 바라봤다. 귓가며, 목덜미까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맞잡은 손은 계속해서 움찔거리며 떨리고 있었으나, 눈동자가 오로지 저를 향해 있어서, 동혁은 저도 모르게 지성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계단 한칸 밟으려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을 밟은 기분. 그게 싫은게 아니었다. 너무 좋다는 말이지. 꽃봉오리만 잔뜩 있는 벚나무에서, 조금 이르게 핀 몇 송이의 벚꽃잎이 흩날렸다. 여기 고백 명소 인정이다.

"뭐.. 그래, 축하한다?"

지성과 점심시간 내내 벚나무 뒤에 숨어 꼭 끌어안고 있다가, 하교 시간에 다시 만나기로 손가락 걸어가며 약속까지 하고 교실로 올라온 동혁이, 잔뜩 신이나서 해찬을 앞에 두고 재잘댔다. 고백을 하려고 한 날에, 고백을 하려고 한 사람에게, 되려 고백을 받을 확률은? 정확한 수치까진 모르겠고, 일단 기적이라는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해찬은 뭐, 시큰둥한 반응으로 축하를 전했다. 저랑 똑같은 얼굴이 저 멍청한 표정을 짓는 꼬라지를 이젠 매일 봐야한다는 점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동혁이 저리도 좋아하니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근데 너 말은 했냐?"

"뭘?"

해찬은 동혁의 명찰을 톡톡 건드렸다. 이거 말이야, 멍충아. 동혁의 시선이 해찬을 팔을 타고 손까지 내려와 명찰에 닿았다. 이해찬. 방금까지도 기쁨에 차있던 동혁의 얼굴이 일순간에 굳어졌다. 이 바보가 오늘 뭘 하려 했는지도 까먹었던 모양이다.

"..안되겠다."

"뭘 어쩌게."

"너 그냥 오늘부터 이동혁 해. 내가 이해찬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튀어나온 말에, 해찬은 얼척이 없었다. 풉, 비웃음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았다. 동혁은 진짜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해찬은 쌍둥이라지만, 제 동생이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꼭 놀리고 싶어했다. 이번이라고 다를바는 없었다.

"그럼 지성이가 좋아하는건 나인가?"

능청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하자, 동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 저 얼굴 보기 재밌어서 이 짓을 못끊지. 아주 흡족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좀 짓궂긴 했는지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듯 떨리고 있었다. 어휴, 뭔 장난을 못치겠네.

"걔가 나랑 뭔 접점이 있다고 날 좋아하겠냐."

나름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동혁은 시무룩한 얼굴을 차마 펴지 못했다. 예비종이 울리고, 동혁이 털레털레 1반으로 돌아갔다. 해찬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동혁 멍청이.

"지성아"

학교가 파하고, 동혁은 지성의 반을 찾았다. 가방을 챙기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지성이 동혁을 보자마자 예쁘게 웃으며 쪼르르 다가왔다. 동혁이 지성의 반을 찾는게 한두번이 아닌지라 반 친구들은 그냥 동혁에게 인사만 가볍게 건네고는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찾아온 이가 동혁인지 해찬인지도 그닥 관심 없었다.

"어, 명찰 뺐네요."

동혁의 앞에 마주선 지성이, 텅 비어있는 가슴께를 보고 말했다. 동혁은 괜히 양심이 뜨끔했다. 아, 어, 그냥.. 답지않게 버벅대며 답하자, 지성은 푸스스 웃어보였다. 동혁은 어색하게 저지를 여몄다.

"저는 이게 더 좋아요."

무슨 뜻이지? 동혁은 알 수 없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지성은 별다른 말 없이 동혁의 옷소매를 잡아당겨 걸었다.

"저, 그, 이제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학교를 벗어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걸었다. 안그래도 깍지까지 끼고 잡은 손 때문에 심장이 터질지경인데, 형이라니. 동혁은 이 순간이 꿈인가 싶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고혈압으로 쓰러지는거 아니야?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동혁은 잡생각은 뒤로 넘겨버리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제가 얼마나 지성에게 형이라고 불리고 싶어했는지, 지성을 모를테지.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렸다. 얘는 내가 해찬인줄 알텐데.. 이럴 때만큼은 저와 똑같이 생긴 해찬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다르게 생기지 그랬냐..

