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펠쨩 어렸을 때 이야기.

열 살 정도 되었을 무렵입니다.


“이름은?”

주홍빛 하늘을 물든 해가 저물어 가는 길. 땅까지 끌리는 로브를 입은 키가 큰 이와 짧뚱한 다리를 가진 아이가 먼지투성이 길을 걷는다. 키 큰 이가 짚은 지팡이가 툭. 툭. 일정한 간격으로 내는 소리가 울린다. 아이는 발을 질질 끌며 걷는다.

“없는데요.”

“남들은 너를 뭐라고 불렀니?”

한 줄기 바람이 아이가 머리까지 뒤집어 쓴 망토를 뒤엎는다. 지저분하게 흩어지는 검푸른 머리 사이로 작게 돋은 연회색 뿔이 보인다. 아이는 황급히 망토를 내리누르며 말한다.

“야, 너, 이자식, 이 망나니, 악마의 자식……. 편한 대로 고르세요.”

툭. 하고 지팡이 소리가 멈춘다. 아이는 계속 발을 놀렸으나 키 큰 이는 잠시 멈춘다.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안 오고 뭐 하세요?”

지팡이 짚는 소리가 이어진다.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키 큰 이가 오는 것을 기다린다. 키 큰 이는 지팡이를 짚지 않은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다.

“천천히 걷자꾸나. 곧 다음 마을이니, 서두를 필요 없다.”

아이는 잡힌 손이 어색한지 손을 꼼지락거렸지만, 곧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한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기껍다. 걸어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도 손을 맞잡고 늘어졌다.


“자, 아이야. 도착했다.”

몇 주간의 고된 여정 끝에 도착한 곳은 어느 사원이었다. 사원 입구의 신의 조각상을 지나치며, 아이는 괜히 망토를 푹 눌러쓰고 땅만 보고 걸었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 여기까지 온 주제에 뿔을 숨기는 생각이나 하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오랫동안 갈려나간 마음은 습관처럼 아이의 행동을 구속했다. 키 큰 이는 그런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입구에 달린 종을 울렸다. 딸랑딸랑, 맑은 종소리가 사원에 울려퍼졌다.

아이는 종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이 곳에도 내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아이는 애꿎은 망토자락을 땀이 베어날 정도로 꽉 쥐었다. 사원 여기저기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마치 자신을 쫓아내려는 성난 사람들의 발걸음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약한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눈을 꼭 감았다.

“자, 다들 소개하마. 오늘부터 함께 지내게 될 아이다.”

키 큰 이가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이 닿자 아이는 파드득거리며 놀랐다. 주름투성이 손이 아이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이더니 그대로 아이의 머리 위를 휘감고 있던 망토를 끌어내렸다.

“눈을 떠 보렴, 펠리시아(Felicia).”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호기심에 찬 어린 얼굴들이 옹기종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얼굴 중에는 아이처럼 뿔이 있는 얼굴도 여럿 있었다. 구름이 지나가며 아침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었다. 어린 얼굴들은 내리쬐는 햇볓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쉴새없이 재잘댔다. 아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돌려 키 큰 이를 바라보았다.

“자, 여기가 이제 네 집이란다, 펠리시아.”

“펠…리시아?”

산들바람에 아이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조그만 연회색 뿔에 햇빛이 내리앉았다.

“그건 네 이름이란다. 자, 모두 새 식구를 환영해 주도록. 리리안!”

“네, 원장님!”

아이들 사이에서 펠리시아처럼 뿔이 있는 소녀가 종종 걸어나왔다. 푸른 눈동자에는 키 큰 이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담뿍 담겨져 있었다. 수도원장은 축축해진 펠리시아의 손을 소녀의 손 위에 올려 주었다.

“자, 네가 새 친구한테 수도원을 소개시켜 주도록 하렴. 부탁한다.”

“맡겨 주세요!”

리리안은 맑게 웃으며 펠리시아의 손을 끌어당겼다. 따뜻하고 말랑한 손이었다. 정신없이 이끌려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이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배웅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따사로웠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펠리시아는 리리안을 따라 땅을 박차고 달렸다.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 질 거라는 이상한 기대감이 가슴께를 간지럽혀서 자꾸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펠리시아는 라틴어 Felix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 마자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행운의 마법약 이름 …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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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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