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17. 불을 키우다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남자들의 밤이 되고,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다만 펜셔스 경과 알래스터 사이에서는 아니다.


“페니, 루시퍼한테 맹세하는데, 거기서 안 나오면 네가 오늘 괜찮은지 어떤지……”

엔젤은 방구석의 화장대에 앉아 손톱을 분홍색으로 세심하게 바르고 있었다. 제 작품을 잠시 점검한 뒤, 그는 손을 경화등 아래에 넣고 다시 외쳤다.

“어떻게 봐주냐!”

펜셔스는 꺅 소리를 지르며 평소 입던 옷을 서둘러 다시 걸쳤다. 제 비늘이 거칠게 다뤄져 얼굴을 찌푸리며, 그는 문을 활짝 열었다.

어째…… 평소보다 더 구렸다. 항상 입던 옷을 입고도.

“아 쫌! 우리 놀러 갈 거잖아! 좀 다른 걸 도전해 보면 안 돼?”

램프의 삑삑거리는 소리에 그가 손을 빼냈다. 엔젤은 어색하게 제 팔을 문지르고 있는 뱀을 지나쳐 들어갔다.

허스크의 깊은 목소리가 뒤쪽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내가 이런 거에 입댈 입장이 아니긴 한데…….”

그랬다. 그 고양이는 빌어먹을 클럽에 가면서도 여전히 제 바텐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겠는데. 넌 큰 옷장이 있으니까 그걸 좀 써보는 게 좋을 거야.”

엔젤은 똑같은 줄무늬 정장 여러 벌을 옆으로 치우며 중얼거렸다.

“아이고야, 너 1800년대 거 말고 딴 옷은 없어?”

정말로 다양성이란 것이 없었다. 전부 똑같은 스타일, 똑같은 색상의 정장이었다. 때때로 패턴이 있냐 단색이냐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내에게 공정하게 말해보자면, 언더셔츠와 조끼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최대한 열심히 해보면 이걸로도 야하게 입을 수 있겠지.”

그는 한숨을 쉬며 깊게 파진 브이넥 러플셔츠를 집어 들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펜셔스는 거미를 급히 뒤쫓았다. 그는 제 자존심에 닥쳐올 피해를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필사적이었다.

“잠깐만요, 천천히 하자던 거 아니었어요? 왜 그렇게…… 자극적으로 입어야 하는 건데요?”

그는 말투조차 어색했다. 조금이라도 외설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낯부끄러워지는 탓이었다.

엔젤은 펜셔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셔츠를 던지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셔츠가 펜셔스의 머리 위에 덮개처럼 켜켜이 쌓여갔지만,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엔젤은 뭔가 쓸만한 걸 찾기 위해 무척이나 결연했다. 그의 새로운 모습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빨간 무언가라든가? 솔직히, 펜셔스가 신사답게 행동하는 것을 중시하는 걸 생각하면, 화장을 시도할 유형의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시대에 발맞추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코르셋백이 그의 눈에 띄었다.

“이런 게 어디 숨어있었대?”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튼, 그게 꼭 섹스 때문은 아냐. 좀 대담해 보이고 싶은 재미랑 자신감을 위한 것일 때도 있다고. 게다가 클럽에서는 다들 이렇게 입으니까, 눈에 띄지도 않을걸.”

그건 조금 안심이었다.

“제 안락한 영역에서 벗어나는 게 오늘 밤의 주제인 모양이네요…….”

엔젤의 미소 띤 얼굴이 옷장 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가 든 것은…… 오.

“요 예쁜 걸 얼마나 숨겨둔 거래, 응? 실은 요새 코르셋이 다시 유행 타고 있거든. 아마 적절하게 스타일링하면 이걸 잘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펜셔스의 표정을 본 엔젤은 멈칫했다. 그의 눈썹은 충격받은 것처럼 치켜 올라가고,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안 돼?”

에휴. 그 오버로드가 고른 옷을 입고 그에게 만족을 주는 짓 따위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적절하게 ‘야한’ 의복이 부족한 걸 고려하면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입어는 볼게요…….”

벽장 안이 요란했다. 펜셔스의 비명과 불평, 엔젤이 내지르는 명령, 그리고 선반이 넘어지는 듯한 치열한 소리들이었다. 엔젤이 마침내 밖으로 나왔을 때, 허스크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들어갔을 때보다 훨씬 초췌해 보였다.

