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아케이토+시로] 목줄

8 by 8

[이토씨, 끝나면 집에 같이 가자!]

이토의 퇴근 시간에 맞춘 듯 아케호시에게서 온 메시지. Aporia에서 기숙사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이것은 자신이 밤늦은 시간에 혼자 가는 것을 걱정한 아케호시군의 배려겠지. 대행 서비스의 일을 하느라 나가있으면서도 자신을 챙겨주다니, 아케호시군은 정말로 친절하다고 생각하며 이토는 그와의 약속한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저녁시간이 지났음에도 활발히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부야의 거리에서, 이토는 어렵지 않게 아케호시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케호시도 자신을 발견한듯 이토를 향해 달려왔고, 이토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케호시를 보며 커다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커다란 강아지처럼 달려오는——그의 목에는 정말로 강아지처럼, 그에 맞는 새빨간 목줄이 휘날리고 있었다. … 잠깐, 목줄??

“이토씨, 밖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아케호시군, 수고했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본 아케호시의 목에는 어쩐지 고급스럽게 생긴 빨간 가죽 초커와, 그에 연결된 새빨간 목줄이 있었다. 해맑아 보이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케호시에게는 확실히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어울렸지만…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이 길거리에서, 이토는 차마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다.

“저기, 아케호시군. 목에 있는건…”

“아~ 이거, 어울리나?”

“… 어울리긴, 하는데요.”

——확실히 오늘 아케호시가 한 대행 서비스의 종류는 ‘건전한 펫 대행’이었을 것이다. 전부터 어렴풋이 궁금하지만 파헤치지 않으려 했는데, 그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온 걸까? 설마 진짜 문자 그대로의 펫 대행? 그게 뭔데? 펫 대행이 무엇이든 간에 아케호시가 목줄을 빼내는 것을 잊은 게 아닐까, 해서 언급한 것이었는데, 그의 반응으로 봐서는 목줄을 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야 하나?…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워진 이토는 새빨간 목줄을 노려보듯 눈을 떼지 않았다.

“신경 쓰이면 잡아봐도 된다.”

“자, 잡아?”

“응, 목줄은 잡으라고 있는 거니까”

목줄을 잡아보라니. ‘펫 대행’에 대해 이 이상 깊게 파고들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이토는, 아케호시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괜, 괜찮아. 그것보다 집에 가죠!”

당황한 나머지 큰소리를 내버린 이토의 목소리 끝이 이상하게 올라갔다. 이토가 민망해하든 말든 ‘에~’하며 아쉬운듯한 목소리의 아케호시가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하고 잠시, 이토는 이건 이것대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본인이 괜찮다 해도 목줄은 빼자고 하는 게 좋겠어.

“!”

그렇게 생각한 이토가 뒤 돌아보자마자 본 것은, 아케호시쪽을 향해 오는 전동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탄 남자는 한 손으로 휴대폰을 보느라 아케호시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달려오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아케호시 역시 그녀에게 맞춰 천천히 보폭을 맞춰 걸어오는 중이었기에 부딪힐 확률이 높아 보였다.

“억”

그 상황을 먼저 알리기보다, 이토의 손은 저도 모르게 아케호시의 목줄을 당겼고, 자전거는 아슬아슬하게 아케호시의 뒤를 스쳐갔다. 자전거는 피했지만, 그 때문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침하는 아케호시에 의해 주의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몰려버렸다.

“콜록, …이런 것도 신선해서 좋네~”

시부야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빨간 목줄을 한 남자와 그 줄을 잡고 있는 여자… 이건 누가 어떻게 봐도 위험했다. 부탁이니까 그런 오해 살 말한 발언 하지 말아 줘!! 어떻게 하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진 이토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자신의 손안에 있는 목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민하는 것도 잠시.

“… 말 안 듣는 개는 필요 없어.”

이토는 도도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속에서는 아케호시를 향한 사과를 연속으로 남발하며, 목줄을 버리고 떠나는 쪽을 택했다. 아케호시 또한 그 발언에 수군거리는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미소 지으며 ‘대사’를 말했다.

“잠깐, 시로쨩~ 이번에는 말 잘 들을 테니까 다시 주워주라. 응? ”

“…….”

넓은 보폭으로 금세 따라온 아케호시는 자신의 목줄을 이토…아니, 시로쨩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걸 왜 다시 주는 거야? 우선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우선인 시로쨩은 아케호시를 흘끗 노려본 후, 그 목줄을 손에 꼭 쥔 채 걸음을 재촉했다.

“아케호시군, 미안해…”

“응? 괜찮다. 이토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나?”

“그건 그렇지만… 길 한복판에서 그런 걸…”

“그런거? 나는 오히려 좋았는데~”

결국 10분이상 목줄을 잡고 걸어 주택가에 들어선 후, 이토는 아케호시에게 방금 전 있었던 엄청난 일들에 대해 사과했으나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거기다 좋았다니, …아케호시군이 좋았다면 괜찮은 걸까.

“그래도 역시 사과하게해줘, 정말 미안해. 아케호시군은 개가 아닌데…”

“흐음~그렇게 미안하면 한 번만 더 당겨볼래?“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침묵하는 이토에게 아케호시는 농담이라며 웃었지만… 그녀는 거대한 강아지를 산책시킨 듯, 아케호시와 함께하는 퇴근길이 오늘따라 유독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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