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코우이토] 5월 25일

8 by 8

“이토. 수고했어.”

“아, …코우씨. 수고하셨습니다.”

영업이 끝난 뒤. 이토가 혼자 카페의 뒷정리를 마쳤을 때 대행 서비스의 일을 하러 나갔던 코우가 돌아왔다. ‘시간상 아직 일이 끝나기 전이었을 텐데, 트러블이라도 생긴 걸까?‘ 의문이 든 이토가 코우에게 용건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이토를 보러왔어”

“…저를?”

혹시 카페 일을 하느라 놓친 연락이 있는 걸까.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토가 휴대폰을 꺼내 들자 코우는 가벼운 손짓으로 그것을 재지 하며 미소 지었다.

“일은 제대로 끝냈으니까 안심해. 혹시, 이후에 예정은?”

“바로 집에 가려고요...”

“다행이다. 그럼 같이 저녁이라도 먹을래?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코우가 다른 멤버들과도 자주 저녁을 먹는 것을 보아온 이토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어도 그가 똑같은 제안을 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토또한 그와 저녁을 먹은 적은 여러 번 있었기에 ‘코우씨만 괜찮으시다면’이라며 그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대답과 동시에, 이토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저기, 정말 저로 괜찮으신가요?”

“괜찮으니까 물어본 거야. 볼일이라도 생각났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내일은 코우씨의 생일이죠?”

“응, 기억하고 있네.”

이토가 고정적으로 갖고 있는 생일의 이미지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내는 날]——이었고, 코우라면 생일 전날, 그 후에도 함께 보낼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의 사생활에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그런 날의 방해를 하는 건 미안하다는 생각도…라는 것을 어떻게 말로 전해야 할지 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그것을 짐작한 듯 코우가 입을 열었다.

“아무 약속도 없어. 생일날은 오히려 조용히 지내는 편.”

“네?”

“문제라도 생기면 귀찮잖아? 특별한 사이다 뭐다 착각하기 쉽고”

“오… 확실히, 그렇네요.”

그렇구나. 대행부의 특성상,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쌓여 옐로나 레드가 생기는 걸지도 모른다. 얼굴이 좋으면 그런 문제도 있겠구나... 그런 코우씨가 나를 믿고 저녁을 권해주었으니 나도 그에게 믿음을 주자, 라며 이토의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튀어갔다.

“안심해 주세요. 저에게 코우씨는 믿을 수 있는 직장 동료일 뿐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는 건 고마운데. …조금도 의식되지 않아?”

“네, 조금도.”

“음~… 이건 이거대로 복잡한 기분이 드네.”

단언하는 이토의 모습에 잠시 가늠하는듯한 표정을 지은 코우는 성큼 다가가 거리를 좁혔고, 그가 다가온 만큼 반사적으로 뒷걸음친 이토의 등은 금방 벽에 닿고 말았다.

“…!”

“이렇게 멋진 얼굴이 눈앞에 있는데, 정말?”

“…….”

확실히. 근거리에서 마주한 코우의 얼굴은, 평소보다 배로 눈이 부셨다. 덤덤한 겉모습과는 달리 ‘죄송합니다. 이 거리는 역시 조금 의식될지도 몰라요…!’ 라며 곧바로 항복의 비명을 지른 이토의 마음을 모르는 듯 코우의 얼굴은 더욱 가까워졌고, 이토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시선을 되받아 보았다. … 그렇게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길 몇 초, 먼저 시선을 피해 떨어진 것은 코우 쪽이었다.

“…미안, 조금 과했네.”

“아, 아뇨. 괜찮아요.”

“네가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잘 알고 있는데, 조금 심술부려봤어.”

민망한 듯 웃는 코우의 모습에, 이토는 자신이 좀 더 잘 반응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과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솔직히 코우의 모습을 보고 두근거리지 않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 그렇다 해도 ‘안심해 주세요’라는 말을 한 주제에 바로 두근거리다니, 그가 나중에 알면 배신감이 들지도 모를 거란 생각까지 든 이토는, 사실대로 실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죄송해요, 사실은 조금 두근거렸어요. 그래도 이성이 아닌 동료로서 코우씨를 보는 건 정말이고, 또, 그와 별개로 코우씨는 정말로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뭐?…하하! ”

생각을 단번에 뱉어낸 이토의 발언에 웃음을 터트린 코우는 잠시 후 ‘…솔직하게 말해주니까 뭔가 더 부끄러워졌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거기에 이토가 괜찮다고 답하는 대화가 또 반복되어서…

“그래도 칭찬은 고마워, 사과의 의미로 저녁은 내가 살게.”

“저는 정말로 괜찮——”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사게 해 줘. 자, 이걸로 끝. 기다릴 테니 옷 갈아입고 와?”

“……네.”

기세에 밀린 이토가 상쾌하게 웃는 코우를 뒤로하고 스태프룸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탁, 하는 소리와 동시에 이토의 긴장이 풀렸다. 동시에 문에 기댄 채 잠시 멍하게 있던 이토는, 저녁 식사 후 그에게 답례와 함께 이른 생일 축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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