“너희 진짜 웃겨. 알지?”

엔젤은 눈을 굴리며 다시 화장대 앞에 풀썩 앉았다.

“도와줘서 고맙네.”

그는 다시 매무새를 가다듬기 위해 빗질을 했다.

“야, 페니, 화장 해줄까?”

펜셔스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불안은 빅토리아 시대 출신 사내의 심장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이 모습은…… 너무 지나친 것 같았다. 그는 엔젤처럼 성별의 규칙을 비트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옷차림에 대해서는 소박하고 신사적인 접근법을 더 선호했다. 그가 구식 습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의 나이 탓이었을 것이다. 제 차림을 다시 보니, 그의 얼굴은 어색하게 붉어졌다. 적어도 그것은 그의 취향에 어느 정도 맞았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튀지도 않았다. 어쩌면 오늘 밤은 잘 풀릴지도 모른다.

사후에 여태껏 그가 해왔던 모든 결정들을, 그는 싫어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엔젤은 자신만만하게 일행을 택시로 안내했다. 알래스터는 이미 택시에 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귀는 짜증으로 바짝 누운 채였지만, 엔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제 작품을 선보이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비록 펜셔스는 그 어떤 화장도 거부했으나(그의 눈에 발린 게 뭐가 됐든 차치하고) 이 늙은이는 제 후드를 높은 포니테일로 묶는 결단을 내렸다.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잘 알았기에 엔젤은 그의 결정을 칭찬했다. 게다가 이는 그의 목을 잘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물론, 알은 그걸 망쳐놔야 했지만.

알래스터는 다른 셋이 차에 타고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창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원래는, 약속 시간보다 이십 분이나 더 늦은 덕분에 저 혼자 택시를 잡아두게 만든 일행에 짜증이 났다. 그러다 그의 애완동물을 보았을 때 그는 또 다른 이유로 짜증이 치솟았다.

얄쌍한 어깨와 여린 목을 드러내기 위해 드레스 셔츠를 끌어 내려 걸치고, 그 위에 그가 고른 조끼를 코르셋처럼 겹쳐 입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대로 착용한 것이지만, 그의 귀는 여전히 짜증으로 파닥거렸다. 마치 전혀 대비하지 않은 싸움에서 패배한 기분이었다. 그가 사준 옷을 일부러 잘못 입음으로써, 제 취향을 재단한 것에 대한 조롱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연약한 목은 알래스터가 얼마나 그것을 베어 물고 싶어 하는지를 다시금 사려하게 했다. 바로 거기에 있었다. 따먹기 좋을 만큼 무르익은 채로. 분명 다른 이들 역시 그를 따서, 먹이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 생각에 까딱이던 귀가 멎었다. 이는 제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둥근 부스에 둘러앉아 작은 건배로 시작했다. 각자는 다양한 페이스대로 잔을 비웠다. 펜셔스는 모두가 이견 없이 제 건배에 응한 것에 신이 나서,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니까, 내가 거기 뭔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딜도 열두 개랑 거기 그냥 앉아 있었단 말이야.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었어! 뭔 좆같은 세트 장식 같더라니까!”

엔젤은 그 이야기를 다시 하는 동안 거의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그는 얼마나 웃겼는지 페니의 어깨에 기댄 채였다.

허스크는 배를 움켜쥐고 웃으며, 근처의 서버를 불러 술 몇 잔을 더 주문했다.

“그건 아무것도 아냐! 한번은 어떤 임프 마피아가 내 카지노에 왔거든? 놈은 바이 아들이 있었는데, 듣자 하니 그게 집을 딜도로 가득 채우고 싶단 의미인 줄 안 모양이야. 놈은 그 대단한 투자 이후에 돈을 약간이라도 회수하려고 했었지.”

“그, 딜도를 걸었으면 됐을 텐데요! 누군가 중고로 갖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일행 모두가 더 크게 웃었다. 심지어 알래스터조차 펜셔스의 농담에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마침내, 서버가 냅킨을 덮은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엔젤은 복숭아 칵테일을 받고 기뻐했다. 그가 허스크를 돌아보자, 고양이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내가 형편없는 바텐더겠지.”

그의 털조차 그의 볼이 붉어지는 것을 숨기지는 못했다.

