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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키세 유즈루 : 그럼, 보도록 할게요.

월요일 아침, 늘 다니던 언제나의 미용실—의 4층 위.

[Aporia] 가게 입구의 맞은 편에 위치한 또 하나의 문 안쪽,

밝고 개방적인 사무소의 한 쪽에서, 내가 제출한 서류 뭉치를, 그는 익숙한 모습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키세 유즈루 : 으음, 이거에, 이거랑…… 응. 내용이나 날인 누락은, 없네요.

키세 유즈루 씨.

카페의 점장과 같은 역할과 Aporia 전체 사무를 넓게 담당하고 있는 엄청난 스태프이자,

로카 씨와 유키 씨가 말하기로는 [‘안심 안전’의 화신]이라고 한다.

본부

키세 유즈루

야시로 이토 :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마주한 순간 조금 이해했단 말이지.)

야시로 이토 : (상냥해 보인다 같은 레벨이 아니라, 이런 ‘상냥함’이 옷을 입은 것 같은 분위기의 사람은 본 적이 없어.)

키세 유즈루 : 고용계약서는 상사가 출근하시는대로 서명을 부탁할테니, 오늘 돌아가기 전까지 받는 걸로 해도 괜찮을까요?

야시로 이토 : 괜찮아요. 언제든.

키세 유즈루 : 그럼 다시 한 번. 오늘부터 잘 부탁드릴게요, 야시로 씨.

야시로 이토 : 저야말로 앞으로 신세지겠습니다.

야시로 이토 : ……라고 하기엔, 이미 신세를 져 버렸네요. 퇴직 건은, 감사합니다. 정말로.

키세 유즈루 : 아아, 아뇨. 저는 그 일에 관해선, 정말 조금 도왔을 뿐이라.

키세 유즈루 :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우리 쪽에서 일하도록 해!]

갑작스레 제안받은 그날 밤부터, 아직 1개월도 지나지 않은 무렵.

로카 씨가 명명한 ‘우수한 Aporia 스태프들이 각각의 힘을 아끼지 않고 발휘한 전면 서포트’가 발동된 결과,

귀찮다고 느낄 새도 없이, 나의 퇴직과 재취직은 재빠르게 완료되어 버렸다.

그것도— 그렇게나 복잡하게 얽혀 있던 불륜 소동의 책임 문제에서, 나를 완전히 끊어낸 상태에서.

야시로 이토 : (무슨 마법을 쓴 건지 의심될 정도로, 깔끔했지. 엄청나.)

야시로 이토 : (……. 정말로, 그만둔 거네, 나.)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며,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물며, 누군가의 손을 빌려서까지, 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어쩐지 새삼스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야시로 이토 : (? 아. 저 새장, 인테리어가 아니라 진짜…….)

레아 : 레아 군~? 밥~?

야시로 이토 : !

야시로 이토 : (까, 깜짝이야. 그렇구나, 새는 말하는 종류도 있지. 귀엽다…… 근데 좀 크지 않나!?)

야시로 이토 : (고운 분홍색의, 앵무……새……? 앵무새가 저렇게 말랑했었나…….)

키세 유즈루 : 아침은 이미 먹었잖아. 더는 없어.

레아 : 에엥, 에엥.

키세 유즈루 : 쉬잇.

레아 : 쉬이…….

키세 유즈루 : 응. 착하다.

키세 유즈루 : 죄송해요, 먹보라서.

야시로 이토 : 아뇨, 귀엽다고 생각해요. 그…… 푹신푹신해서.

키세 유즈루 : 레아 군이라고 해요. Aporia에 있던 기간은 저보다 긴 선배예요.

키세 유즈루 : 레아 군, 인사할까.

레아 : 안녕! 반가워, 반가워.

야시로 이토 : !? 안녕하세요, 야시로입니다…….

야시로 이토 : 이 아이, 말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을 알아 듣는 건가요?

키세 유즈루 : 그런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유기조였어서, 품종 같은 건 잘 모르지만요.

키세 유즈루 : 친해진 사람한테는 잔뜩 말을 거는 아이니까, 사이 좋게 지내주세요.

야시로 이토 : 그건…… 레아, 씨가 괜찮다면. 그렇게 할게요.

키세 유즈루 : 아하하. 레아 씨라고 부르는 사람, 처음이에요.

야시로 이토 : 엑.

야시로 이토 : (큰일이다. 키세 씨보다 선배라고 하길래, 레아 군이라고 부르는 건 실례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더니 이상하게 틀어졌어……!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봐.)

