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코우이토] 연락처

8 by 8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Aporia에서 일하고 나서부터 이제는 몇 번인지도 샐 수 없이 들은 말. 근처의 테이블을 치우고 있던 이토가 ‘또?’ 하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자, 다음으로 들려온 목소리는 코우의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근무 중이라.”

“그럼 끝나고 나서는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코우가 거절의 의사를 돌려 말해도 해맑게 웃는 여성 손님은 물러날 기색이 전혀 없었다. 기본적으로 Aporia의 멤버들은 손님에게 사생활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친구들 “이 많은 코우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마오 씨도 없고 어쩌지’ 하며 이토가 고민하고 있을 때, 코우가 무어라 속삭이듯 말하자 얼굴을 붉힌 손님은 기쁜 듯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 이토, 이쪽 테이블도 부탁해”

“…아, 네!”

지금까지는 일이 커질 것 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했고, 이토 자신은 일을 해결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참견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토는 ‘앞으로의 업무에 참고할 목적으로 실례가 아니면 물어보자’, 하고 방금 빈자리가 된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카페의 영업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때, 또다시 들려온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라는 말.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는 남자 손님이고, 그 말을 들은 당사자가 이토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말인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말을 듣는 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이토는 필사적으로 해야 할 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내면과 달리 그녀의 겉모습은 싸늘한 시선으로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어서….

“…….”

“아, 아니면 LIME 아이디라도…”

이토에게 연락처를 물어본 남자는 어쩐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이토에게로 다가온 코우는, 이토를 자신의 뒤로 보내고는 그녀를 대신해 대응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손님, 저희 스태프가 뭔가 실례되는 일이라도.”

“네? 아, 아니요… 아무것도.”

“그보다 이제 라스트 오더의 시간입니다만, 혹시 더 주문하실 거라면…”

코우가 나서자마자 얘기가 자연스럽게 끝나버렸고… 이토는 고개를 꾸벅 숙여 코우에게 감사인사를 표하면서도, 혼자서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한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일 신경 쓰고 있지”

홀 정리를 마친 코우가 스태프룸에 들어오자마자 꺼낸 말. 역시 티가 났겠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이토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 저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다시 방문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죠?”

“걱정하는 점이 그거인 게 이토지. 그럴리 없으니까, 이거 먹고 기분전환 해.”

코우가 이토에게 내민 것은 딸기맛 사탕. 사탕을 받아 든 이토는 감사를 표하며 ‘코우 씨는 역시 좋은 사람이구나.’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자신과는 정반대인, 숨 쉬는 것만으로도 호감도를 올리는 사람. 그러니까 다들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겠지.

“실례가 아니면… 아까 낮에 코우 씨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상관은 없는데, 도움 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나중을 위해 꼭 듣고 싶어요.”

이토의 대답에 약간의 틈을 둔 후, 코우는 한 발자국 다가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며 섰다.

“아직은 서로를 잘 모르니까, 다시 한번 만나러 와주면 기쁠 것 같아—…라고 했는데.”

“… 그렇게 말해도 되나요?”

“안 될 건 없잖아”

그런가? 확실히 코우가 한 말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연락처를 준다는 대답도 되지 않았다. 대답이 성실했나 어땠나를 떠나 상대의 기분을 전혀 해치지 않다니, 이토는 ‘이런 스킬은 대체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걸까’하고 자신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코우 씨를 더 잘 알고 싶어요.”

“이토와는 거의 매일 만나고 있으니까 그건 어렵지 않을 것 같네.”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나도.”

이렇게 좋은 사람과 함께 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토는 방금 받은 딸기 사탕을 입에 넣으며 ‘그래도 이토는 방금 거 절대 하지 마’라는 코우의 말에 끄덕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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