알래스터는 역겨운 애정 전시에 거의 눈을 굴릴뻔했지만, 대신 버번을 들고 잔을 돌렸다. 사실, 그는 훨씬 더 방탕한 밤을 기대했다. 다른 참석자들 덕에 그럴 기회가 많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그의 존재만으로도 그들의 테이블은 남들에게는 없는 막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했던 그로서는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 네 명은 꽤 재미있는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펜셔스는 제…… 뭔지 모를 잔을 쥐고 한 모금 홀짝였다. 아!

“굉장해요!”

그는 크게 한 모금을 들이켰다. 보드카, 라임, 그리고 진저비어가 그의 안에 들어찼다. 그는 이 조합에 즐거웠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이거 두 잔 더 주세요!”

엔젤은 뱀의 코를 톡 쳤다.

“웃겨! 먼저 그거부터 마시고, 물도 좀 마셔.”

페니가 술에 약하다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뱀이 아까보다 더 테이블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사실인 것 같았다.

허스크는 엔젤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 그에게 기대 속삭였다.

“얘가 더 가버리면 그냥 술을 물이랑 바꿔. 나중엔 어차피 구분 못 하니까.” 그 말에 엔젤이 웃음을 터뜨렸다.

펜셔스는 몸을 굽혀 바구니에서 감자튀김을 집느라 너무 바빴다. 하지만 그는 바구니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고, 그걸 거의 칠 뻔—

“됐습니다. 앉으세요.”

붉은 손이 그를 의자로 밀쳐 넣었다. 작게 삐걱 소리가 났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뱀은 세상이 멈출 때까지 잠시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세상이 멈추고 나니 그의 무릎 위엔 감자튀김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돌아보다가, 그는 알래스터의 그림자가 제 옆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동안 실제 알래스터는 제 음료에 열중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고마워요, 그림자 씨.”

그가 환하게 웃었다.

이는 엔젤이 여태 봐온 것 중 틀림없이 가장 귀여운 간접적 애정 표현이었다. 페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릎 위 바구니에서 음식을 집어먹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것을 권하고 있었다. 그동안 알래스터는 제 잔 너머로 계속 펜셔스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얘들이 더 이상 티 내면 나 진짜 미칠 거 같은데.”

엔젤이 허스크에게 속삭였다. 그는 어깨를 들먹였다.

“정신과나 알아봐. 주방에서 그 개판을 쳐놓은 걸 보면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냐.”

그 말에 엔젤의 설렘이 훅 꺼졌다.

“에휴.”

그는 의자에 기대 한숨을 쉬었다. 알래스터의 애완동물 놀음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페니를 비난할 수는 없을 터다. 그런 특이 취향은 상호 합의가 있어야만 기능할 수 있으니까.

“그건 나중에 걱정하자. 나 춤출래!”

펜셔스가 제 잔에서 고개를 들자 엔젤이 잔을 낚아채고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와, 우리…… 뭐라더라? 그루브를 찢으러 가요?”

그는 신이 나서 아무 저항 없이 따라 나갔다. 엔젤은 그를 댄스플로어로 끌어당기며, 베이스 가득한 음악 위로 크게 외쳤다.

“아니! 그런 말 안 써! 그렇게 말하는 거 아냐! 그냥 춤춰!”

알래스터는 두 사람이 춤추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토록 당혹스러운 행동으로 혼란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시대의 춤에 더 가깝고, 덜 복작였더라면, 그는 기꺼이 참여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종류의 활기와 흥분이 함께라면 훨씬 더 즐거울 테니까.

그의 주의는 커플 한 쌍에게로 옮겨갔다. 그들은 비틀비틀 바를 지나 필기체로 ‘sex’라고 적힌 핑크색 네온사인이 달린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얼마나 취했는지로 보건대 그들의 관계는 썩 흥미로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옆방 문이 활짝 열렸다. 입구에는 붉은 연기가 자욱했다. 몇몇 이들은 자리를 바꾸는 듯 보였으며,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난교가 벌어지는 현장처럼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춤을 따라 하려 애쓰는 동안, 펜셔스는 약간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 너무…… 과했다. 그가 좋아했던 뮤지컬의 에너지는 없고, 베이스만 지나치게 강했다. 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노랫말이 있는 음악이 정말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점차로 깨달았다. 특히 제 꼬리를 달고서는. 그것은 다른 이들이 춤추는 방식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한 남자와 뒤로 부딪혔을 때, 이는 실로 놀랍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사과를 받아주거나 보복으로 밀치는 대신, 그 키 큰 남자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공간과 남자의 손에서 전해지는 열기가 뱀의 몸에 밀려들었고, 뿔 달린 악마가 그의 허리를 감쌌을 때엔 거의 짓눌릴 것 같았다.

