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소트, 그리고 초월체 문답

아스타리온 개인봇님과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폭력, 상해 또한 그와 관련된 약한 고어 표현 트리거 워닝!!

자르, 아니, 넓디 넓고 또 복잡하기까지 한 안쿠닌 성 안에는, 아스타리온 안쿠닌. 그의 반려 하나가 그 성을 배회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없는 그의 취미는 바로 기록으로서, 뭔가를 기록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 편이나 그를 딱 한 번 후회했던 일이 있으니, 자신이 은밀하게 기록해 놓았던 소위 콘소트들의 다과회에서의 인터뷰를 바로바로 치워버리지 못했음이다.

그리하여 그 기록은 안쿠닌 경에 의해 발견된 뒤 일종의 놀잇감처럼 사용되었는데, 어째서인지 불쾌함을 느꼈어야만 할 그의 반려는 그 기록을 제거하기는 커녕 오히려 안쿠닌 경의 답변에 사견을 덧붙여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을 흉내내듯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1. 소중한 시간을 내어 다과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콘쏘트, 자비롭게 아량을 베풀어 주인님과 당신을 소개해주십사 간청드려도 괜찮을까요?(영수증O, 간단한 썰O)

E: 나는, 그러니까, 세간이 말하는 대로 부르자면 이야드. 이야드 안쿠닌이다. 아스타리온 안쿠닌 경, 은 내-푸핫, 하고 웃습니다-반려지. 아니, 내가 그의 반려라고 해야 마땅하다. 힘의 역학과, 또한… 상하관계를 생각한다면 말이지.

A: 내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덕분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된 자. 그리고 나의 영원 불멸하고 아름다운 강아지.

강아지. 옛날에도 그리 불러준 적이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하긴 멋쩍지만, 나도 그에 부응하기 위해 턱부분을 긁어도 즐겼을 때가 있었지. 솔직히 드래곤본더러 강아지라 부르는 이는 내 초월체인 반려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원히 불리는 것도 나밖에는 없을 터. 과거의 내가 알면, 상당히 재밌어 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

2. 초월체 부부께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혹은 애칭)이 무엇일까요?(올쳥/@tadporori, 발따곰/@Mogi_90m)

E: 나는 그를 아스타리온이라고 불러. 그가 아스타리온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어쩔 때는, 사람들 앞에서는 예를 갖추라며 안쿠닌 경으로 부르라고 했을 때도 있었지. 내가 그 말을 들을 것 같나? 아스타리온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까닭은, 그래, 옛날의 그가 거기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어.

A: 내 사랑, 내 강아지, 나의 ‘힘’. 그것 말고 다른 호칭이 필요한가?

사랑과, 강아지와, 힘이라. 새삼, 이게 서로 어울린다는 것에 어떤 욕지기까지 치밀어 오를 지경이야. 다른 호칭, 그래. 다른 호칭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지금도 아스타리온이 원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부터가 일단 별 생각이 없고, 이건 둘이 마찬가지인 듯 하니, 어떤 길은 요원하다 못해 이제는 막혔음을 인정해야지.

2-1. 그중 콘쏘트께서 가장 좋아하는 애칭은 무엇일까요?(Meta/@metamorphobg)

E: 내 사랑, 강아지, 힘 중에 말인가? 첫 째는 기만, 둘 째는 멸칭, 셋 째는… 진실이군. 그나마 셋 째.

A: 우리 강아지. 당연하겠지?

힘으로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가? 적어도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덜 선호하는군. 당연은 무슨, 의견이 갈렸다. 아니, 오히려 힘을 택한 내가 잘못한 것인지도 모르겠군. 아스타리온이 나에게서 보는 힘은, 그래, 그 망할 놈의 거울처럼 자신만을 비추는 것이다. 뱀파이어 스폰일 때와 다르게 거울을 볼 수 있음에, 이젠 그것에 오히려 맹목적이 되었군.

