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y Roseday. Isn't it?
Happy Rose Day
미서부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유한 곳. 겜블러들의 환호와 경악이 화음처럼 어우러지는 곳. 호가를 넘는 차들이 경주하듯 달리면서도 골목마다 눈물을 머금고 실성한 채 웃는 사람들이 배회하는 가장 밝은 밤을 지닌 도시, 라스베이거스.
그곳에서 일라르의 이름이란 단순히 미서부에 튼 둥지로 취급되지 않는다. 몸집만 불린 거대한 신생 조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드리운 영향력은 서부의 주인이라 칭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일라르가 휘청이면 라스베이거스는 붕괴한다는 농담이 농담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태에서, 일라르의 주인으로 불리는 유일한 아트록스는 그 명성이 무색하게 매우 하찮은 모습으로 있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 이를테면, 하얀 레이스 커튼이 사락이는 방안에서 잠옷 차림으로 편지지에 말린 꽃잎이나 오밀조밀 붙이고 있는 그런 모습.
둥지의 주인이 하는 일이라기엔 너무나도 아기자기한 행동을 바라보는 이들은 정확히 세 부류로 갈렸다.
첫째, 너무도 익숙해서, 혹은 보스가 하는 일에 개인 판단을 넣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태연하게 보는 이들.
둘째,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고 이러실 때가 아니다 고언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몸속 깊이 각인된 공포로 자기 입술을 꽉 물어 닫는 이들.
셋째, 난 그런 거 모르겠고 널어놓은 비둘기 옷이 다 말랐을까 고민하는 실질적인 피해자.
안에서는 보스의 수족으로 악명을 떨치고 밖에서는 둥지의 까마귀로 경외의 대상이 되는 코르부스는 아트록스의 이름 아래 그렇게 셋으로 갈렸다.
글렌은 굳이 따지자면 두 번째에 속했다. 보스를 옆에서 보좌하는 크루라는 명성에 고무되었던 것은 옛일이 된 지 오래다. 실상은 파격을 넘어서 기상천외에 가까운 행보에 대처하는 유연함을 장착해야 함은 물론이고, 잠시라도 방심하면 스무 걸음은 앞서 걷는 보스를 따라가느라 허구한 날 가랑이에 연고 바르고 위장약을 통째로 씹어 삼키는 3D 직종 중의 3D였다. 더해서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날은 잊히면 다행이다. 글렌은 슬슬 힘이 풀리려는 입술 새를 더 꽉 다물었다. 시야 한가득 방 한쪽 작은 문이 거대하게 다가왔다.
‘내 장래 희망은 곱게 죽는 거라고. 총에 맞는다거나 맞아 죽는다거나 그런 거.’
산채로 박제 당하는 운명만큼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입술이 다시금 힘을 꽉 주었다.
제 손바닥 안의 새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카엘레는 태연하게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을 흥얼거리며 자른 꽃잎을 핀셋으로 집은 채 세심하게 종이에 올렸다.
물론 미카엘레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최근 바빠진 일정에 시간 내기가 여의찮아 제 연인과 오롯이 함께한 적이 드물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 뭐가 있겠는가.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였다.
그 결과, 잘 말린 꽃잎을 손수 커팅하고 그것을 다시 편지지에 붙여내는 수고를 더하고 있는 이유다. 발에 채는 게 보석이고 손만 뻗으면 잡히는 게 돈인데 굳이 이런 수고를 함도, 그에겐 그것들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못 하다는 걸 제 연인이 너무 잘 아는 탓에.
너무 똑똑한 사람을 연인으로 두어도 피곤하다는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으며 곱게 장식한 편지지가 완성되면 조각상처럼 서 있던 크루원들 사이에서 막힌 숨이 흘렀다.
“…보스. 이제 다 하셨으면,”
“아직 멀었어.”
“...예.”
기대 섞인 말을 한마디로 일축해버리곤 싱글벙글 호사스러운 편지지를 천장에 비춰보았다. 이번엔 셰익스피어로 할까. 서머셋 몸으로 할까. 고민하는 눈이 즐겁게 반짝일 즘 코르부스의 첫째 그룹에 속해있던 데이브는 비장한 표정을 한 채 몸을 들썩이는 글렌을 곁눈질 했다. 입술도 움찔거리고, 당장이라도 사고 치기 직전의 강아지 같은 모습을 한 글렌에게 눈으로 경고하곤 느릿하게 미카엘레 곁으로 가 몸을 숙였다.