엔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다음 참견계획을 세우며 손을 꺾었다. 한 쌍의 커다란 손이 그의 몸에 닿았지만,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그는 상대를 밀어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다. 어떤 적절한 동기부여나 사전 준비 없이 페니를 클럽으로 이끄는 것은 확실히 무리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둘과 있어 보니, 그가 얘기를 꺼내면 둘 중 하나는 미끼를 물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알래스터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펜셔스는 제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술 때문이 아니라면, 제 움직임에 맞춰 몸을 비벼오는 사내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너무 더워지고 있었다. 정말로. 이 많은 이들이 부대끼며, 그의 기호 이상으로 너무 많은 열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엔젤과 눈이 마주친 펜셔스는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엔젤이 끄덕이는 것을 보고, 펜셔스는 뒤에 있던 남자에게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음악과 사람 소리를 넘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같이 춰줘서 고마워요! 저는 한잔하러 가볼게요!”

허스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고많은 곳 중에 하필이면 빌어먹을 클럽에서 전능하신 라디오 악마 옆에 붙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저런 류의 춤이 정말 싫었고, 낯선 이들이 제 몸을 더듬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가득한 클럽에서 조용히 술을 홀짝였다. 물론 언제든지 바에 갈 수도 있었으나…… 거기서도 어울릴 상대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허스크는 알래스터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평상시에도 함께 있기에 최악의 상대였다.

허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알래스터는 즉시 팔꿈치에 기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씨이바아알.

“뭔데?”

퉁명스럽게 대할수록, 상대방은 더 빨리 본론을 꺼낼 터였다.

오, 그러나 알래스터는 이 상황을 즐길 셈이었다.

“언제부터 오지랖이 그렇게 넓어서 남의 일에 그토록 바빠지셨는지요?”

젠장. 고양이는 놈이 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기억을 되짚었다.

“나는 바텐더야. 내 일이 남들 일이라고.”

알래스터의 눈이 위협적으로 가늘어졌다. 뚝 소리와 함께 그의 등뼈가 꺾이고, 머리가 협박하듯 돌아갔다.

“그래서 주초에 몰래 엿듣기로 했던 건가요?”

그는 오버로드가 정말로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얼굴을 찡그리며 허스크는 자리에 푹 가라앉았다.

“이봐, 너희 둘 사이에 뭔 일이 있든지 간에 난 거기 신경 쓸 생각 없어. 난 그냥 팬트리에서 재고 정리하다가 우연히 들은 거야.”

“오, 정말요? 그럼 제 먹잇감을 겁주려고 했을 때는요?”

허스크가 제 술잔을 비웠다. 취기로 흐린 시야 덕에 알래스터의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덜 두려워졌다.

“네가 애완동물 같은 걸 가질 수는 있겠지만, 우린 그보다 먼저 친구였어. 네가 그걸 요구했을 때 걔가 영혼을 팔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흥. 알래스터는 다시 자리에 기대앉았다. 예상대로 지루한 이유였다. 제 영혼의 소유자에게 반하는 고양이의 행동은 재미있긴 했지만. 보잘것없는 친구를 위해서?

물론, 라디오 악마에게도 친구가 있었다. 아주 적은 수였고, 그는 결코 제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허나 그들은 또한 그와 같은 수준이었다. 주저 없이 이름을 팔아넘길 만큼 멍청한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

글쎄, 이는 애완동물을 돌보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렇지 않은가?

“아, 좀! 제가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할 거 같아요?”

펜셔스가 눈을 굴렸다. 그는 약간의 취기 덕에 명백하게 자기 얘기 중인 대화에—사회적 규칙을 무시한 채—끼어들 수 있었다. 다른 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눈썹이 찌푸려지고, 목소리는 분개하여 높아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짓이 무슨 결과를 낳는지도 모르고 지옥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알래스터는 한쪽 눈을 감고 술을 홀짝였다.

“글쎄요, 당신은 제 영역에 제 발로 당당히 찾아와서는 거의 맞아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요.”

“알았으니까 여기까지만 하죠.”

뱀은 팔짱을 끼고 자리에 기대앉아 물을 들이켰다.

