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카호? 코즈메구? - 예지몽

포타 백업

 하스노소라에 입학한 그 날 부터, 이따금씩 같은 꿈을 꾸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으로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는 존재를 쓰다듬는 꿈. 그 꿈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며 자신은 여전히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무대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약 1년 가까이 그런 꿈을 꾸면서 내 무릎을 베고 자던 그 존재가 누군지 궁금하면서도 그 존재를 아는것이 두려웠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 이상황은, 달갑지 않다.

"뭐야 코즈에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 이 귀여운 메구쨩이 기껏 무릎에 기대줬는데!"

"나는 싫다고 말했는데도." 

꿈에 나타나는 그 존재가 메구미가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우리는 이미 실패했으니까, 그러니까 메구미가 다친 이후로 꿈을 꾸지 않는것도 분명 우연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아픈 사람에게 너무하지 않아?! 코즈에?!"

"나는 쉬라고 말 했는데도. 애초에 이렇게 추운 날 피크닉 하자고 한건 메구미 잖니?!"

"에엥~ 츠즈리 뭐라고 말 좀 해봐"

"낮엔 포근포근~ 쌔근쌔근~"

"아아~ 잠들어버렸네~"

 하아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아파왔다. 사치선배도 없고 메구미는 아직도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스쿨아이돌클럽에 돌아오지 않았다. 메구미가 그 이야기를 피하는것 쯤은 알고 있었기에 자신도 일부러 건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메구미로부터 오랜만에 셋이서 피크닉 하자 라는 제안을 들었을땐 제법 놀랐다. 자신이 거절해도 메구미는 막무가내였다.

"코즈에가 내려주는 홍차는 맛있지~"

"그러니.."

"맛있어~"

"츠즈리... 자던가 일어나던가 둘 중 하나만 하렴..."

그렇게 말하는 메구미는 자신으로부터 몸을 돌리고 있었기에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얼마나 철저한지 불편할텐데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츠즈리도 메구미도 상냥한 사람이라는것은 알았다. 그랬기에 자신 꿈의 존재가 메구미 일까봐 그것이 두려웠다. 그랬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도 메구미를 쓰다듬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을거 같아서 애초에 그 따뜻한 햇살과는 다르게 지금은 추웠고.

"이제 곧 신입생이 오겠네"

"그러네..."

"...쿠울"

"코즈에도 츠즈리도 좋은 파트너를 찾았으면 좋겠네"

"....메구미..."

"아아~ 즐거웠다~ 코즈에는 말랑말랑하지 않아서 베게로는 영 아니네!"
"메구미!!!!"

 또 제멋대로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심심하다는 듯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것을 직감 했다. 메구미는 상냥했다. 귀여...웠고... 별로 본인에겐 말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외관적으로나 평소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흔히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귀여움의 정의를 만족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감정도 분명 그들 중 하나일 것이며 자신이 메구미에게 갖는 이 감정은 결코 연애적 호감이 아니다. 아닐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그것이 도저히 납득가지 않았다. 납득가지 않았기에 더더욱 인정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이제 우리의 관계도 끝났고.

"코즈..."

"...무었이니?"

"코즈 슬퍼?"

"..... 그럴리가 없잖니 자 우리도 어서 정리하고 들어가자 감기 걸리면 안되잖니"

"...응"

 그렇게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관계는 끝이 났다. 이제 우린 그냥 평범한 친구로 새로운 학기를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 꿈을 꾸길 간절히 바랬다. 잠자는 시간이 조금 늘었다. 그 따스한 햇살이 그리워서 다시끔 메구미를 찾아아갸 하나 고민도 해봤지만 이제 더이상 자신이 메구미를 찾으면 슬슬 메구미도 대체품 취급을 할것을 눈치 챌 것이기에 관두었다.

"...아"

그 날, 아침에 일어나면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만에 꾸는 꿈인지 모르겠다. 세수도 양치도 하지 않은 채로 서둘러 서툰 휴대폰을 켜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보았다.

"...운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 단 한문장에 심장이 빨리 뛰었다. 아 그래 자신의 운명은 이 따스한 햇살은 메구미 따위가 아니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자신을 '코즈에 선배' 라고 부르는 존재는 결코 메구미가 아니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언제나와 똑같은 교복을 입을 뿐인데도 시간을 들였다. 오늘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러곳을 돌아다니자, 그 따스한 햇살을 찬란히 빛나던 그 빛을 맞이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설레는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바뀐 계절은 이제 더 이상 춥지 않았다. 그 꿈과 같은 따스한 바람이 기분 좋았다.

온통 핑크빛의 벚꽃아래, 오렌지 색에 웃는게 예쁜 그 꿈의 아이는,

메구미 따위 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하게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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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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