"어서 들어가."

지성의 집앞에 도착했다. 동혁은 말과는 다르게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놓으려던 손을 손끝으로 살짝 잡고있었다. 정류장에서 좀만 더 멀어도 좋을텐데. 보폭을 줄여 느릿느릿 걸어왔지만 도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성도 아쉬운지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내일, 내일 또 만나자. 10시에 데리러올게."

동혁은 버릇처럼 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에 지성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움직였다. 그리곤 동혁을 잡아당겨 한번 꼬옥 안아주더니 냅다 도망쳐 안으로 들어갔다. 공용현관 안에 숨어서 손만 방방 흔드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었다. 동혁은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걸 애써 내리려다가 광대에 쥐날뻔했다. 내일 10시가 기다려졌다.

"그으래애서—. 결국 말 못하고 집에 왔다? 그 말?"

해찬이 턱을 괴고 짜게 식은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묻자, 동혁이 시선을 피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얘 어쩌면 좋니. 해찬은 괜히 지끈거려오는 머리에,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혁은 동혁대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꿈에 그리던 지성과의 연애인데 시작부터 이렇게 꼬일 줄이야. 사실대로 말해야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나는 해찬이가 아니고 동혁이야. 이 말을 들으면 지성은 무슨 표정을 지으며, 무슨 말을 할까? 그게 너무 무서웠다. 착각이겠지만 저를 향해 수줍게 웃으며 고백을 해오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기에 더더욱 그랬다.

"내일은 꼭 말해라. 시간 지나면 더 말하기 어렵다."

해찬은 시무룩한 얼굴을 한 제 쌍둥이 동생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동혁은 이번에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렇게 풀이 죽는 애가 아닌데, 사랑 앞에서 쩔쩔매는 꼴이 어색했다. 그게 좀 불쌍하게도 보여서, 무어라 말을 해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원래 사랑은 좀 고달프게 시작해야 더 달게 느껴지는 법이란다. 터덜터덜 걸어서 제 방으로 돌아가는 동혁을 바라보며, 해찬은 쯧, 혀를 찼다. 이동혁 왕멍청이. 오늘따라 자꾸 생각나는 말이었다.

다음날, 오전 9시 30분. 동혁은 나름 꾸밀만큼 꾸며서 지성의 집 앞에 섰다. 이제 슬슬 더워질 법한 시기였으나, 아침엔 제법 쌀쌀한 날씨 덕에 코트까지 입고 제대로 멋을 부렸다. 첫 데이트라 설레는 마음 반, 진실을 말해야 하는 긴장감 반으로 늦은 새벽에야 잠이 들고, 이른 아침에 눈을 뜬 동혁은 몇시간 못잤지만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다. 오히려 약속시간이 너무 느리게 오는 것만 같았다. 발 동동 구르며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보다가, 9시가 겨우 넘어가는걸 확인하곤 냅다 집을 뛰쳐나왔다. 제 집에서 지성의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

"형? 언제 오셨어요?"

약속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지성의 집 공용현관이 열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지성은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모를 동혁을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동혁은 도착한지 얼마 안됐다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지성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입술을 삐죽거렸다.

"도착하셨음 연락 하시지.. 안추웠어요?"

"괜찮아. 진짜 얼마 안기다렸어."

동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하자, 지성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덥썩 손을 잡았다.

"안춥긴.. 손 다 얼었잖아요."

동혁은 정말 추운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성의 따끈하고 큰 손이 제 손을 덮고 있으니 왠지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지성은 동혁의 볼이 발갛게 물든걸 보고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제 집에 잠깐 들어가자고 권했다. 동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약간 추웠던 것 같기도 했다.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아냐아냐, 괜찮아."

집안에 들어서니 따듯한 공기가 화악 몸을 감쌌다. 둘은 지성의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과 묘한 분위기에 동혁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지금.. 말해야 하나..? 사실 해야할 말이 있긴 한데, 하기 싫었다. 첫 데이트잖아.. 이렇게 시작부터 끝내고 싶진 않았다. 설령 데이트가 끝나고, 지성이 제게 속았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해도, 첫 데이트만큼은 망치고 싶지 않았다. 동혁이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으니, 지성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희 부모님 안계시니까 너무 긴장 안해도 돼요. 들어오기 전에 말했어야 했는데."

