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룡
-사나마 패밀리 홍콩 느와르 AU
거울을 바라보면 어쩐지 낯선 얼굴의 이가 있었다. 손바닥으로 핏자국을 지워낸 미유키는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다. 차가운 온도가 그녀의 정신을 이끌어 내려왔다. 손을 씻어내며,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거울 안에, 짐승의 눈빛이 보였다. 어쩐지 거북한 느낌에 미유키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여전한 핏자국의 느낌에 짜증을 내었다. 곧내 문을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마야였다. 그녀는 물끄럼 미유키의 쪽을 보았다. 미유키는 저를 위아래로 바라보는 느낌에 슬몃 불쾌함을 느꼈다. 미간ㅇ르 좁히며 물러나려 하던 그녀는 마야가 내민 손수건을 발견했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마야는 어슴푸레 웃다 입을 열었다. 꼴이 말도 아니군. 그런 말을 하는 어조에는 악의가 깃들어있지 않았다. 그이는 손짓하며 따라오라고 하였다.
”산주께서 보자고 하시는군.“
”저를- 말씀이십니까?“
생각하지 못한 말에 미유키는 멈칫했다. 그녀는 이것이 모종의 함정이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말단인 그녀를 부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낯빛을 바꾸지 않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따르겠다며 제 손을 닦아냈다. 마야가 만족스러운 듯 앞장섰다. 계딴을 따라오르면 용의 문양이 휘늘어져 따라 그려져 있었다. 마야는 그것을 타고오르듯 걸음이 거침없었다. 그 뒤를 따르는 미유키는 저도 모르게 상대의 뒷모습을 올려볼 수밖에 없었다. 빛을 마주한 마야는 위풍당당해보였다. 눈을 내리깐 미유키는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그녀는 몇 층을 더 오르고서야 나기의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받으며, 미유키는 마야의 뒤에 섰다. 상대가 문을 두드리면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장죽을 손에 든 나기가 있었다.
”산주님, 데려왔습니다.“
”그래, 어서와요.“
나긋하게 웃어보이는 그녀는 턱을 괴고서 미유키를 응시했다. 미적지근하니 고개만을 끄덕인 당사자는 뒷짐을 지고 섰다. 마야는 그런 미유키를 보다 나기의 뒤로 돌아갔다. 창문의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미유키는 맡길 일이 있느냐는 말과 함께 운을 떼었다. 그러면 나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 하나가 숨어들어와서 말이야. 그리 말하는 나기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미유키 역시 흔들림 없이 나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에서 보낸 끄나풀이라며, 그런 말과 함께 펜 한자루를 내밀었다. 무엇이냐는 듯이 눈길을 주자 산주가 가볍게 웃었다. 그 안에는 독약 두 알이 들어 있었다. 발견하면 먹이라는 것이었다. 미유키는 그 펜을 손끝으로 만지다 집었다. 알겠노라 대답한 그녀는 제 정장 앞주머니에 그것을 넣었다.
”조직의 화합을 방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삼룡회는 이 지역의 질서니까요.“
”맞아요, 사토.“
그런 말을 하며 물러가보라는 손짓을 하는 나기였다. 미유키는 그 신호에 인사를 하고 천천히 문 바깥으로 나섰다. 문 바깥에는 지독한 무음이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꾹 쥐었다. 미즈하라 나기라는 사람은 아직 미유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터였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미유키의 머릿속을 지나쳤다. 산주가 자신을 시험한다. 그 생각만으로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녀는 입가를 문지르고서 계단을 내려갔다. 모든 것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사토 미유키는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무용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행동을 멈출 수는 없기에. 그녀는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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