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연성교환

241218

타입 외: 커뮤 세계관 작업

백업 by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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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발전했다. 그것은 갈고닦인 기술을 사용하여 정립된 무기들을 만들어냈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긴커녕 서로에게 그것을 들이밀었다. 이유란즉슨 자원 고갈.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지려 악착같이 달려든다면 결국 어떻게 되겠나. 방아쇠 한 번이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부터 먼 곳에서 스위치 한 번만 눌러도 몇백 명을 죽일 수 있는 것까지 난잡하게 섞여가던 그 사이에서 일부 국가는 평화를 외치며 손을 내밀기도 했지만, 그 손을 잡아주는 곳따윈 없었다. 결국 점차 커져가던 싸움은 세계대전이 되었고,

AD 2215년, ED 001년.

약 1%만을 남긴 채 인류는 절멸했다.

기나긴 전쟁은 곧 물, 흙, 공기를 모두 오염시켰다. 4대 원소 중 멀쩡한 것은 불 뿐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 불이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었을 뿐이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지역은 지구의 약 5%에 불과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완전한 멸종을 막기 위해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로 한다.

아직 기능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피난처를 만들었고, 그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은 곧 거대한 돔 형태를 이루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신선한 공기는 정화 필터를 통해 흘러갔고, 인공 태양은 외부의 시간에 맞추며 움직였으며, 깨끗한 물이 한 방울씩 모여가 하천이 만들어지고 바다가 이뤄져 마치 자연의 순환처럼 다시 비가 되어 내렸다. 흐르는 대기부터 물의 순환까지. 이것은 인공이 아닌 실제 지구의 자연과 거의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곧 외부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 새로운 생태계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생명체의 이주를 끝으로 셸터는 출입구를 폐쇄하였다. 일각에서는 그곳을 그저 지구가 살아날 때까지 머무는 곳, 방주에 지나지 않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곳을 새로운 이상향.

낙원 [Eden]이라 불렀다.

ED 113년.

인류는 백 년, 어쩌면 백 년에 더하여 수십 해를 에덴에서 보냈다. 통합 정부의 지침 아래서 인류는 평화를 되찾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이것은 ‘에덴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전’에 해당되었다. 인간들은 예로부터 무얼 했나. 신대륙을 개척하고, 영토를 넓혔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라 칭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결국 재발해버린 것이다. 산아 제한 정책. 자원 재분배를 통한 안정. 모든 문제에 대한 모든 답을 다르게 내려 해도, 결국 종점은 하나였다.

우리의 낙원을 넓히는 것.

철저한 조사와 대비에도 바깥과의 단절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으며, 결국 통합 정부는 에덴 밖으로 나갈 탐사대를 모집하기로 한다. 에덴 외부를 탐색하고 확장 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탐사대의 역할이었으며, 곧 훌륭한 실력의 군인이나 저명한 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든다. 선발된 인원은 총 13명.

그리고 며칠 뒤, 영원히 닫혀있을 것만 같던 에덴의 문이 열렸다.

7일 뒤.

에덴으로 복귀한 탐사대는 단 두 명의 생존자만이 남아있었으나, 이들마저도 오염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정부는 탐사대가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아직 인류는 개개인의 오염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고, 바깥의 ‘정체 모를 생명체’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상 그 위험을 감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에덴의 확장 계획이 일시 중단되었다.

ED 121년.

외부의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던 중, 연구원 한 명이 오염에 노출되었다. 임신 중이었던 해당 연구원은 본인과 태아의 건강을 위해 즉시 병원으로 이동 후 격리 조치되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원은 출산하였고, 직후 오염으로 인해 아이만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이때, 최초의 신인류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될 중요한 사건이 생겨난다.

바로 아이가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아이는 오염에 노출되어도 사망하지 않았으며, 대지를 자유로이 누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가 에덴의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믿었다. 당연했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가 해낸다면, 인간은 그것에 희망을 걸곤 하니까.

허나 아이는 다섯 살도 채 되기 전, 신체의 성장 속도가 능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불균형으로 사망하고 만다. 다만 아이가 남긴 것. 그것은 에덴 확장의 가능성이었다. 이능력을 가진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의 양육에 힘을 쏟아붇는다면 에덴에 있어서의 큰 전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최초의 신인류 제작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ED 134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나. 몇 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학계에서 마침내 새로운 신인류, ‘아담’의 탄생을 알렸다. 실험실에서 조정을 거듭해 만들어낸, 보통의 인간보다 강인한 신체와 신비로운 이능력을 가진 아담.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이 자라난다면 그들을 필두로 에덴의 확장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에덴과 인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ED 159년.

최초의 아담이 태어난 지 15년이 되는 해, 그것은 무사히 성장하여 에덴의 확장을 이루어냈다. 확장한 구역에서의 오염 역시 순조롭게 제거되었고, 이 과정에서 아담은 인류의 구원자가 되어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당연했다. 인류는 예로부터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고 그것을 숭배하는 순간 재물을 건네곤 했으니까.

그리고, 15번째 아담의 탄생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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