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Tell me my name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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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미와 씨, 저 데려가세요.”

부름이 들려 돌아보면 백웜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아이가 있었다. 가만히 두어도 트리온을 조금씩 소모하는 백웜은 은신 중인 스나이퍼, 기습을 준비하는 어태커 및 다른 포지션과같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불러내 착용하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미와를 보고 달려오는 아이의 오늘 임무는 종결되었으며 아이의 트리온 또한 백웜으로 소모되는 양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했기에 굳이 상관하지 않아도 좋기는 하였다. 따라서 미와가 아이를 보며 신경 쓴 부분은 다른 것에 있었다. “와, 늦을 뻔했다.” 그리 말하며 저를 급히 쫓아온 아이의 뒤집힌 두건을 다시 뒤집어주는 일. “천천히 와도 괜찮아.” 그리고 저를 붙잡기 위해 달려올 필요는 없다고 주지시키는 일. 하지만 아이는 뭐가 그리 급한지 언제나 분주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왜일까? 마음이 급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적어도 미와의 심중에 짐작되는 사실은 없었다. 그러는 중 아이가 웃으며 미와에게 물었다. “니노미야 씨랑 카코 씨는요?” “먼저 가 있어.” 대답하며 아이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저를 따르며 오늘 스나이퍼 합동 훈련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아이와. 아이가 이토록 말이 많을 줄 미와는 이 이전엔 알지 못했더랬다. 그리고 이젠 알았다. 아이를 맡게 돌 줄은 알지 못했으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아야 했던 나날 중에 말이다. 아, 그렇다면. 미와는 이 아이의 이름도 아는가? 아, 뭐라는 건가. 당연한 질문을. 미와는 아이의 이름을 알았다.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의 이름은 ‘아’ 단으로 시작했다. 아. 아? 아.

“아즈마.”

이름이 들려 돌아보는 아이가 있었다. 이름이 불린 아이는 미와를 올려다보며 엷게 웃었다. 아이의 이름은 그래, 아즈마였다. 이제 겨우 중학교에 다니는 소년 아즈마가 미와 앞에 발을 멈추며 섰다. “네, 미와 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아니…….” 그러고 보니 자신은 왜 아이를 불렀지? 그렇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던 때, 이번엔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표정을 바꿨다. “미와 씨, 오늘따라 왠지 이상하시네요.” “뭐가 말이지.” “그야 미와 씨랑 니노미야 씨 말예요. 항상.” 항상 저를.

“하루아키라고 부르셨잖아요.”

어.

아.

그랬던가?

그렇지만 그렇게 따지면 너도, 아즈마도. 아즈마? 도. 눈을 크게 뜬 미와를 보며 이번엔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미와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슈지라고 부르지 않았냐구요?”

맞아. 그는 제가 허락해 준 이래로 항상 저를 그 이름으로 불렀었다. 슈지라고. 슈지는 미와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데, 라고 할 이유가 있나? 그러니 그런데 다시 그리고. 그리고 마치 그 속을 꿰뚫어 본 양, 아이가 말간 웃음 뒤로 말했다.

아직 갈피를 못 잡으셨나 봐요.

…….

그처럼 아이를 이름으로 부를지, 아니면 그가 불렀던 그대로 이름을 남길지.

무슨 소리야, 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는 누구고 아이는 누구를 말하고 있는 건지. 다행히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 순간 사방을 울리며 들려오는 경적 같은 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아??가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재미난다는 듯이 웃으며. 슈지. 슈지 씨. 일어날 시간이야. 일어날 시간이에요.

눈을 떴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깨워도 좀처럼 못 일어나서 걱정했다.”

소리가 먼저 닿았다. 시야에서 거뭇한 그림자가 걷히는 건 그 뒤로, 제대로 앞을 살필 수 있게 되었을 때 미와는 가장 먼저 제 몸 위로 덮어진 파란 재킷을 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제게 옷을 덮어준 이를 올려다보았다. 그에 따라 그의 시선도 따라왔다. 미와가 입을 열면 그도 따라 열었다. 아. 아?

“아즈마 씨.”

그러자 이번엔 그를 따라 하지 않고 그보다 먼저 웃는 당신이 있었다. 실로 그랬다.

“응, 슈지. 무슨 일 있니?”

아뇨.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일은 없었다. 다만, 다만……. 이상한 꿈을 꾸었을 뿐이었다. 어떤 이상한 꿈이냐면.

“아즈마 씨가 저보다 어려지는 꿈을 꿨어요.”

“뭐?”

그 말에 깔깔 웃는 당신이 있었다. 언젠가 꾸었던 꿈 밖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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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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