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면 만나요.
집밥겔탑 게일X펠
묵히는 동안 있었던 설정 변경으로 인해 이 글은 주것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게 아까우니까 일단 발행은 하다.
게일 데카리오스는 벽난로가 타닥이는 소리를 배경삼아 다음 주 환영학 수업에서 강의할 내용에 대한 논문을 읽고 있었다. 깨끗하고 포근한 집 안은 완벽하게 쾌적했고, 논문은 흥미로웠으며, 마시고 있는 차는 따끈하고 향기로웠다. 펠이 옆에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게일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읽던 논문을 접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게일과 펠이 워터딥에 정착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펠은 게일이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워터딥에 잘 적응했다. 펠의 친화력은 어딜 가지 않아 새 친구를 사귀는 것에도 능했고, 워터딥의 복잡한 지형도 금새 외워 요리조리 잘 찾아다녔으며, 새로 시작한 일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펠은 워터딥의 바다를 사랑했고, 그들의 신혼집을 사랑했고, 가끔 모레나와 타라와 함께 즐기는 티타임을 사랑했다. 물론 자신과 함께하는 일상도.
하지만 워터딥의 겨울까지는 사랑하지 못했다.
게일은 여름숲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자신의 사랑을 생각하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펠이 지독한 겨울을 피해 자신을 떠난 지도 벌써 2주째였다. 펠이 보고 싶었다.
함께 보내는 첫 겨울은 워터딥에 적응하느라 정신없게 지나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했고… (신혼 초를 회상하던 게일이 잠시 헛기침을 했다.) 두 번째 겨울부터가 문제였다. 깨어 있는 시간의 반은 집 밖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펠은 혹독한 추위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도 괴로워했다. 게일이 환상 마법을 써 줘도 그때뿐이었다. 나중에는 마법에서 벗어났을 때를 견디지 못해 그만둔 지도 한참 전이었다. 펠은 창 밖을 우울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날이 늘다가, 나중에는 겨울이 끝날 때까지 침대에서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그 시기의 펠은 어마무시하게 예민해지기도 해서……. 세 번째 겨울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던 부부싸움을 생각하자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게일은 몇 번이나 펠에게 덜 추운 지역으로 이사하자고 권했으나, 펠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흔들 뿐이었다. 자신 때문에 게일의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이유였다. 행복하기 위해 함께 사는 건데 그게 왜 포기가 되지? 게일은 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심코 이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자 무기력한 와중에도 굳어지던 펠의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게일과 펠은 그 날에도 크게 싸웠다. 물론 게일은 펠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식탁에 앉아 함께 아침식사를 하던 중 펠이 선언했다.
“게일. 나 겨울동안 발더스 게이트에 가 있으려고 해.”
게일은 수프를 뜨던 숟가락을 멈추고 멍한 얼굴로 펠을 바라보았다.
“가장 추울 때만 피해 있을래. 리리안이랑 같이 수도원도 다녀오고, 자헤이라랑 아스타리온도 보고싶어. 윌이랑 카를라크도 있을지 모르겠네.”
“너 혼자? 나는?”
“넌 이번 겨울에 논문 준비 한댔잖아. 집에 있어야지.”
펠이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게일을 보고 웃고는 신나게 자신의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게일은 겨울 동안 펠이 워터딥을 떠나 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이성과, 펠의 계획 안에 자신이 없다는 섭섭한 감정 사이에서 우뚝 서 있었다. 같이 간다고 하면 화를 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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