라디오 악마의 추궁을 더는 받지 않게 되어 안도한 허스크는, 엔젤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그는 아직 춤추고 있어요.”

허스크가 묻기 전에 펜셔스가 대답했고, 안타깝게도 속내를 들킨 기분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엔젤은 파란 피부에 뿔이 달린 사내와 수다를 떠느라 바빠 보였다. 그들이 바짝 붙어있지는 않았기에, 즉흥적인 뭔가가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됐다. 저들끼리의 밤이으니까. 물론 허스크가 그런 상황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잠시 시간이 걸리고서야, 제 목에서 불만 어린 으르렁거림이 올라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젠장.

그것을 인정하는 대신, 허스크는 뱀을 돌아보았다.

“벌써 지쳤어?”

드디어 물을 다 마신 펜셔스는 물방울이 맺힌 유리잔을 제 뺨에 눌렀다.

“아뇨, 그냥 너무 열이 올라서요.”

냉기가 유리잔을 댄 자리에서부터 퍼지며, 천천히 그를 진정시켰다.

“하하, 그치! 너 그 사람이랑 꽤 친해 보이더라.”

엔젤은 부스의 등받이를 폴짝 뛰어넘어 둘 사이에 안착해 다리를 꼬았다.

펜셔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갑자기 볼에 댄 유리잔이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그, 뭐, 상당히 매력적이긴 했지만—!”

“음, 귀엽네. 내게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바로 그 남자가 펜셔스의 어깨 너머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부스 위로 몸을 기대고, 으쓱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예의 악마는 깜짝 놀라 거의 자리에서 떨어질 뻔했다.

“으악!”

그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바로잡으며, 초조하게 조끼를 잡아당겼다.

“그러니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젠장. 말이 의문형으로 튀어나왔다.

알래스터는 두 사람의, 솔직히 말해서 민망스럽기까지 한 플러팅 시도를 지켜보았다. 둘 다 다른 세 명이 완전히 몰입해서 몸을 기울이며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뭐, 셋 중 적어도 두 명이 그러고 있는 것을.

엔젤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뿌듯해 보였다. 하지만 알래스터는 다른 사람이 제 애완동물의 몸에 손을 대는 것에 더 짜증이 났다. 제 것에 손을 대는 자들을 그가 얼마나 싫어하는데…….

펜셔스는 얼굴에 가볍게 손길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거의 굳어버렸다. 그는 왜 두 오버로드가 자신을 당장 영혼을 포기할 정도로 멍청하다고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완전히 녹아내릴 준비가 된 것 같았으니까.

“섹스룸에 가볼래?”

한편, 그 안의 낭만성은 그토록 큰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제 감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많은 이들이 있는 때에는 특히나. 이상하게도, 이는 부정을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진실되지 못한 것처럼.

더군다나 그 안의 신사성은 그런 생각을 고려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변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 중 누구도 제 감정에 기꺼이 화답할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내려놓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음, 아마 잠깐이라면? 물론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말이에요.”

알래스터가 (이 친구는 포함되지 않은) 남자들의 밤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전에, 부스의 다른 쪽 끝에 있던 거미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밤새지만 말고. 즐겨, 친구.”

알래스터는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부추긴 엔젤 역시도.

쿵. 쿵. 쿵.

음악 소리였을까? 펜셔스의 심장 소리인가?

똑똑똑!

“있어요!”

“젠장, 다른 데 가보자.”

두 번째 문을 두드렸을 때, 문틈 아래로 분홍색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뱀은 고개를 갸웃했다. 문 건너편에서 큰 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이 선 바깥의 인파 소리에 묻혀 간신히 들렸다.

“들어와아아아아——!”

문을 열기 전, 그의 파트너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관객이 있어도 괜찮겠어?”

평소라면? 괜찮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는 지금 알콜 덕에 사고가 느슨하고 유연하며, 무엇이든 기꺼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얼간이처럼 제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테고.

그들이 들어선 순간, 사향과 연기가 그의 폐를 휘감았다. 그는 저들이 한창인 난교장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여러 무리가 취한 채 서로 뒤엉켜서, 타액을 나누며, 상대를 껴안고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극도의 충격과 불편함에 사로잡혀서, 상대의 등에 곧장 부딪힐 때까지 파트너가 멈춰 선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그는 제 코를 쥐고 상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음, 뭔가 문제가 있나요—?”

“이런, 이런. 우리 복시가 씹어대던 작은 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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