3. 콘쏘트께서 검은 미사(승천)을 도운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쭈오/@zzu_bg3)

사실은 막을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첫 번째는, 나의 권유였어. 형제자매를 없애면, 네 과거가 없어진다고. 그리고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었지. 당장이라도 맹세 파기자가 나타나서 내 간악한 혀를 둘로 쪼갰어야 하는 건데. 그 때부터, 아스타리온은 눈에 띄게 안도했어. 아, 그래. 사랑. 그를 부정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째로 주어졌었다. 그의 사랑을 거부했었어야 했다. 계속해서 반대했어야만 했었어! 대신에 나는 그걸 믿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간에, 나를 사랑한다는 소리를 믿었지. 다만 내가 믿었던 것은 아스타리온이 아닌, 자르가의 망령이라는 것을, 그 몇 백 년을 이어내려온 굳고 썩어버려 걸죽해져버린 피라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된 것도 나의, 그러니까, 우리의 비극이지.

4. 초월체 부군과의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고 계실까요?(쭈오/@zzu_bg3)

E: 우리 속의 짐승에게 그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냐고 묻는 건가? 배설물과, 먹이가 세 걸음도 떨어지 있지 않는 그 곳을 짐승의 낙원이라 볼 수 있겠나?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어떠한 가능성을 생각지 못하는 이에게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렸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 가능성을 내가 내 손으로 부쉈기에,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으로, 만족하냐고.

A: 만족하지 않을 리가 없어. 그 무엇도 해칠 수 없게 지켜주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가져다 줄 수 있는데, 이 삶에 만족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무엇에 만족하지? 하하! 설마 돌멩이가 그득한 흙바닥에 낡은 천쪼가리 하나 펼쳐두고 잠을 청하고, 겨우 구한 식량을 다 때려넣은 스프를 식사랍시고 떠먹던 때를 그리워하겠어?

서커스단의 우리 안에 있는 맹수를 보며, 그 맹수가 초원을 자유로이 거니는 것을 상상한 적이 있나? 아니, 애초에 그 우리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그 몇 걸음 조차 상상하지 못하기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안쿠닌 성에서 몇 걸음만 나가면, 나는 발더스게이트의 칭송받는 영웅이자, 전설이야. 하지만, 그 것은 누려보지 못했기에 그리워 할 수 없다. 대신, 기억으로부터 조금만, 단 몇 걸음만 후퇴해도, 나는 당신이 말한 것처럼 돌멩이가 그득한 흙바닥에 낡은 천쪼가리 하나 펼쳐둔 채 잠을 청하고 식량을 다 때려넣은 스프를 끼적이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어. 후퇴함이 오히려 달콤한 것은 모든 팔라딘의 수치이나, 나는 맹세를 파기한 몸. 수치도 모른 채로 그렇게 과거만을 그리워 할 뿐이다.

5. 초월체 부군께서 콘쏘트를 지배하시고자 하는 데 거부하시나요? 아니면 순종하시나요?(쭈오/@zzu_bg3)

E: 거부하면 무슨 소용이 있지? 내 몸에 돌고 있는 이 한 방울의 피는 개의 목줄이다. 느슨할 때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처럼 풀어주더니, 조금만 길을 선회하면 바로 목을 졸라대지. 나는 거기에 거부할 수가 없어….

A: 감히 나를 거부해? 아니, 아니지.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거부하더라면 다시 길들여야지.

거부하는 건 소용이 없다는 데 둘의 의견이 일치하는군. 그렇다면 거부의 반대가 즉 순종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둘 다 동의하지 않으리라 믿지. 난 거부하지 않되 순종하지도 않는다. 거부는 소용이 없고, 순종또한 의미가 없어. 이 잔인한 평행선들 사이의 균열에 빠져서 허우적댈 뿐이지. 아직까지는.

