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뱅] 하와이 해변에서

단편_롱디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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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울리는 알림소리. 새벽 6시를 알리는 소리였다. 박병찬은 일어나지도 않고 이불 속에서 손만 뻗어서 알림을 껐다. 천천히 일어나 눈을 뜬 그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번뜩, 핸드폰을 들어 메세지창에 들어갔다. 꿈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전날 나눈 대화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진짜 안온다고?”

박병찬은 인상을 썼다. 대화를 곱씹을수록 그의 미간 사이 골이 깊어졌다.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모든건 미국으로 떠난 그의 남자친구 최종수, 그의 휴가에서 비롯되었다.

“어 종수야. 너 휴가지. 이번에 형아가 끝내주게,”

“나 못가.”

“..뭐?”

“나 이번에 하와이 가기로 했어.”

뜬금없는 최종수의 하와이 여행은 박병찬을 충분히 빡치게 했다. 항상 휴가땐 동거하는 집으로 왔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시간되는 선수들끼리 하와이 여행을 간다고 자기도 갈거라는 거다. 최종수가 오기 전에 항상 하듯 여행 계획을 짰던 박병찬은 최종수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이번엔 계획짜지 말라고 했잖아.”

“이유도 말 안해주고 짜지말라고 하면 내가 안하겠냐?”

“그건..그렇네.”

그리고 싸웠다. 예상할수있는 결과였지만 박병찬은 여전히 화가 났다. 말도 없이 여행을 가서? 아니. 자기는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것도 아니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롱디가 힘든거라고. 박병찬도 최종수도 그 점이 걱정되긴 했다. 물론 박병찬은 농구를 위해 미국으로 가는 종수를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괜찮을거라고 했다. 매일 연락하면 되는거고 연락이 안되는날이라도 내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약속한건 휴가엔 꼭 만나자고 했다. 한쪽이 휴가가 아니더라도 얼굴은 꼭 보자고.

“..계속 지켰었는데..”

그 약속이 깨져버렸다.

박병찬은 조금 불안해졌다. 다음에도 그다음 휴가때도 못보게 될지도 몰라서. 어쩌면 쭉 못볼까봐. 항상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랬지만 속은 아니었다. 불안했다. 롱디를 하며 불안하지 않을 커플이 어디있을까. 이들도 그저 평범한 연인 사이니까,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박병찬은 마른 세수를 하곤 폰을 들었다. 종수에게 연락이 와있었지만 보지 않았다. 폰 전원을 꺼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병찬이 아니었다.

“나라고 못갈건 뭐야.”

그렇게 박병찬의 즉흥적 하와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소란스러운 공항 안에서 최종수는 식은땀을 흘렸다. 다리도 떨고 있었고 마른 세수도 몇번이나 했다. 동료가 와서 왜그러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최종수는 아무일도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 그의 속엔 태풍이 와있는듯 했다.

박병찬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음성만 들렸다. 최종수가 미국에 와선 박병찬이 연락을 안받은적은 없었다. 조금 늦게 보더라도 꼭 답장은 했었다. 근데 지금은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초조함은 커졌다.

결국 간다는 연락을 남겨두고 최종수는 하와이행 비행기에 탔다. 비행기 안에서도 불안해서 한숨만 쉬었다. 그래도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렇게 캐리어를 찾고 숙소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최종수는 그자리에 굳어버렸다. 저 멀리에서 박병찬이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선글라스를 끼고 최종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박병찬이 가까이 다가왔을때 최종수가 입을 열었다.

“야 박병찬..”

그렇지만 박병찬은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최종수는 움찔하더니 그의 손목을 잡았다.

“박병찬 너 왜 여기 있어?”

“누구세요.”

“장난치지말고 아니 너 뭐해?”

박병찬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더니 최종수의 손을 떼고 걸어갔다. 최종수는 어이없다는듯이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다. 허, 하곤 소리낸 최종수는 박병찬에게 연락했다.

-너 숙소 어디야.

물론 받지 않았지만.

그리고 다시 박병찬을 만난건 이틀이 지나서였다. 하와이의 한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최종수는 박병찬에게 걸어갔다. 박병찬도 최종수를 봤는지 잠시 움찔거렸다. 곧이어 박병찬이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던 최종수는 그를 잡기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최종수는 결국 하와이 해변 한복판에서 박병찬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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