“보스, 집중하시는 중에 죄송하지만, 꼭 아셔야 하는 일이 있는데 보고 하나만 해도 될까요.”
“으응. 나 지금 기분 좋은데. 굳이~?”
“더 늦어지면 나중에 보스 기분이 더 상하실까 봐 걱정되어 그래요.”
“그래? 흐으음. 뭔데?”
미카엘레의 기분 좋다는 말은 진짜였는지 순순히 들어보겠다는 태를 취했다. 데이브는 이 자리에 없는 카포의 행방을 속으로 부르짖으며 찾고는 웃는 낯으로 사근사근 말을 이었다.
“그리 중요한 건 아닐 수 있지만… 나트릭스 쪽 소식은 항상 최우선으로 가지고 오라고 하셨어서요.”
‘나트릭스’
옅은 분홍빛 눈이 반짝, 이채를 띄었다. 제 연인의 소중한 요람이자 제 형의 육신을 삼켜버린 애증의 이름. 말해보라는 듯 까딱이며 편지지를 책상 위에 곱게 올려놓고 등받이에 기대었을 때는 철딱서니 없는 ‘미카엘레 바실리’ 보다는 서부의 주인 다운 영 보스의 태가 제법 났다.
“이틀 전부터 벨라지오에서 체류 중인 사람이 정보를 팔 곳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리스 말로는 그 사람의 얼굴을 요람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가?”
멍한 얼굴로 비둘기 옷의 날개깃 수를 떠올리던 크리스가 제 이름이 들리자 번쩍 정신 차린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예. 본 적 있어요. 처음 본 시점이 2년이 좀 안 된 시점에 분명 그… …카포 분 옆에 있, 었는데. 음, 탈을 쓰고 있어서 그쪽은 제 얼굴을 못 본 것 같지만….”
“있었는데, 지금은 벨라지오에서 정보를 팔 조직을 찾는다?”
“예.”
고민에 빠진 미카엘레의 눈이 도로록 책상 위로 굴렀다. 알록달록 말린 장미꽃잎이 수놓아진 편지지에 시선이 멈추자 입꼬리가 싸늘히 올라갔다.
“ …… 재밌네? ”
‘정보를 팔 조직.’ 나트릭스에 몸담았던 이가 팔 정보의 성격이야 분명하고, 그 뜻은.
“요람을 벗어난 뱀이 숨어 들었더라… … 저런, 유론이 많이 서운하겠다.”
배신.
미카엘레가 가장 예민해지는 단어이자 둥지에선 농담으로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금기인 행위. 적대 조직의 일이라고 하나 그런 이가 둥지의 앞마당에 숨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층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접촉한 사람은?”
“아직은 없습니다.”
“아직은. …흐음, 그럼 조금 더 지켜볼까?”
만년필 펜대를 검지로 굴리는 손이 느려졌다. 2대 사후 내부적으로 금이 갔던 균열은 시간 앞에 봉합한 지 제법 지났다.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위치가 공고한 시점에서, 아마 그 ‘배신자’의 말로는 둘 중 하나일 테다. 추적하는 뱀의 독니에 물려 죽든, 감히 주제 모르고 둥지 앞마당을 기웃거린 죄로 눈을 쪼아 먹히든.
전자라면 순순히 잇새 벌린 독뱀을 마당에 한 번 더 들여야 할 테고, 후자라면 헛된 망상을 품은 이들을 더 걸러볼 기회가 될 테다.
책상 위를 느리게 두드리는 검지가 멈추면 한껏 상냥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루. 하루만 더 지켜봐. 게임을 더 시켜주든, 특실을 잡아주든. 벨라지오에 묶어둬.”
마음 같아서는 홀랑 낚아채 화사한 노란빛 튤립으로 장식한 선물을 손수 가져다주고 싶었다만, 미카엘레는 느긋하게 하루 더 기다려주는 인내를 베풀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윈으로 옮겨. 그쪽 정보가 무엇이든 간에 사들이는 거로 하자.”
직접 개입하겠다는 선언. 어쩌면 다시 한번 뱀 사냥을 하겠다는 말과도 비슷했으나 미카엘레의 낯은 뱀 사냥을 기대하는 수리의 얼굴이라기엔 묘하게 말갛고, 설렌 분홍빛 뺨으로 물들어 있었다.