6. 초월체 부군의 배우자가 되며 잃으셔야 했던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이신가요? 예를 든다면 더는 좋아하는 음식을 드시지 못하게 되었다든가…….(겸재/@Melinoia__)

맹세. 내 맹세를 잃은 것이다. 사실, 바알에 사로잡힌 나의 복수의 맹세는 더럽혀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하지만, 그건 아스타리온과 여행을 다니며 충만해 지고 있던 바,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능성을 져버린 것은 나다. 내가 아스타리온의 승천을 도왔고, 내가 맹세를 깨뜨렸지. 이에 대해서 그의 탓을 할 정도로 양심 없는 자는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또한 다른 생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알에게 충성하고 맹세했듯이, 그 대상을… 달리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 빛으로 누군가를 비출 수 있었는지에 대해.

7. 초월체 부군이 무섭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실까요?(집밥식당/@Jipbapsikdang)

그에겐 말하지 마. 사실, 매일 두렵다. 변해버린 그를 마주치는 순간 순간이 무서워. 그가 내게 가하는 폭력과, 폭언이 무섭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무관심이 무섭다는 바보같은 소리 또한 아니고. 아, 내가 발더스게이트의 영웅이라서 그 안전에 대해 무서워 하는 것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그저, 예정된 그의 최후가 구둣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야겠군. 그 머리가 쭈뼛 서는 소리에,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죄악을 그가 혼자 감내해야 하는 순간에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있나? …그래, 아직도 내가 그를 사랑함이 무섭다.

8. 초월체 부군께 제일 서운한 순간은 언제이신가요?(할/@bdgham47)

E: 서운…이라는 귀여운 표현을 해줬으니, 나도 사소한 일로 표현을 해줘야겠지. 입질이 심하다고 입마개나 살까, 하고 말했을 때. …아마 진담이었겠지.

A: 글쎄. 내 동행 없이 바깥에 나가게 하지 못하는 일이 서운한가? 아니면, 내 사랑이 어딜 갈 때마다 감시자를 붙이는 일? 감이 확실하게 잡히진 않네.

사소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 확실히 권력에 맛에 많이 취했군. 오히려 다행이야. 아직도 내가 이런 사소한 것에도 마음을 주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9. 초월체 부부께서 한 날, 한 시에 아름다운 서사를 끝내고 함께 영면을 맞이하게 되신다면 어떤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길 바라실까요?(랑래/@rang_re__)

E: 나는 안쿠닌 경만의 검이요, 그를 위해 맹세까지 파기한 자. 계속해서 아름다운, 이라고 보이는 건가. 상관 없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그의 통제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를 벨 것이다. 맹세를 파기한 자에게는 주인을 베는 맹목적인 검이 어울리는 법이지.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른다. 그래, 함께 영면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맹목적인 검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 법이니.

A: 하하! 질문이 잘못되었어. 난 이 서사를 끝낼 생각이 조금도 없어. 벨리오스, 카사도어처럼 영면에 들 생각도 없고. 내 사랑스런 강아지가 나한테 입질이라도 하게 놔둘 것 같아? 난 그들처럼 아랫것을 다루지 않아. 사랑과 애정으로 보듬어줘야 배신하지 않지… 그런 점에서 전대 뱀파이어들은 모두 멍청이였던 게 분명해.

사랑과, 애정. 이제는 그, ‘아랫것’이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쓰는군. 벨리오스와 카사도어에 관해 모르긴 모르지만, 서로 애정을 주고 받는 사이는 아니었겠지. 그래, 안쿠닌 경의 유일한 역린인 카사도어와의 관계또한 그럴 것이고. 아, 배신. 하하, 배신이라 했나? 과연 안쿠닌 경은 배은망덕하게도 카사도어를 배신했는가? 이것도 생각해 볼 문제군. 아마 이리 직설적으로 물어본다면… 한 동안은 ‘벌’을 받겠지만.

10. 절대자와의 결전에서 승리한 뒤 주인 부부께서는 두 분의 선홍빛 안식처(자르 궁전/안쿠닌 성)을 어떻게 꾸미셨는지 궁금합니다(발따곰/@Mogi_90m)

E: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아스타리온은 꽤나 좋아하며 이것저것 하는 것 같더군. 이런 나도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된 건, 창문에 시체마냥 늘어져 있던 커튼들을 전부 치우고 햇빛이 드는 공간으로 일부 개조한 거겠지.