아니, 그런 말을 하면 더 긴장되잖아.. 동혁은 속마음을 꾹 눌러담고는 아하하 그렇구나.. 하며 어색하게 답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외간남자(?)를 이렇게 함부로 들이면 어떡하니! 정말이지 머릿속이 멘붕이라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다.

"영화 시간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이만 갈까..?"

동혁은 얼추 체온이 오를 때까지 뻘쭘하게 앉아있다가, 시계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진짜 여기서 더 있다가는 지성에게 뽀뽀라도 갈길 것 같았는데, 영화시간이 저를 살렸다. 집에서 나온 둘은 영화관까지 걸어가는 내내 손을 꼭 잡았다. 착실하게 올라간 기온 덕에 한손으로는 코트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성의 손을 잡고 걸었다.

동혁이 예매한 영화는 요즘 한창 인기라는 로맨스 코미디였다. 사실 취향은 공포나 스릴러 쪽이 더 가까웠으나, 지성이는 그런거 못보니까. 지성은 예전에 스치듯 한 말을 동혁이 기억해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동혁은 저로 인해 기뻐하는 지성을 보며 행복해했고.

"진짜아.. 로코라더니 왜 슬픈 장면을 넣고 그러는 거예요.."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지성이 찡얼거렸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눈물을 퐁퐁 흘려버린 탓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중간에 연인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졌다가 후반부쯤 다시 재회하는 장면이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동혁은 그런 지성을 보며 자꾸만 웃음이 났다. 감수성이 풍부해 조금만 감동적인 부분이 나와도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조용히 우느라 몸을 움찔거리던 모습이, 그러면서도 꼭 잡은 손을 놓지 않던 모습이, 울고나니 퉁퉁 부은 눈을 가리던 큰 손이, 세수 후에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어 휴지조각을 붙이고 있는 얼굴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저 지금 못생겼죠.."

동혁이 가만히 웃으며 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지성은 뭔가 오해를 한 것인지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푹 숙이기에, 동혁은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추고는 얼굴에 붙은 휴지조각을 떼어주었다. 아니 귀여워. 그리고는 가방에서 도수 없는 동그란 안경을 꺼내 지성에게 건넸다.

"신경쓰이면 이거 써. 근데 진짜 귀여워."

지성은 배시시 웃고는 안경을 받아 썼다. 동혁이 귀엽게 봐줘도 부끄러운건 부끄러운 거니까. 동혁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가져온건 아니었으나, 안경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 안경을 쓴 지성이 얼굴도 보고 참 흐뭇했다. 과거의 이동혁 칭찬해.

영화 시간에 맞추느라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날이 좋기에 산책도 짧게 하고, 네컷사진도 찍었다. 지성은 사진 찍는걸 퍽 부끄러워 했으나, 첫 데이트니 기념하고 싶다는 핑계로 동혁이 이끌고 간 것이었다. 한장씩 사이좋게 사진을 나눠갖고 거리를 좀 돌아다니다가 해가 저물 쯤 집으로 향했다.

지성은 오늘 데이트가 만족스러웠는지, 좋았던 일들을 재잘대고 있었고, 동혁은 적당히 호응을 해주며 걸었다. 동혁 역시 오늘 데이트가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끝이 다가오는게 더 슬프게 느껴졌다. 지성의 집앞에 도착하면, 사실대로 말해야겠지. 이제 더는 나를 안보겠다고 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형, 피나요!"

지성의 집이 눈에 들어올만큼 가까운 거리의 가로등 아래. 한참을 재잘대던 지성이 점점 조용해지는 동혁을 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동혁은 그제야 입에서 피맛이 나는걸 느꼈다. 안절부절 못하는 지성을 보면서, 작게 웃어보였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근데 지성아, 나 할 말 있는데.."

"뭔데요?"

이제 말한다. 동혁은 작게 숨을 뱉어내고 말했다.

"나 해찬이가 아니고, 동혁이 형이야."

