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른

[브레마이/아이이토] 12위의 당신

8 by 8

“소, 손잡아도 될까요?”

“……”

이토가 용기를 내 건넨 말에 돌아온 것은 코사카의 싸늘한 시선.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런 반응일 줄 알았어!’라고 속으로 울며 이토는 방금 전의 말을 꺼낸 것을 후회했다. 그녀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카페의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이토는 코사카의 심기가 그 어느 때보다 나빠 보인다고 생각했다. 키세가 있었다면 이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다른 업무를 위해 나간 참이었다.

“…코사카씨, 수고하셨습니다.”

“아, 야시로인가.”

원래도 웃고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에 이토가 조심스레 자신의 자리에 앉자, 옆자리에 있던 코사카가 신경질 적으로 ‘쯧’하고 혀를 찼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놀란 마음에 이토가 옆을 바라보자, 한 부분이 새빨갛게 물든 서류와 함께 코사카의 손가락 끝에서 핏방울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코사카씨, 피가…! 응급상자 꺼내 올게요!”

“…….”

‘별것도 아닌걸로 유난 떨지 마’라는 표정의 코사카는, 의외로 이토가 가져온 응급상자에서 꺼낸 귀여운 강아지 무늬의 반창고를 얌전히 받아 붙였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손가락을 다친 것뿐이지만 코사카씨에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 하며 홀로 내적 공감 한 이토는 그가 보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러 손을 뻗었다.

“이 서류, 어느 건가요? 제가 다시 출력해 올…”

“아니 됐어, 프린터도 고장났으니까”

프린터‘도’? 이토가 그의 말투에 의문이 들었을 때, 마침 자리에서 일어난 코사카가 빈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보충하려 했다. 하지만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코사카가 손에 든 것은 머그잔이 아닌 머그잔의 손잡이뿐이었다.

“…코사카씨, 이건 대체.”

“하아…. 정말 도움이 되질 않는군.”

도움이 되지 않는다——설마 내가 또 뭔가 한 걸까? 한숨을 내쉰 코사카의 말투에 괜히 움츠러든 이토가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자, 그 시선을 알아차린 코사카는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 오늘 양자리의 운세는 12위인 듯 해.”

“네?”

“…라고 로카에게 연락이 왔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오전, 코사카에게 연락한 스오가 ‘양자리인 아이아이의 오늘은 운세는 바로~~ 12위! 안타깝네! 오늘은 불행이 계속된다니까 더~욱 주의해~!’라는 느낌의 말을 하고 일반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린 것 같았다. 뜬금없었지만 스오가 이런 식으로 코사카가 알고 싶지 않은 운세를 알려준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코사카도 그냥 넘길 작정이었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건가요?”

“… 전부 기분 나쁜 우연일 뿐이야.”

아무래도 그는 스오가 말한 운세를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토가 본 것 만 해도 고장 난 프린터와, 종이에 베인 손가락, 그리고 멀쩡하던 머그잔의 손잡이도 부러졌다… 이것은 믿지 않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신경 쓰지 마”

“……”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창고를 붙인 손으로 서류를 보기 시작한 코사카. 이토도 그에 따라 사무 업무를 시작하려 했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면 더 신경 쓰일 뿐이었다. 어떻게 해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이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온 후…

“소, 손잡아도 될까요?”

“……”

——예상대로 돌아온 것은 코사카의 싸늘한 시선. 역시 이건 아니지? 후회와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와 그녀의 얼굴에 빨갛게 열이 몰린다. 역시 없던 일로 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이토가 사과함과 동시에, 코사카도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잊어주세——”

“그게 방금 전까지 네가 나갔다 온 것과 무슨 상관인지 경위를 제대로 설명해”

“…?”

“네가 로카처럼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건 알고 있어.”

“앗, 네, 저기…“

이토가 방금 나갔다 온 이유는 스오와 통화하기 위함이었다. 별자리 운세에는 항상 ‘럭키 아이템’ 같은 것이 함께 있기 마련. 그것을 떠올린 이토는, ‘코사카씨의 불운을 몰아낼 방법이 없을까요?’ 하며 통화를 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스오와의 통화에서 ‘12위의 당신! 오늘 하루가 불행으로 가득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의 기운을 받으면 기운이 솟아날지도~☆ 참고로 야시로씨의 오늘의 운세는 1위니까, 손이라도 잡아주면 효과 만점인 거 아냐~?’라는 바람을 잔뜩 불어넣어 진 이토가, 기세 좋게 돌아오자마자 코사카에게 말을 건넨 것이었다.

“그래서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해서… 멋대로인 일을 벌여서, 죄송합니다.”

“…….”

그녀의 행동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을 뿐인데 멋대로 먼저 사과하다니, 코사카 본인은 아직 이토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은 그런 운세 따위는 믿지 않는데——계속되는 기분 나쁜 우연에 지친 것일까, 짧게 한숨을 내쉰 코사카는 침묵 끝에 ‘마음대로 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네?”

“네가 먼저 말했겠지”

“…네, 그렇죠. 그, 그럼.”

‘잡을게요.’ 하고 이토가 옆 자리에 앉자, 코사카의 커다란 손이 내밀어져 왔다. 기운은 어떻게 주는 거지? 그냥 잡고 있으면 되는 걸까? 모르겠다! 이토는 이왕 엎질러진 물, 기세 좋게 양손으로 코사카의 손을 감싸 잡았다. 자신보다 크고 마디가 두꺼운 코사카의 손은 생각보다 따듯해서, 겉으로 티 나지 않았지만 이토는 내심 놀랐다.

“…….”

“…….”

다른 한 손으로 서류를 보며 코사카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들리는 사무실. 이토는 최대한 어색한 침묵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며 ‘기운을 준다’는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은, 그저 코사카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뿐이어서… 그새 사라진 기세는 또다시 후회로 뒤바뀌어 있었다. 흘러간 시간은 고작 3분남짓, 하지만 3시간으로 느껴지는 긴 시간 동안 이토가 이제 손을 놓아도 될까 고뇌하고 있을 때——

“다녀왔습니다——어라?”

벌컥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키세가 돌아왔다. 다행히도 이토는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손을 놓고 일어났지만, 새빨개진 얼굴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야시로씨, 얼굴이 빨간데, 열이라도 있으세요?”

“괘, 괜찮아요. 어서 오세요, 키세씨.”

“…….”

이 이상의 수상한 언동을 들키기 전에 나가자!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삐그덕 거리는 걸음걸이로 이토가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키세는 코사카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상황에 키세가 어색하게 웃고 있을 때, 거짓말같이 고장 났던 프린터가 다시 작동 음을 낸 것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