A: 먼저 내 강아지를 위해서 햇빛을 봐도 괜찮은 권능 정도는 나눠줄 거야. 그럼 200년 동안 지겹게 봐온 음습하고 퀴퀴한 커튼이랑은 안녕이지. 초상화도 싹 갖다 버리고 솜씨 좋은 화가를 고용해서 새로 그리기 시작해야지. 연회장에선 화려한 바이올린 4중주가 울릴거고, 매번 파티를 열 거야… 그리고 가장 높고 아름다운 곳에서 내 강아지를 곁에 두고서 그 모든 걸 내려다보는 거지.  …완벽해.

커튼에 염증을 느끼는 건 나뿐이 아니었군. 그리고, 그 기괴하기만 한 그림들도. 햇빛이 가득한 화사한 연회장에서의 무도회와, 파티들이라… 누가 봐도 존귀하신 안쿠닌 경은 뱀파이어의 뱀, 자와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기겠지. 아마 그 자리에서 내가 안쿠닌 경은 뱀파이어다, 라고 하고 다녀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겠고. 이건 안쿠닌 경이 나를 위해 예비한 가장 화려한 감옥이라고 봐도 되겠어. 모두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가, 사실은 가장 아래에 있다는 것은… 그래, 알아주는 이 없겠지.

11. 초월체 부군과 함께 어떤 하루를 보내시는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다미/@Vita_Heart_D, 발따곰/@Mogi_90m)

E: 함께, 라기엔 곤란하다. 아스타리온은 주력 인사를 만나고, 무도회에 참석하며, 집무를 보지. 마땅한 집사는 내가 되었어야 하나, 내가 그걸 순순히 들어줄 것 같나? 나의 검을 인도하는 것은 맹세였다. 하지만, 지금 내 검을 인도하는 것은 맹세를 파기하고 부정해진 나 하나에 불과해. 나를 인도하는 빛이 사그라졌으니, 나도 그에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육체적인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야. 물론, 육체적인 수련도 동시에 하고 있으나, 나는 나를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옛 기억과, 생각을 떠올리며 그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늘 복기해. 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것과 많이 유리됐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행동을 했더라.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당황스럽더군.

A: 함께 다니기에 내 강아지는 시선을 너무 많이 끌어. 그 화려한 이빨이며 탐스런 비늘이며 멋들어진 뿔까지. 전에 정무에 한번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멀리서 얼핏 보고서 그를 ‘영웅’이라 부르며 아는 체 하는 자가 있더라고. 물론 그 자는 깔끔하게 처리한 뒤에 골짜기 밑으로 던지라고 했지.

발더스게이트에서 보기 드문 드래곤본, 그것도 발더스게이트를 구한 영웅은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빨, 비늘, 뿔… 그 미사여구들은 날 현혹시키기 위함인가. 아, 혹시 마지막은 나의 죄책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덧붙인 말이라도 되나? 미안하지만, 기억을 잃고 난 후에도 나는 언더다크의 배에서 드웨가 드워프 하나를 바다로 밀어버린 적이 있었지. 앞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그 것만큼은 뚜렷하다. 입막음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익숙해.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는 방법임을 그래서 더욱 잘 알고 있다. 발더스게이트의 모든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상에야 나에 대한 소문은 사그라들지 않을 터. …단 한 가지 방법은, 그 모든 이들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 빛마저 바랜 영웅의 시신을 끌어안고도 잘 지낼 수 있다면, 그 방법도 고려해봄이 좋을 터.

12. 초월체 부군께서 각종 사업과 집무로 다망하실 때, 혹은 부재중이실 때 콘쏘트께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실까요?(Meta/@metamorphobg, 다미/@Vita_Heart_D)

아, 위의 질문과 비슷하군. 다시 한 번 말해주자면, 육체의 단련과 심신의 안정을 추구한다. 맹세파기자가 할 일은 아니지. 복수의 맹세에 서약했던 지난 날이 그리워서 그저 공허하고 허무한 행동을 반복하는 걸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러하지 않은 것보다는야 나은 것이다. 그렇지 않나?