차마 지성의 얼굴이 변하는걸 볼 자신이 없어서, 동혁은 눈을 꾹 감았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가로등이 멀리서부터 켜져오고 있었다. 바로 위의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까지 지성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동혁은 슬쩍 눈을 떴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성의 표정이 묘했다. 뭔가.. 여러 감정이 섞여있는 듯한 표정. 동혁은 그게 어떤 감정들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지금 그 말을 왜 하는 거예요?"

"어, 어..?"

"저희 오늘 데이트 했잖아요. 근데, 근데.. 씨이.. 형 완전 짜증나요.."

동혁은 갑자기 눈물을 툭 흘리는 지성을 보고 화들짝 놀라 그를 달랬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제가 잘못한건 확실했다. 서툰 손길로 저를 달래주는 동혁을 보면서 지성은 서러워졌는지 눈물을 더욱 쏟아냈다. 진짜 눈물 많구나. 동혁은 이와중에도 지성에 대해 하나 더 알게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한참을 가로등 아래서 울던 지성이 겨우 진정을 하고는 동혁을 노려봤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요."

"응? 아.. 그냥 다 미안해.."

"진짜 형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뭘.."

"내가 형이랑 해찬 선배도 구분 못하고 고백한 것 같아요? 진짜 완전 어이없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지, 지성이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동혁은 지금껏 가족 외에는 저희들을 구분한 사람이 없었기에(심지어 친척들도 아직 못한다.) 막연히 너도 그런 줄 알았다며 해명했다. 심지어 해찬의 반으로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오해할만 하지 않았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성은 흥, 하고 삐친 척을 하더니 말했다.

"다음에 또 오해하면 진짜.. 해찬 선배랑 사귈 거예요."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그럼 안아줘요."

지성이 두 팔을 벌리고 동혁을 바라보자, 동혁이 그를 와락 껴안았다. 저보다 큰 녀석이 제게 안겨오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절로 났다. 내가 나인걸 알고 고백한 거였구나! 마침내 풀린 오해 덕에 침울했던만큼, 아니 곱절은 더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Epilogue 01

"안녕!"

"아, 안녕하세요.."

지성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댄스부 하나만 보고 드림고로 진학을 결정하고, 꿈에 그리던 댄스부에 들게 된 것까지는 계획된 바였으나, 댄스부 부장의 눈에 이렇게까지 들게 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입학식부터 동아리 가입 사이에 며칠이란 기간이 존재했으나, 그 기간동안 단 한번도 마주친적 없는 동아리 부장이란 사람은 저를 무슨 10년지기 친구마냥 살갑게 대했다. 며칠 지켜본 바로는 성격이 원체 쾌활하고 사교적인건 알겠는데,

"지성아, 너 너무 귀엽다."

이렇게까지? 지성은 괜히 달아오르는 귀를 매만지며 아녜요.. 라고 작게 말했다. 그래도 댄스부 부장이니까 친해져서 나쁠건 없었다만, 그런 생각을 하기엔 지성은 낯을 너무 가렸다. 게다가 동혁은 지성의 선망의 대상이었는걸. 사실 작년에 지성의 중학교로 공연을 왔던 드림고 댄스부 형들이 너무도 멋있었던게 진학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더랬다. 상당한 인원의 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안무 중에서도, 이상하게 동혁에게 유독 시선이 갔었다.

그 순간부터 동혁을 동경하게 된 지성은, 동아리에서 다시 만난 그를 보고 왜인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존재가 저에게 먼저 다가와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 머리를 쓰다듬고, 저를 귀엽다고 말한다면? 지성은 그럴때마다 심장이 쿵쿵대고 얼굴이 달아올라서 곤란했다.

"얘야? 그 팝핀 잘한다는 애가?"

"응! 지성이, 내가 젤 아끼는 부원."

동혁이 쌍둥이라는 사실은 댄스부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연습실에서 동혁이 구경온 해찬과 함께 있는 모습을 딱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그때 지성은 좀 당황했다.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그럴 법도 했으나, 그것보다는 동혁을 볼 때마다 설레던 마음이 해찬을 보자마자 뚝하고 정색을 한게 좀 더 큰 이유였다. 지성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동혁 선배가 좋아? 답을 내는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좋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좋고, 웃어주는 얼굴이 좋았다. 저를 향하는 그의 모든게 좋았다. 하지만 이런 제 마음을 전할 용기가 없어서, 지성은 입을 꾹 다물고 동혁의 곁에 머물렀다. 내 마음을 몰라줘도 괜찮아. 선배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누구랑 인사해?"

