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러브레터
워터딥을 잠시 떠난 펠에게 게일이 편지를 보냅니다.
보고 싶은 펠에게.
잘 도착했어? 나는 잘 지내. 지금 거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편지를 쓰는 중이야. 오, 그래. 네 찌푸린 얼굴이 눈에 선하네. 네가 집에 없으니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지. 네 의자에 앉아서 네가 아끼는 푸른색 자수 쿠션을 눈치보지 않고 꼭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 너무 그러지 마. 네가 날 흘겨보는 그 눈빛이 벌써 그리워서 그래.
네가 떠난 지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니, 시간이 평소보다 배는 느리게 가는 것 같아.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지. 집 곳곳에서 너의 흔적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너를 생각해. 찬장에 차곡차곡 정리된 찻잔, 네가 자주 앉는 의자, 옷걸이에 걸려 있는 네 목도리. 그 중에서도 가장 너의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곳은 우리의 침대겠지.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너를 생각해. 빈 자리를 볼때마다 너의 체온이 그리워서 서글퍼지고, 이제 넓은 침대에서 혼자 잠드는 게 익숙해졌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서글퍼져. 신기한 일이지.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우리의 인생에 비해 더없이 짧을텐데도, 이제는 그 삶에 익숙해진 나머지 서로의 빈자리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점 말이야. 너도 내 빈자리를 느끼며 외로워하고 있을까? 바라건데, (이런 말을 하려니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너도 그러길 바라. 나를 그리워해줬으면 해.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너와 함께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서로를 그리워하는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함께인 거야.
짧게 쓰려고 했는데 조금 길어졌네. 다시 읽어보니 어쩐지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같기도 하군. 내가 이렇게 러브레터를 잘 쓸 수 있는 사람인줄은 몰랐는데. 이것도 너를 만나고 나서 새로 알게 된 점이네. 나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알게 해 주는 너를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해, 펠.
으음, 길게 쓰면 쓸수록 그리움만 더 깊어지는군. 이만 줄이도록 할게. 몸 건강히 즐겁게 다녀와. 나는 우리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돌아올 일정이 정해지면 꼭 편지 해 줘.
너의 게일로부터.
추신) 타라가 안부 전해달라고 하는군. 돌아올 때 약속했던 ‘그것’을 잊지 말라는데. 흐음, 왜 나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거지? 뭐길래?
추신2) 동행인에게도 안부 전해 줘. 내 인사를 반겨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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