13. 콘쏘트께서는 초월체 부군을 얼마나 오랜 시간 마주하지 않고 견디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발따곰/@Mogi_90m)

이런 의도의 질문은 아니었겠지만, 그가 시야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긴 하더군.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나 싶어서. 한… 사나흘 정도면 큰 일은 마무리 되곤 하니까, 그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곤란하겠지. 내 쪽에서도 대책을 세워야겠고 말이야.

14. 초월체 부부께서 즐겨 입으시는 의복이 궁금합니다.(발따곰/@Mogi_90m)

E: 나는 늘 똑같아. 아스타리온은 질겁을 하면서 싫어하지만, 어떨 때는 안쿠닌 성을 하의만 입은 채로, 그러니까 옛날의 야영지처럼 배회하곤 하지. 콘소트로서 품위를 지키라고 역정을 내긴 하는데, 그 꼴이 보기 통쾌한 것도 있지만 난 역시 이게 편해.

A: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되었으니 그 품위에 걸맞는 옷을 입어야겠지. 그건 내 강아지도 마찬가지고. 가끔 내 강아지가 품격을 해치는 차림새를 할 때면 정말로, 정신이 들 때까지 지하에 묶어놔야하나 싶은 생각도 해. 시종들도 돌아다니는데, 뭘 하는 건지… 쯧.

정신이 들 때까지, 지하에. 그 지하는 아직 그대로인가. 메워버렸을 줄 알았는데. 어때, 카사도어의 해골이라도 있는건가? 그래서 아직도 안쿠닌 경에게 자르 경은 지혜를 속삭여주고 있나? 반려를 교육함에 있어 체벌이 최고다라는 말이라도 전해주는거고? 아예 받아 적지 그러나.

15. 콘쏘트시여, 흡혈은 스스로 터득하셨나요? 아니면 초월체 부군께서 가르쳐주셨을까요?(기차장/@zugderunterweg)

E: 내가 터득했다. 아스타리온과 처음으로 만난 날이 기억나더군. 그가 흡혈한 정황이 있는 멧돼지 시체를 본 기억을 상기했다. 그 상처의 위치와 깊이. 그런 것들. 아스타리온은 그 것 때문에 나에게 뱀파이어, 그러니까, 스폰인 것을 들켰지. 나는 그런 것에 괘념치 않았다. 발더스게이트 근처 산에 들어가, 뱀파이어 초월체의, 반려가-씹어 뱉듯이 말합니다-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듯이 닥치는 대로 흡혈했다. 아스타리온은 굳이 날 쫓아와서, 자신이 가르쳐 주겠다고 하더군. 마침 입에 남아 있던 피를 얼굴에 뱉어 모욕하며, 필요 없다고 했다. …초월체라 그런지, 주먹이 꽤나 아프더군. 그 이후로, 그가 나에게 흡혈을 가르쳐 준 적은 없어. 다시는.

A: 오, 내 귀여운 강아지한테 달린 이빨을 봐.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훌륭하게 잘 해낼 거야. ㅡ물론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뚫을 수 있게 알려줄 수 있겠지. 더 우아하면서 효율적인 사냥 방법 말이야.

우아하면서 효율적인 사냥법이란, 네가  잔에 따라주는 짐승의 피 말고도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말하는 것이겠지. 구역질나지만, 섬세하고도 치밀한 흡혈만이 사람의 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겠고. 곰의 피와 멧돼지의 피를 마시는 걸로도 부족해서 내 피까지 노렸던 너를 생각해보면, 사람의 피는 또 다른 맛이 날 것 같군. 그리하여 거절하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기력한 사람의 피가 아니라 끝까지 내게 저항할 수 있는 야생짐승들의 목을 꺾고 마실 수 있는 피니까. 내 그나마 남은 인간성까지 무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

16. 초월체 부군과 함께 식사하고 싶은 음식으로 무엇이 있으실까요?(발따곰/@Mogi_90m)

E: 아, 식사… 솔직히, 지쳤어. 옛날처럼, 그저 생선 대가리만 넣고 끓인 수프라도 먹었으면. …계속해서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정신이 무뎌졌군. 잊어라.