"아, 동혁 선배."

"으응, 그렇구나. 근데 너 진짜 신기한거 알아?"

"응? 내가?"

"동혁 선배님이랑 해찬 선배님 아무도 구분 못하는데, 너는 잘하잖아. 틀리는걸 본 적이 없어."

"그런가.."

운동장 스탠드에서 친구랑 얘기를 나누다가, 창가에서 저를 향해 손을 방방 흔들어 보이는 동혁을 보고 작게 인사를 하니, 친구가 신기하다는듯 말했다. 이에 지성은 눈동자를 도록 굴렸다. 동혁과 해찬이 많이 닮긴 했어도 좀 다르지 않나 싶었다. 동혁 선배가 눈썹도 조금 더 둥글고, 눈매도 더 둥글고, 콧망울도 더 동그란걸. 전체적으로 조금 더 동글동글하고 귀엽.. 아, 미치겠네.. 지성은 제 볼을 찹찹 때렸다.

제 마음 꽁꽁 숨긴게 벌써 1년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지성에게 살갑고, 친절하고, 또 다정했다. 하지만 지성은 그게 친한 후배, 아끼는 부원 쯤에게 해주는 일상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꽉 잠가둔 마음에 작은 구멍을 내어 새어나오는 감정을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 그의 곁에 머물고 싶은게 욕심이었던 걸까? 지성은 이 순간 마음을 먹었다. 4월 1일에 고백을 하자. 그러면 거짓말처럼 그가 받아줄지도 모르니까.

Epilogue 02

4월 1일 만우절, 2교시 쉬는시간 3학년 2반 교실.

"동혁아, 2학년이 너 찾아."

해찬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동혁을 찾는 사람이야 많았지만, 불투명 유리에 비친 저 커다란 그림자를 보아하니 박지성일게 뻔했다.

"울 지성이 형 보고 싶어서 왔어?"

역시나 뒷문에 서있는 지성을 보고는 해찬이 최대한 살갑게 인사했다. 박지성 앞에만 서면 멍청한 표정을 짓는 동혁을 따라하는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어, 뭐야. 선배가 왜 여기서 나와요?"

지성은 뭔가 우물쭈물 대다가, 해찬의 얼굴을 보더니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 이에 당황스러운건 해찬의 몫이었다. 얘 반응이 왜이래? 평소 동혁을 대하던 모습과는 딴판인 모습이었다.

"네가 나 불렀잖아~"

해찬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 설마 이제껏 아무도 구분 못했는데, 얘라고 하겠어? 하지만 지성은 여전히 건조한 눈으로 해찬을 보고 있었다. 제가 찾은건 선배가 아니라 동—.. 해찬이 다급한 손으로 지성의 입을 막았다. 그만, 그만! 지성은 인상을 잠시 구기고는 해찬에게서 떨어졌다.

"걔는 1반에 있으니까 거기로 가봐."

해찬의 말에 지성이 작게 고개를 꾸벅이곤 3학년 2반에서 멀어졌다. 곧 종이 울릴테니 아마 제 반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해찬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다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야야야야, 진짜 대박! 지성이가 먼저 고백했어! 이따 집에 같이 가기로 약속도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싱글벙글 웃으며 2반을 찾은 동혁이 신이 나서는 재잘대는걸 듣고 있자니 어이가 털렸다. 얘랑 나랑 똑같이 생겼고, 성격도 비슷하다고 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지? 내 취급 뭐야? 왠지 떨떠름한 기분에, 뭐.. 그래, 축하한다? 라며 시큰둥한 축하를 전했다. 동혁은 이번에도 해찬이 그러거나 말거나 잔뜩 신이나서 방방거리고 있었다. 해찬은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괜히 심통이 났다.

"근데 너 말은 했냐?"

마음 고생 좀 해보라지. 멍청한 이동혁.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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