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코우이토] 호

8 by 8

——짝.

시원할 정도로 선명하게 울려 퍼진 소리에 시선을 골목으로 옮기자, 그곳에는 한쌍의 남녀가 서있었다. 여자 쪽이 일반적으로 ‘거짓말쟁이’, ‘좋아했는데’ 같은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아 아마도 사랑싸움을 하는 것일 거다. 이토는 타인의 관계, 그것도 연인 사이에 섣불리 끼어들으면 그 끝이 항상 좋지 않았다는 걸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으로 질리도록 알고 있었다. 못 본 척하는 게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 시선을 돌리기도 전에 골목 안에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

이토와 눈이 마주친 분홍머리의 남자——아야토 코우는 조금 놀란듯 하더니, 상대 여성에게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자는 이토가 있는 쪽으로 뛰쳐나왔고, 이토는 스쳐 지나가면서 본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지. 의도치 않게 대화를 엿듣고 있던 게 되어 지금이라도 자리를 떠나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골목에서 나온 코우가 이토에게 다가왔다.

“아—…이토도 휴식시간?”

“…네.”

아까의 소리는 역시 뺨을 맞은 소리였던것인지, 어색하게 웃고있는 코우의 뺨은 그의 머리색보다 진한 색이 된 채 부어 있었다. 사정은 잘 모르지만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 납득한 이토는, 그와 처음 만났을 때를 이래로 느낀 적 없었던 불편한 공기를 느꼈다.

“엿들으려 한게아니라, 저기, 아무것도 못들었어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그냥 가게?”

“?”

그 말에 떠나려던 이토가 바로 멈춰 서자, 그녀를 잡으려던 코우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 붙잡아서 어쩌려고? 그는 그저 직장동료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게 조금 민망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상 어디 가서 말할 성격도 아니니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코우가 웃으며 얼버무리자, 이토가 ‘아.’ 하고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뒤졌다.

“코우 씨, 괜찮으면 이거… 쓰세요.”

이토가 코우에게 내민 것은, 사무실로 돌아가 간단히 먹으려고 산 [핑크솔트사용! 촉촉한 반숙 계란 2개입]이었다.

“이토가 먹으려고 산거잖아.”

“그렇긴 한데, 붓기 가라앉히는데 쓰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저는 다른 것도 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하하, 이럴 때 계란 주는 애 처음 봤어.”

코우가 웃음을 터트린 후, 고맙지만 전부 받는 것도 미안하니 각자 1개씩 먹자는 얘기가 되어 두 사람은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 사이좋게 계란을 먹게 되었다. 아까의 장면은 전혀 주제 삼지 않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토는 계란을 전부 먹은 뒤에야 헉. 하고 깨달았다.

“붓기 가라앉히는데 좋을까 싶은 건데, 그냥 먹어버렸네요…”

“괜찮아. 이제 가라앉았고, 봐.”

확실히. 아까보다는 괜찮아 보였지만, 아직은 누가 봐도 뺨 맞은 사람처럼 보였다. 카페로 돌아가면 마오 씨가 화낼 텐데… 하지만 코우 씨가 괜찮다니까 괜찮겠지. 신경 쓰지 말자며 이토가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할 때, 오히려 코우가 그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신경 쓰지 말라해도 신경 쓰이지.”

“죄송합니다. 괜한 참견일 수도 있지만 코우 씨의 얼굴은 (일에) 소중하고…”

“이런 건 말이야, 호- 하면 나아”

“…네?”

“시험해볼래? 싫으면 안 해도 괜찮고.”

코우는 의기소침해 보이는 이토를 위해 ‘그게 뭐예요’하며 웃을 거라고 예상하며 꺼낸 빈말이었지만, 약간의 침묵 후에 돌아온 대답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 그렇네요.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

‘실례합니다, 코우 씨’라는 말과 다가간 이토가 조심스럽게 코우의 뺨에 호- 호- 하고 작게 숨을 불어냈다. 달달한 샴푸향과 함께 느껴지는 피부에 닿는 작은 바람은 시원하면서도 간지러워서… 코우가 멍하니 있는 동안 이토는 다시 멀어져 갔다.

“… 역시 이걸로는 안 될 것 같네요. 뭔가 시원한 거라도 사 올게요.”

“아니 아니, 잠깐만 이토.”

말릴 새도 없이 일어나는 이토를 쫓아 함께 편의점에 간 두 사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시원한 캔음료를 산 덕에 코우의 뺨의 붓기는 금방 가라앉았다. 그걸 보며 다행이라며 작게 기뻐하는 이토를 보며, 코우는 ‘이 애한테는 앞으로 빈말은 하면 안 되겠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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