A: 간이 딱 맞게 조리되고 적당한 크기로 씹히는 게 많은 차우더, 향신료를 아낌없이 써서 야들하게 구운 사슴고기 구이, 고급 워터딥산 치즈와 와인.

…이렇게 먹고 싶은 게 구체적이어서 어떻게 와인만 마시고 살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야.

17.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지요. 콘쏘트께서는 초월체 부군의 어떤 면모를 닮아가고 계시는가요? 이를테면 말투나 습관 중 사소하고도 세세한 부분을 여쭙고 싶습니다.(포너/@fawnertig)

E: 닮아, 간다고. 이 질문… 정말 감당키 어렵군. 말투를 닮아간다면 혀를, 습관을 닮아 간다면 힘줄을 자르고 싶은 기분일텐데.

A: 뭐? 날 너무 닮지 않아서 고민인데. 아직 품격도, 어휘도, 행동도 따라오질 못했어. 갈 길이 구만 리야.

당연하지. 내가 일부러 너와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데. 다만, 이것도 분하긴 마찬가지야. 무조건 반대로라 함은 그 반대로인 심상이 무조건 마음 속에 있는 것 아닌가? 매일같이 널 의식하고 있으니, 사실 닮아간다는 질문이 가장 섬뜩했지.

18. 콘쏘트께서 초월체 부군께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엘쉬/@elsh_bdg3)

목숨을 끊는 것. 그리고, 그것에 내 도움을 요청하는 것.

19.콘쏘트께서는 초월체 부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부군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길 바라나요?(성필/@a_star_39)

E: 아스타리온의 모습은, 옛날과 달라지지 않았지. 그 달라지지 않은 면모중 좋아하는 걸 하나 꼽자면, 역시 복슬한 머리카락이야. 아스타리온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면, 그렇게 한다면,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A: How dare you. 어떤 강아지도 주인 머리에 손을 얹진 않아.

옛날엔 손까지 깍지껴가며 만져주었던 머리칼인데… 조금이라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잘 인지했다.

20. 초월체 부군께 있어서 콘쏘트의 어떤 면모를 가장 어여뻐하시고 흡족해하신다고 생각하실까요?(엘쉬/@elsh_bdg3)

E: 사냥개같은 면모겠지. 내 검은 맹세가 파기되었음에도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무뎌지지 않았다. 내가 아스타리온을 그 검으로 겨누는 것을 숨기지 않았어도, 그는 오히려 흡족해 하더군. 왤까. 그저 통제 범위 내에 있는 ‘반려’의 투정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그 것대로 기분이 좋지 않아.

A: 말을 잘 듣는 점. 한 번씩 앙탈을 부리긴 하는데, 그 정도는 애교스럽게 넘어갈 수 있어. 물론 자아 없이 고분고분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점도 꽤 마음에 들어.

사실상, 내 모든 면모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말에 얼굴 붉히며 수줍어할 나이, 그리고 때는 지났지.

21. 초월체 부부께서 가장 좋아하는 서로의 신체 부위는 어디이신지 은밀히 말씀해 주셔요.(르랑/@Lelang_BG3, ma/@stillwav_es)

E: 머리카락. 특히, 뒷통수. 귀, 특히 귀 끝. 눈동자를 살짝 덮고 있는 속눈썹. 오똑한 코. 호선을 그리는 입매.

A: 다른 부위에 비해서 비늘이 자잘하고 말랑한 턱 아래. 거길 손가락으로 긁어주고 있으면 감각이 꽤 좋아. 기분이 좋지.

이건 정말 은밀한 것 맞군. 강아지라고 부름에는 이러한 까닭도 있는 것인가? 참 어지간히… 그래, 때로는 바뀐 게 없는 점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지.

