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관찰을 잘 하는 요네야 군

월드 트리거. 요네야 이야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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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는 조종당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한다.’ 언제 들었는지는 그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나, 코데라 쇼헤이가 했던 말로 출처를 기억한다.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은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할 터다. 조종당한다는 것은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뜻대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뜻일 테고. 그러나 올해 열일곱 살이 된 소년, 요네야 요스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안 되는 것일까?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일까? 어찌 됐든 일은 잘 풀리고 있는데.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리고 그를 조종하는 것이 꼭 다른 사람일까?

꼭 사람일까?

그! 그것은 그가 속한 부대의 대장 미와 슈지를 가리켰다. 네이버를 증오하는 우리의 대장. 근래는 특히나 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상념에 잠기는 날이 많아진 상념의 대상. 그가 생각하는 이야기의 주인공. 그야,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복수자이지 않은가. 돌려받을 수 없는 시간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과거에 품은 뜻대로 자신을 다루는 당신. 다뤄지는 당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을 때는 조종당하는 걸 좀 더 잘 눈치챌 수 있는가?

미리 딱 잘라 말해두자면 요네야가 그를 조종하고 있다던가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런 일엔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고 아마 재능도 없을 것이다. 그는 그보단 관찰 쪽에 좀 더 기량이 있었고, 미와는 굳이 관찰하겠다 마음먹지 않아도 행동을 같이하는 시간이 많은 이상 자연히 관찰하게 되는 대상이었다. 미안, 대장.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는 조종당하고 있어도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정말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까?

증오는 귀찮은 감정이다.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그들의 증오를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해하기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공감하기에 그들이 얼마나 귀찮은 짐을 떠안고 있는지, 괴롭고 성가셔하는지도 알 수 있었고, 알 수 있기에 다시 말할 수 있었다. 증오는 귀찮은 감정이라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이에게도 그러할진대 내려놓지 못하는 그들에겐 얼마나 고된 감정일까. 눈치채지 못하기엔 너무나 성가신 감정이지 않은가. 가뜩이나 일―복수도 잘 안 풀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러든 말든. 일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조종당하고 있다 한들 상관하지 아니하겠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고 싶은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그러니 그들만큼 고뇌하거나 분노하지는 못해도 한 손 거들어줄 수는 있는 것이다. 아, 한 손이 아니라 두 손 다 동원해서 거들고 있나? 아무렴 어때.

요네야의 일은 잘 풀리고 있는가 하면 아직까진 막히는 일이 없는 듯했다. 싸움도 즐겁고 함께하는 동료들도 좋았다. 이런 자신을 조종하는 이가 있고 그를 눈치챈다 한들 그에게서 악의를 느끼긴 힘들 만큼. 하지만 또 모른다. 또 모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위를 올려다보는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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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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