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트친분들께 드린 한 문장 모음 3

장르 없음. 단순백업용.

#마음한_트친에게_아무_문장 

https://twitter.com/essqy/status/1623886365263036416

1.

널 마주한 순간 알았어. 이제부터 모든 걸 망치고 부수고 깨뜨리고 하여간 온갖 난리는 다 칠 거라는 걸 말야. 네가 말했지.  "최고의 요리사가 해준 요리 먹을 준비 됐어?" 

음. 아니. 

2.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평온을 찾으세요 우리는 간단한 상황설명이 필요할 뿐이에요 예를 들면 왜 전자기타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대신에 바닥에 물을 뿌려 클럽 사람들이 다 나동그라지는 장관을 만들었나 하는 부분이죠

3.

실패도 어떤 의미로 보면 성공의 일면일 때가 있지. 하지만 이번 실패는 좀 뼈아픈 것 같아 여러분. 저 악독한 바나나반의 간식 도둑들을 막지 못했으니까. 수문장. 변명의 여지는 있는가?

4.

내가 처음 만난 룸메이트는 더럽게 깐깐하고 까탈스럽고 성격 이상하고 좀체 예상이 어려운 인물이었는데 아침 저녁만큼은 꼭 먹으라고 챙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5.

집안 벽에 난 구멍으로 뱀이 들어온다 나와 마주친 뱀이 겸연쩍게 말했다 요새 집세가 비싼건 알지만 조금만 쉬다가면 안될까요 오늘은 정말 춥군요 나는 그를 안으로 들였고 같이 세상 사는 이야기나 했다 뱀은 내가 준 사과를 꿀떡 삼키고는 이거 엄청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웃었다

6.

나는 콩 요리가 정말 싫어 그건 껍질안에 들어있는 완두콩을 일일이 떼어내서 요리에 쓰잖아 한 가정을 파괴하고 뒤섞는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씁쓸해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완두콩조림을 내게 넘겼는데 그게 가족들의 재회를 바라서 그런건지 편식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7.

레드벨벳케이크의 맛이 뭘까 매일매일 고민한 적이 있다 카페에 가서 사먹으면 간단했겠지만 나는 굳이 그 맛을 추측하고 통찰해서 가장 완벽한 맛을 상상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궁극의 레드벨벳케이크는 동네에서 파는 치즈케이크의 맛이 난다고. 

8.

유달리 배가 고픈데 먹을 건 없고 시간도 애매할 때가 있죠. 저는 그럴 때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 연성러분들의 연성에서 나는 맛을 상상해보곤 해요 그 분은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니까 티라미스일까…하고. 결국 다음 날 케이크를 잔뜩 산다는게 단점입니다.

9.

커피를 마셔서 혈관을 깨우려했으나 혈관은 잠에서 깨지 않았고 그 결과 나는 내릴 역을 지나치게 되었다. 푸른 하늘. 맑은 바람. 부드러운 햇살. 겨우 역 몇 개 사이의 평온은 내 몸을 훑고 지나갔고 나는 잠시 회사를 배신하고 싶은 기분에 시달렸다.

10.

스파게티를 좋아하시나요? 

네. 

그게 올리브유를 쓰지 않은 스파게티라도요? 

뭐… 네. 

그게 양파를 볶기만 하고 마늘향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요? 

음,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일단 보여주시겠어요? 전 진짜 배고파서 이대로라면 당신 손가락부터 먹을지도 몰라요.

11.

늦은 밤에 음악을 듣는 룸메는 재앙이다. 세계 멸망의 편린이 여기서 피어나려하고 있었다. 별 수 없이 나는 그의 스피커를 망가뜨렸고 룸메는 밤늦게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 이제 내가 하는 공포게임 실황 방송에 집중할 수 있겠어.

12.

우울할 때는 뭐든지 먹을 수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나는 우울한 누나에게 봄의 햇살이나 여름 빗줄기같은걸 잘라와서 먹였지. 그러다가 몇 년 지나서 내가 엄청 앓았는데 누나가 나한테 뭘 해줬는지 알아? 햇살 국물에 비 면발을 얹고 가을 고명을 얹은 겨울 냉면이었어. 

13.

말린 꽃잎을 모으는걸 좋아한 이유는 나중에 부스러뜨려날리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서였어요 바람에 흩날리던 그 자그마한 파편들..... 나는 그게 자연의 순환이라 여겼지만 과연 그 꽃잎들도 그렇게 여겼을까요?


#마음한_트친에게_아무_문장 

https://twitter.com/essqy/status/1637384358637244419

1.

꽃을 꺾는 것이 당신의 마음이라면 그걸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저의 마음이겠지요. 세상에는 이토록 누군가의 마음이 가득하고 그래서 우리는 무감해지는 모양입니다.