야시로 이토 : (어떡하지, 멋대로 별명을 붙인 것 같아서 오히려 주제넘었단 느낌이 든 것 같아.)

야시로 이토 : ……죄송합니다. 레아 군이겠죠.

키세 유즈루 : 괜찮아요. ‘레아’라는 말만 들어가면 자기를 부른단 걸 아는 것 같으니까요.

키세 유즈루 : 부르지 않아도, 멋대로 얘기 도중에 끼어들곤 하지만요.

야시로 이토 : (귀엽다…….)

키세 유즈루 : 그러니 부디, 야시로 씨가 생각한 대로 불러주시면.

키세 유즈루 : 레아 군의 호칭 뿐만이 아니라…… 저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대해주세요.

야시로 이토 : 엑.

키세 유즈루 :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부담 없이 대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키세 유즈루 : 앗, 물론 야시로 씨가 싫지 않은 정도의 거리감으로,

키세 유즈루 : 조금씩이어도 괜찮으니까요.

야시로 이토 : ……감사합니다.

키세 유즈루 : 네.

야시로 이토 : (정말로, 대화하면서 안심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상대를 위해 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단 것이 전해진다.

적의나 해를 끼치려는 마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게 하는, 기분 좋은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야시로 이토 : (엄청 평화롭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좋은 곳에 이직하게 되었어— 아.)

키세 유즈루 : ……아.

코우사카 아이 : …….

야시로 이토 : (응?)

방금 들어온 사람의 의식이 서서히 나에게로 향해, 그 시선에 꿰뚫리는 것처럼 눈이 맞았다.

그 박력에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몸을 삐걱거리며 움직여, 어찌저찌 머리를 숙이자,

그는 그대로,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야시로 이토 : (……째려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시선이 엄청 날카로웠는데?)

야시로 이토 : (얼굴이 잘생겨서 오히려 더 무서워……. 그보다, 로카 씨도 키세 씨도 그렇고.)

야시로 이토 :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정말로 당연하단 듯이 일반인이 아닌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

키세 유즈루 : 안녕하세요, 아이 씨. 오늘은 어떻게 할까요?

코우사카 아이 : 커피.

야시로 이토 : (아이 씨, 인가. 키세 씨와는 대조적으로, 알기 쉬울 정도로 가까이 가기 힘든 느낌의…….)

레아 : 하요하요~!

코우사카 아이 : 그게 아니지. ‘안녕’. 안녕, 이다. 말해봐라.

레아 : 안녕이다~! 말해봐라!

코우사카 아이 : 나에게 명령하지 마라.

야시로 이토 : (……. 의외로 그렇지도 않으려나.)

아이 씨라 불린 남성이 겉옷을 벗고 착석한 책상에, 능숙하게 준비된 커피 컵이 놓여졌다.

그가 그것에 가볍게 입을 대고 다시금 놓은 때에, 키세 씨가 나를 옆으로 불렀다.

키세 유즈루 : 소개할게요. 코우사카 아이 씨에요.

키세 유즈루 : 야시로 씨가 배치된 ‘본부’의 부장이며, 경영에 관련된 것, Aporia 전체의 총괄을 로카 씨로부터 맡은 분이에요.

본부

코우사카 아이

야시로 이토 : (경영에 총괄인가……. 실질적인 머리는 이 코우사카 씨, 라는 건가?)

코우사카 아이 : …….

야시로 이토 : (……압력이 장난 아니야…….)

야시로 이토 : 야시로입니다. 오늘부터, 신세 지게 되었습니다.

야시로 이토 : 코우사카 부장, 으로 괜찮을까요.

코우사카 아이 : 코우사카로도 괜찮고, 거기까지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괜찮다. 단, 경의는 잊지 말 것.

야시로 이토 : (경의…….)

코우사카 아이 : 로카와 교체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너에게는 제대로 일을 하게 할 거다. 그 마음가짐으로.

야시로 이토 : ……. 네.

너에게‘는’이라는 부분이 로카 씨가 평소 일하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느끼면서도, 쓸데없는 말은 덧붙이지 않고 대답을 했다.

그걸로 정답이었던 것인지, 코우사카 씨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마신 후…….

키세 씨가 건네준 서류— 내 고용계약서를 손에 쥐었다.

코우사카 아이 : 업무 내용은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코우사카 아이 : 야시로는 오너 대리로서 ‘점내대행’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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