“빚을 하나 지워두는 것도 좋을 거야. 그렇지?”
유론이라면 어떻게 나오려나.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고 할까. 영역을 침범했다 언짢아할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 입술로는 고맙다고 하더라도 이미 둥지에서 낱낱이 속살을 까뒤집어 놓고 난 후일 테니. 어느 쪽이든 즐겁기는 매한가지였다.
크리스는 오늘의 운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웠다. 분명 비둘기 신세가 되는 건 하루 밀린 게 맞는 듯한데, 그런데도 꼼짝없이 야근 당첨인 현실에 좋아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분간이 안 되었다.
크리스 옆에 세트로 묶인 글렌도 마찬가지로 제 오늘 운이 좋은지 나쁜지 헷갈렸다. 보스의 컬렉션 룸 입구에 전시되는 자신이 어른거렸다가, 데이브의 눈치로 살아나온 것까진 운이 좋은 것 같은데. 또 한밤까지 야근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나쁜 것 같기도 하고.
호텔 커피 특유의 산미를 목 안으로 넘기며 제 옆에서 태연하게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한가득 베어 물고 있는 이를 보곤 고개를 절레 저었다.
“넌 어째 이 상황에서 도넛이 목 안으로 잘도 넘어간다.”
“웅오애아잉이나오”
“다 먹고 말해.”
입 주변 가득 도넛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 막내를 타박하면서도 기어이 캑캑 거리는 등을 두드리는 손이 못내 다정했다.
“캑캑.. 어우 죽을뻔했네. 하여튼 먹고 해야 힘이 나죠.”
“아예 만찬을 시키지 그러냐. 보스 심기 불편하면 바로 최후의만찬 타이틀 붙일 수 있는데.”
“에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선배는 겁이 너무 많아요.”
“조심성이 많은 거로 해줄래?”
글렌은 키득대는 크리스를 구박하랴 곁눈으로 타깃의 동태를 살피랴 영 정신없었다. 감히 보스를 재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그가 알던 미카엘레의 행동 방식과는 조금 결이 다른 터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타깃의 칩을 가늠해보고 호텔 지배인을 불러다 담당 딜러를 조직원으로 교체하는 것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도 지지리 없지.”
“잉. 누가요?”
“쟤. 로키랬나. 하필 보스가 나트릭스에 예민하게 굴 때 들어왔잖아. 평소라면 어차피 죽을 놈 관심도 안 두셨을 텐데.”
“흐응”
“오지랖이긴 하지만 저놈한테는 차라리 저쪽 히트맨 손에 죽는 게 나을걸.”
기어이 도넛을 싹싹 비우고 콜라까지 원샷한 크리스의 눈이 데구르르 타깃 근처로 굴렀다.
‘그야... 요람에 그분 때문이라 앞으로 계속 요람 소식 예민하실 텐데... 아닌가? 모르겠다. 뭐. 시키는 일만 하면 됐지. ’
“휘유 - 하여간 뱀들도 지독하다니까.”
쌍안경을 얼굴에 딱 붙인 채 감탄하는 데이브 뒤로 어딘가와 통화를 마친 하퍼가 다가와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조리개를 달칵이며 조절하는 손이 어쩐지 떨떠름한 듯 중얼거렸다.
“...이걸 알고 지시하신 건지...”
“What. Mon patron?”
“그래. 접근한 뱀은 티 내지 말고 감시만 하라고 하신 거나, 알게 모르게 밖으로 내보내 주라고 하신 거나.”
이어 렌즈를 바짝 당겨 대상이 잘 보이게 상이 맺히면 찰칵하는 연사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이 푸른 장미가 곳곳에 꽂혀 인간 꽃다발이 된 타깃의 몸이 카메라 렌즈 안으로 욱여넣어진다.
“그래서 재밌잖아. 오싹오싹 소름 돋는 게.”
“데이브,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셔터음이 화려하게 막을 내리면 그제야 찍힌 사진 중 잘 나온 것들을 몇장 골라내 노트북으로 옮기고 카메라를 갈무리한 뒤 하퍼는 데이브의 초록빛 눈동자를 보며 여기 없는 다른 이를 떠올렸다. 그래 그 자식이나 이 자식이나. 하여간 이놈의 크루. 제정신인 상식인은 단 한명도 없지.