22. 콘쏘트께서는 초월체 부군과 안과 밖 중 어디서 데이트를 즐기고 싶으실까요?(발따곰/@Mogi_90m)

E: 밖이라면, 다들 손가락질 하겠군. 저기 봐, 안쿠닌 경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하신다…. 안이 차라리 낫겠어. 안쿠닌 성은 아주 넓어. 아랫도시와 윗도시의 일부를 차지하고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안에서만 있어도 하루가 금방 가지. 뭘 해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한 적이 너무 오래됐어….

A: 데이트가 왜 필요하지? 함께 나서는 게 필요하다면 그를 대동해서 걸어가면 되잖아. 그런 의미에서 앞서 대답한 것과 겹치는 게 있네. 내 강아지는 주변 시선을 너무 많이 끌어. 적어도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 나리’를 잊어버릴 만큼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데리고 나갈 수 있겠지.

그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대체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될까.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조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들려주던 옛날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된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잊힌다면. 그러면 곤죽이 된 뇌 속에 올챙이를 넣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 것 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될까? 아, 그마저도 네 허락을 구해야 함이 저주스럽다. 마치, 바알에게 몸을 맡기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요 그 이외의 것은 허락되지 않았던 까마득한 과거를 다시금 거슬러 올라가는 듯 해서 또한 저주스러워. 운명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만인에게 잔혹하지만 특히 나를 위해서는 깊고 깊은 수렁만을 예비해 두었음을.

23. 초월체 부부께서 함께 공유하시는 취미가 있을까요?(코메트/@comete_game)

E: 공유한다라… 나는 늘 일기를 써. 아까 말했던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발악 중 하나지. 그가 마음이 내키면, 또 내 마음이 동하면, 아주 가끔 같은 공간에서 필기를 하곤 한다. 비록 그는 정무를 보는 것이긴 하지만. 이것도 공유하는 취미, 인가? 취미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A: 함께 공유한다고? 흐음… 글쎄, 난 카사도어처럼 죽은 쥐나 던져주진 않으니까, 내 강아지가 저녁거리로 먹을 신선한 피를 고르는 일 정도.

신선한 피를 고르는 게 취미라니…. 누가 저 고고한 안쿠닌 경이 저녁마다 사람들의 피를 저울질 해가며 애완동물을 친히 먹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지. 정말로, 바이올린 연주 감상보다 그런 게 더 취미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알 수 없군.

24. 최근 초월체 부부께서 각자 혹은 함께 푹 빠진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코메트/@comete_game)

E: 내가 요즘에 빠진 건, 화단을 가꾸는 거야. 별 건 없고, 그냥 잡초 제거랑 꽃 가꾸기 정도. 나같은 덩치의 드래곤본이 가지기에는 조금 이상한 취미인가? 너무 귀부인같다고? 그래서 오히려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군. 일생에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짓이니까. 가끔, 꽃과 허브를 가꾸다보면, 아스타리온의 옛 향수의 향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로즈마리, 브랜디, 베르가못이라고 했나. 물론 배합에 따라 향수는 얼마든지 다양한 향기를 낼 수 있지만, 그 날 것의 향이 전해져 오면, 이제 체향으로 바뀌어 맡을 수 없는 그 과거의 향취가 너무나 그리워져. 이젠 그 조합법을 물어볼 수도 없는데.

A: 내 강아지는 손에 흙 묻히기를 좋아한다고 하더군. 참… 시종들한테 짐승 소리 들으려고 작정을 했나보지… 난 요즘 다른 상류층들의 파티에 가는 걸 즐기고 있어. 유한한 귀족의 삶이 어떤지 알아두는 것도 내 ‘일’에 쓸모가 있거든.

