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백호] 친애하는 당신에게

비밀이 도착했습니다.

拝啓 桜木花道様、秘密が到着しました。


친애하는 강백호님.

오랜만에 펜을 잡습니다. 당신과 알고 지낸 이례 제가 글자로 말을 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우린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엔 보통 주먹을 썼으니.

문장이 서툴러도 눈 감아줬으면 합니다. 마음과 기분을 글로 남긴다는 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낯간지러운 일입니다. 당신은 이런 일을 50번이나 반복했던 거군요. 미련한 건지, 성실한 건지, 정말 바보같습니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그런 점이 당신다워서 좋다는 소리였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마음과 기분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제가 사랑하는 당신 중 가장 사랑하는 부분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이 글은 러브레터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써 전하기 위해 적는 편지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걸 당신 앞에 들이밀어 당황스럽게 만들 일은 없을테니. 전 당신만큼 솔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겁이 많은지라.

당신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왁스로 머리를 틀어올리고, 눈에 한껏 힘을 주고, 껄렁한 자세로 돌아다니던 우리는 훌륭한 불량배였고, 걸어오는 싸움을 거절할 줄 모르던 저는 무서울게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아십니까? 그 시절의 저에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서울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해야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주 무서운게 나타나고 만 것이죠. 바로 당신 말입니다.

그거 아십니까? 농구를 할 때의 당신은 정말 반짝거립니다. 말 그대로, 정말로 빛이 납니다. 그 빛은 체육관의 조명일 때도 있고, 이른 아침의 햇살일 때도 있고, 노을 빛일 때도 있고, 어두운 방 안에서 보는 브라운관의 빛일 때도 있습니다. 전 그럴 때 마다 당신의 눈을 봅니다. 열중하는 눈을.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눈 말입니다. 분명 제 생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발견할 수 없을겁니다. 그래서 입니다. 제가 한심하게도 겁을 먹은 것은.

저는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잃었을 때의 눈도 알고 있습니다. 전 그걸 다시 보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제가 직접 언급하기엔 민망한 이야기지만, 당신에게 있어 저는 제법 특별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제게 주는 신뢰와 애정은 가족의 그것과 닮아있고, 저도 그것을 기껍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맹세한겁니디.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게 될 일말의 가능성도 남기지 않겠노라고. 그게 설령 저 자신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니 저는 이 마음을 당신에게 전하지 않을겁니다. 당신이 저를 친구로서 믿고 필요로 해주는 이상, 전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겁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당신은 그게 사랑을 고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제게 따지고 들 수도 있겠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제 사랑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온전히 제 마음이며 기분이니 당신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을 뿐입니다. 또, 바로 옆에서 당신이 차이는 걸 50번이나 보지 않았습니까. 차이는 건 저도 좀 슬픕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이런 제 마음을 알 턱이 없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죠. 당신이 가장 사랑하게 된 것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전하지 않을 마음을 굳이 글로 남기는 건 순전히 절 위해서 입니다. 제가 얼마나, 어떻게, 어떤 당신을 사랑했는지. 내일이면 먼 타국으로 떠나버릴 당신은 영원히 모를 연심을 위로하기 위한 러브레터입니다.

농구를 하는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생일이면 만개하던 벚꽃이 당신과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싸울 때 맞대던 등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볼 때 기대었던 체온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잠이 든 당신의 향기가 얼마나 포근했는지, 당신의 러브레터를 받았을 이름모를 소녀들을 얼마나 질투했었는지, 절 부르던 당신의 눈이, 표정이, 목소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를. 전 영원히 되새길 겁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멀리 가서도 아프지 마십시오. 또 편지 하겠습니다.




양호열 드림.


호백카페 이벤트로 낼라다가 직진이 아니지 않아? 싶어서 관뒀던건데 아까워서 올림

+ 포타에서 이사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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