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황자 - 화류다
언젠가 시간이 멈춘 세상을 혼자 걸어보고 싶다.
허울 뿐인 지위, 허수아비 첫째 황자. 말더듬이에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니는 반편이.
류다는 쌍둥이로 늦게 태어났다.
다들 총명하며 탁월한 첫째 황자를 보며 유다가 늦게 태어난 것에 기뻐하였으나, 첫째 황자는 사고로 스물이 되지 못하고 죽었다.
남은 것은 둘째 황자가 시기로 첫째 황자를 죽였단 소문이었다.
첩의 아이로 태어나 황제의 자리까지 노릴 수 있던 것도 그때까지.
첫째 황자였던 화 류호가 죽은 뒤로 누구도 그녀의 아들이 감히 황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황후의 소생들이 멀쩡히 살아있는 마당에 비의 자식이 어찌 황제가 될 수 있겠소.
하지만 그 반편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오.
허수아비로 대충 세워둡시다.
언젠가 시간이 멈춘 세상을 혼자 걸어보고 싶다.
언제나 불행은 남몰래 찾아왔다. 가랑비에 소매 젖는줄 모르는 게 사랑이라면, 내게는 얇은 빗물에도 두려워지는 것이 불행이라.
나는 누군가의 미래를 밟고 그 위를 살아갈 자신이 없어.
베필이란 말에 결국 먹은 것을 모두 게워냈다. 역함을 참을 수 없다. 단전에서 올라오는 안타까움이다.
언젠가 혼례를 올리고, 자식을 만들고, 태평성대의 중심에서... ...
나는 단 사흘만 사는 사람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이 사흘 속에 나는 없고 남들이 결정한 일로만 흘러간다. 그러니 화류다는 어느 순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이런 먼 미래를 떠올리면 이질감을 참지 못하였다.
꼭 시체가, 언제고 살 것 같다는 두려움. 공포. 오싹한 위기감.
…
남요, 제가 두려운 건 그게 아닙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죽을까봐 두려운 겁니다….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영영 지금뿐이다.
그러니 부디… 나를… …구해달라고…….
모든 사람을 구원할 성인은 없다.
어떤 사람은 유서에도 거짓말을 쓴다.
텅 빈 공백과 빼곡한 암흑도 어찌보면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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