“그 이상성욕. 보스한테 안 들키게 조심해. 특이하다고 얼굴 똑 떼여 장식되기 싫으면.”
호들갑스레 금방 그 말이 제일 무서웠다며 엄살 피우는 데이브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하퍼는 제일 잘 나온 사진을 보스의 메일로 보내고는 기지개를 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LVMPD의 출동을 확인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두 귀로 직접 들어 단잠에서 깨어날 보스에게 조잘대는 일만 남았다.
‘아. 보스가 신경 쓰셨던 것 같으니까…음, 시신 인도권을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게 미리 작업해놓으면 편하려나...’
“데이브”
“응?”
“심심하지.”
“응.”
“경찰서 구경이나 갈래?”
“……금방 그거 보스랑 비슷한 화법이었어. 나 이번엔 진짜 소름 돋았어.”
정색하고 제 팔을 보여주는 데이브의 팔을 소리 나게 찰싹 쳐낸 하퍼는 경멸하는 눈을 숨기지 않은 채 옥상 난간에서 폴짝 내려왔다.
간밤에 일어난 파란하고 화려한 일들과는 무고한 듯 하얀 대리석으로 꽁꽁 싸여진 둥지 안,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의 미카엘레 침실은 숨소리 하나 겨우 들리도록 조용하다. 워낙에 주변에 사람을 두는 것에 민감한 탓도 있고 어릴 적부터 기질적으로 예민한 탓에 그의 방만큼은 아트록스에서 세심하게 신경 쓰던 그대로 남아있는 영향도 있다. 촉감 좋은 이불이 사락이는 소리와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딱 한 사람 분량의 숨소리는 잠들어 있는 사람이라기엔 선명했다.
아직은 도톰한 이불이 빼꼼 내려가면 그 사이로 하얀 손이 나와 협탁 근처를 더듬는다. 까맣고 네모난 핸드폰을 쥔 채 화면을 여는 그 순간까지도 감고 있던 눈이 간 밤 온 연락을 확인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Happy Rose Day ^^]
발신자 MB.
이른 아침부터 온 제 연인의 메시지 한 통에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간다. 내 사랑스러운 연인은 또 무슨 꿍꿍이실까. 어쩐지 오늘따라 눈이 빨리 떠지더니. 콩콩 뛰는 심장을 뒤로 한채 네모난 액정을 두드리는 손끝이 설렌 즐거움이 함뿍 담겼다.
거긴 10시쯤이려나. 예정에는 없던 유론과의 통화를 제 일정에 하나 추가하곤 뒤이어 메일함을 열어 확인하던 손이 어느 순간 멈췄다. 이어 제 작은 새들이 물어온 소식과 곱게 담긴 사진을 확인한 손이 다시금 유론이 보냈던 메시지를 펴보고는 얼굴에 화사한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하하... 정말이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사람이 이렇게까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울 수 있나?
두 뺨이 설렘을 못 이기고 말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웃음기를 지워내지 못 한 채 일어나 주변을 서성거린다. 음음 우선, 아니야. 그보다는. 아니지, 이렇게 할까? 아, 세상에. 유론 카나리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건 반칙이에요.
서둘러 통화를 연결하려던 손을 가까스로 통제해 내고는 날개라도 돋친 듯 타자를 찍어낸다.
[Happy Rose Day. 보고 싶어요. 만날래요?]
송신 버튼까지 보내고도 설렘이 가시지 않아 액정 위를 더듬은 손끝에 아쉬움이 담뿍 묻어났다. 이어 단축 버튼을 몇 개 누르고 연결음이 끝나면 잔뜩 들뜬 목소리가 울렸다.
“하퍼. 그거 나 갖고 싶어. 갖고 올 수 있지?”
수화기 너머 이미 준비해놨다는 말을 듣는 미카엘레의 눈꼬리가 사르르 접혔다.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방안을 서성대는 꼴이 영락없는 장난감 선물 받은 얼굴이다. 통화를 종료한채 제 연인이 꾸며 보내준 장난감을 기다리며 제 컬렉션 룸으로 들어가는 걸음이 유독 가벼웠다. 답례로 무얼 보내야 하나. 오늘 당장 동부 넘어가면 곤란한 얼굴을 하려나.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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