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황자의 실종

폐위된 전 황제와 무능한 현 황제

현 황제는 기묘하게도 류다를 편애하였다. 류호가 사라진 지금도 그러하다.

그의 아래로는 권력을 탐내지 않는 자식이 몇 있었고, 정치에 관심이 있고 공명정대하여 길이 남을 황제가 될 첫째 황녀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류다를 굳이 첫째 황자로 세우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 황제에게는 어질고 사람이 주변에 모이며 정직한 형이 한 명 있었다. 그래, 꼭 류호나 희재처럼.

그럼에도 그가 황위를 얻어낸 것은 그저 운이었다.

형이 다른 나라에 초대받았을 때 폭풍우가 일어 바다에서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죽어버린 것이다.

맞지 않는 자리, 허울 뿐인 황제와 불행의 연속이 되는 정치질 속에서 그는 류다를 황제로 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은 옷을 걸친 것처럼 멍청한 소년, 어른이 되는 내내 어깨 한 번 펴지 못한 청년이 황제가 되어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가 황제가 된 이유를 찾을 수 없을거란 생각에 그는 자신의 아들, 류호를 독살했다.

류다는 그 사실을 알았다. 허나 함구했다.

“이제 첫째 황자는 네 자리이다. 좋은 것 아니냐?”

잠시간의 침묵. 어찌 제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따지지도 못할 유약한 성정. 황제는 웃었다.

“웃어라, 류다. 웃어!”

황제가 말했다.

“왜 기뻐하지 않는것이냐? 네 무능함 덕분에 너는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류다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고개를 박은 류다는 그날 황궁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첫째 황자의 실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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