결국엔 각자, 푹 빠진 일이군. 상류층들의 파티에 가서 다른 자들과 춤이라도 추고 오는건가? 유한한 귀족의 삶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은, 일종의 악취미군. 각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외면한 채 초조한 무도를 추는 것을 영구한 생의 뱀파이어 초월체가 관조함은 어떤 것이던가? 남은 생이 얼마 많지 않음에도 쳇바퀴에만 열중하는 햄스터를 관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25. 콘쏘트와 초월체 부군께서는 서로가 각각 타인에게 유혹받는다면 어떻게 반응하실까요?(ma/@stillwav_es)

E: 유혹? 그것도 다른 타인에게? 이 질문들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한데…. 어쨌든, 비루먹은 맹세파기자에게 관심을 가질 부류는 딱히 생각이 나질 않는군. 오히려 그게 누굴까, 싶어서 관심이 갈 정도야. 아스타리온이 유혹을 받는다고? 솔직히, 이건 나보다 아스타리온의 기분을 생각해야 해. 이제 아스타리온은 힘을 가졌고, 유혹이라는 무기를 쓰지 않아. 하지만, 그 무기가 자신에게 겨눠질 때는… 그 무기를 쓰는 손가락이 분질러질 수도 있겠지.

A: 내 강아지가 유혹을 받는다… 기분이 좋진 않겠지. 감히 내 것을 탐하려던 그 놈을 잡아다 아주 오랫동안 괴롭게 만들거야.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괴롭히다가 결국은 원하는 대로 들어주겠지. 내 것을 유혹했다는 건 나를 욕보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음을 표현하는 것은, 우선 나에게 먼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생각은 어떨지 별로 궁금하지 않나보군. 답을 말해주자면, 궁금해 하긴 하겠으나 유혹당하진 않을것이다. …어느 창백한 엘프 하나가, 에메랄드 숲에서 날 유혹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기억하기에 버겁도록 충분해.

26. 콘쏘트와 초월체 부군께서는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된다면 어떻게 행동하실까요? 그리고 실제로도 외도를 저지르고 있었다면 용서하실 수 있는지?(ma/@stillwav_es)

E: 외도? 재밌는 질문이군. 일단 나는 누구 하나 장사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이상에야, 외도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군. 아, 누구 하나를 일부러 장사지내고 싶을 때는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겠어. 그리고 아스타리온의 외도? 그것이야말로 무슨 의도일지 궁금하군. 질투라는 유치한 감정을 이태껏 이용하고 싶은 건 아닐테고. 어쨌든, 상관 없다. 이것은 나와 아스타리온 사이의 문제. 그 사이에 끼어 장난감처럼 목숨줄만 이어가는 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내 손속의 자비란, 빠른 죽음을 선사하는 것 뿐이니까.

A: 하하하! 아, 외도라는 단어가 우스워서. 잠깐 한눈을 파는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어. 난 내 강아지에게 자비로우니까.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이젠 또, 외도라는 같잖은 단어 하나에 오락가락할 정도로 이 영원한 다툼을 최대한 실없고 대책없는 것으로 격하시킬 예정인가? 내가 널 내 손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그만큼의 진실로 이뤄진 말이다. 날 욕보이지 마라.

27.[현대AU]콘쏘트께서 즐겨 마시는 음료는 무엇이실까요?(삼아/@sama_balg3)

E: …과일주스. 달콤할 수록 좋아.

A: 막입이니 싸구려 와인은 아닐거고, 뭐, 빨간 거면 뭐든 먹겠지.

그래서, 과일은 안 가져다 주는건가?

28.[현대AU]다른 컴패니언 혹은 일행과 동석하였을 때 콘쏘트 혹은 초월체 부군께서 깻잎을 떼어주면 어떨 것 같나요?(ma/@stillwav_es)

E: 떼든 말든….

A: 그런 행위에 의미를 담는 것도 이상한데. 왜냐면 내 강아지는 내 것이니까, 그 정도 행위만으로 무언가 일어나지는 않아.

대체 깻잎이 뭔데 다들 이런 반응인거야? 나만 감이 안잡히나?

29. 복실복실돼지박쥐로드 VS 잘생기고 멋진 뱀파이어 부군(발따곰/@Mogi_90m)

E: …전자.

A: 후자.

...풉. *아주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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