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쿄야이토] 드레스

8 by 8

사무실에서 Aporia로 물건을 옮기던 중. 이토는 갑자기 열린 문에서 나온 사람과 부딪힐뻔해서——그것을 피하다 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

그때 턱. 하고 타이밍 좋게 이토의 허리를 감싼 손이 받쳐주어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에 든 꽃 장식들은 공중으로 붕 떠서…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후 꽃 장식과 교차되듯 이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 자체가 꽃이라도 해도 좋을 미모의 시도 쿄야였다.

“미안, 야시로씨. 괜찮아?”

“…ㄴ, 네. 감사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큰소리로 말해버린 이토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안고 그에게서 후다닥 떨어졌다. 어딘가 불편해서 그런 거라 생각한 시도는, 이토에게 아프거나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가 ‘괜찮아요’라고 몇 번을 말해도 시도는 쉽게 납득해주지 않아서… 두 사람은 한참 후에나 바닥에 떨어진 꽃 장식을 주워 함께 카페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시도씨, 오늘은 어쩐 일로…?”

“아, 실은 리쿠 씨와 만날 약속을 했어”

그렇구나. 아직 바의 영업시간 전이지만 두 사람도 Aporia의 멤버이니 상관없을 것이다. 곧 다른 멤버들도 올 것이고, 이토는 ‘저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신 곳에 계세요.’라며 가져온 물건들로 내부에 장식하기 시작했다.

“으음….”

이 정도면 괜찮을까? 이미 마오나 미카와 상의했던 배치인데도, 혼자서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이토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시도씨의 미적감각이라면 믿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카페 한구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 시도씨, 괜찮으시면 내부 장식에 대해 의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실은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 야시로씨는 센스가 대단하네.”

“아뇨, 저는 다른 분들의 의견을 하나씩 조합했을 뿐이고...”

“그런가, 그래도 그걸 이렇게 조화롭게 배치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

“… 감사합니다.”

그 시도씨에게 칭찬을 받다니. 아직 배치가 끝난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자신감이 생긴 이토는, 서둘러 일을 진행하자며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올려두었던 레이스 천을 챙겨 들었다.

“야시로씨, 잠깐만 그걸 나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앗, 네.”

이토가 순순히 천을 넘겨주자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라고 말하며 레이스를 살펴보던 시도는, 어딘가에 장식할 줄 알았던 이토의 생각과 달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이토의 머리에 살포시 레이스 천을 씌어주었다.

“시, 시도씨?”

“역시. 예상대로다. 무척 아름다워.”

“!!”

뭐가요? 레이스가요? 갑작스러운 공격에 이토가 굳어진 사이, 시도는 그런 이토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시도씨, 이건 갑자기 무슨…”

“아, 미안해. 야시로씨라면 분명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

그러니까 왜요? 긍정도 부정도, 이유를 되묻지도 못한 채 이토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쿄야, 오늘 결혼식이라도 하는 거야?”

“리쿠 씨. 오셨군요. 결혼식은 아니지만, 야시로씨의 신부 모습이라면 보고 싶네요.”

“오, 그럼 내가 신랑자리에 입후보할까?”

“그거 좋네요. 그럼 저도——”

둘의 대화를 들은 이토는 ‘죄송하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라고 답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리쿠가 그 대답을 아쉬워하고 있자, 시도는 또 다른 무언가를 떠올린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야시로씨, 다음엔 드레스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좋은 드레스 숍을 알고 있어.”

“드레스, 인가요…?”

“아아, 야시로씨라면 분명 새하얀 드레스도 어울릴 거야.”

“하하, 또 시작인가. 나도 가끔씩 쿄야한테는 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

얘기가 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는 걸까. 새삼스럽게 교섭부의 무서움을 깨달은 이토는 ‘역시 시도씨는 심장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후 이토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에 대해 토론을 시작한 두 사람은, 이토에게서 ‘드레스 보러 같이 갈게요’라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토론을 끝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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