2.

이 우주에는 우리의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지요. 우주에서 우리가 중력을 잃는 건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우리를 끌어당겨서인지도 몰라요.

3.

바라마지 않던 일이 이루어질 때 그 일이 순식간에 퇴색되고 마는 것은 왜일까요. 기쁨도 잠시뿐인 것은 왜일까요. 당신이 기뻐하는 얼굴을 좀 더 오래 보고싶었습니다.

4.

꿈이라면 어서 깨기를 바랐습니다. 너무 끔찍해서도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닙니다. 그저 당신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습니다.

5.

발끝으로만 땅을 디디고 사는 인생이었습니다. 비굴해, 눈에 거슬려, 그런 말도 숱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보고 우아하게 걷는다고 한 건 너무나 충격이어서.

6.

분에 넘치는 행복이 있다면 분에 넘치는 불행이 있을까? 만약 그게 존재한다면 너와 같은 형상일거야.

7.

왜 이다지도 당신이 미울까요. 불합리한 감정임을 알면서도 나는 당신의 그림을 찢고 편지를 불태웁니다.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 모든 흔적들을.

8.

눈보라가 치는 날에 사라진 친구는 눈이 오는 날이면 내 방문을 두드렸고 내가 문을 열면 한 줌 물웅덩이만 남기고 사라졌다.



#마음한_트친에게_아무_문장

https://x.com/essqy/status/1659065224790683650

1.

“오래된 사랑 이야기는 불멸이지. 아무리 바뀌어도 그 이야기 자체는 계속해서 남으니까 말야.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지는 연가를 듣고있는거야.”

2.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라는게 있을까요?”

“그건 사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뜻이죠.”

“내 말은 '정말로'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 존재할까? 라는 뜻이에요.”

3.

“비가 그친 맑은 날마다 사람이 죽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 이 지구가 전부 빗줄기에 뒤덮이는 날 같은건 없으니까.”

4.

“모든 것을 등지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건 모든 식재료를 배제하여 요리를 만드는게 가능하냐는 질문과 같아.”

“몽상이라는 소리군요.”

5.

“엄청나게 달콤한 마라탕과 엄청나게 매운 아이스크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모로 가도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

“지적 탐구도 적당히 해라.”

6.

“알은 새가 스스로 깨야합니다. 세상은 하나의 감옥. 태어나기 위해선 그 틀을 깨부숴야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유리창을 깬 변명은 그게 다입니까?”

7.

“길을 잃었어요.”

“어디쯤인데?”

“제 인생의 어둑한 지점일까요.”

“알아듣기 어려운 농담 하지마.”

8.

“자, 1에 1을 더하면 얼마지?”

“일반 수식은 2. 넌센스는 창문. 좀 더 붙이면 11. 가로세로로 겹치면 십자가. 발음으로 구분하면 과로.”

“이거봐요! 이 자식 생각과잉이에요!”

9.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횡단보도의 하얀 부분만 밟은 날에는 반드시 차에 치일 뻔했어요.”

”그건 네가 길을 건너면서 너무 신중하게 보폭을 계산하는 탓이야.”

10.

“유령이라는게 정말 있을까요?”

“없어.”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는 편이 좋거든.”


#마음한_트친에게_아무_문장

https://x.com/essqy/status/1720611950072037511

1.

결국 영원히 피는 꽃은 없고

미래영겁 이어지는 생명도 없다

영원을 좇으려하는 그 마음만이 누군가를 흉내내듯 남아있었다

2.

이건 죽은 어머니가 심은 나무야. 친구의 말을 들은 나는 어떤 다정함을 일방적으로 상상했다. 몇 년 뒤 나무 아래에서 남자의 백골 시체가 나온 걸 들었을 때에는 어떤 잔혹함을 상상했다. 친구가 말한다. 둘 다 진실이야.

3.

“죽은 사람의 물건을 간직하는 건 애틋하지만 그걸 수집하는 건 오싹하다더라. 대체 어떤 부분이 다른 걸까? 죽은 이를 향한 욕망을 가졌다는 사실 비슷할텐데...”

“아무래도 죽은 사람의 흔적을 모으는건 사자부활의 적극적 준비단계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마음한_트친에게_아무_문장

https://x.com/essqy/status/1787365308967313507

1.

어느 날에는 내가 받은 상처를 세어보다 잠들었다

부러진 바늘 같은 고통 사이로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었다

잎이 날 수 있을까 꽃은 피어날까

내가 알 수 있는 건 한 가지

기적 같은 망각은 일어나지 않는다

2.

작은 새의 언어에도 문법이 있겠지

슬픔과 놀라움 분노와 기쁨이 있겠지

그 한 조각을 내게 알려준다면

나는 휘파람처럼 울고 웃고 화내고 즐거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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