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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조사

친애하는 막내에게

내가 이 집단과 거래를 끊든가 해야지. 실적, 실적, 그놈의 실적. 길 못 찾으면 나보고 책임을 지라는 거야? 그럴거면 내가 정식으로 심문회 소속이 되었겠지!

망할 대장새끼. 나보고 돌아갈 길 찾아낼 것도 아니면서 뒤로 갈 생각 하지 말라던데. 실적 내는 데 흠집내다 말라고. 이래서 윗것들이란!

결국 특별수당 얘기는 능글맞게 넘어가는 것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돈 주는 놈들은 믿으면 안 돼. 지들 불리할 땐 토끼는 데 선수지. 나도 좀 내 몸을 아껴야겠어. 그렇게 중요한 실적이면 지들이나 챙기라지.

그래, 일상 얘기나 좀 할까. 야밤에 잉가가 류트 연주를 한 모양이야. 난 자서 못들었는데, 되게 인기가 좋았던 모양이더라고? 나중에 기회되면 들려달라고 했지.

근데, 내가 30대 후반인 게 그렇게 못 믿을 일이야, 테네라스가 기겁을 하던데. 어제 타마르도 그랬고. 젊어보이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냐. 레인에게도 말했지만, 위계잡기가 개같이 불편하다고. 지들이 뭐나 된 줄 알고 날뛰는 놈들 일일이 쳐잡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맞다, 아수라에게 안티바어 배웠어. Buongiorno, principessa. 좋은 아침, 공주님이라는 뜻이래. 앞으로도 자주 써먹어야지.

오늘 점심은 브린이 수프를 만들었어. 레니에가 퍼주길래 냉큼 받아먹었지. 따뜻한 음식은 소중해.

테네라스랑 단장이 대련 한판 하던데. 물론 대장이 한참 봐주는 솜싸였지만 말야. 그 기력 나도 좀 나눠주라…. 난 여기 나가고 싶거든?

오늘 조사도 사건이 터졌지 뭐야. 사이비는 언제나처럼 구석구석에 제 흔적을 남겨놨고. 고해실에 멀쩡해 보이는 전신거울이 있길래 테네라스가 미모 검증 하러갔다가 봉변을 당했지.

숨겨진 비밀 뭐시기를 털어놓게 만드는 수작인 것 같은데, 난 솔직히 쟤가 왜 저러는지 잘 모르겠어. 별 말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애 숨넘어갈 것 같아서 일단 달래주기는 했다. 애가 마음이 여려서 큰일이야. 이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탈리타에게 물어봤는데, 걔도 잘 모르는 것 같더라. 근데 심지어 나를 걱정해주더라고? 나올만한 거 없냬. 썩 좋은 기분 아니라고, 미리 대비하라고 하던데, 착하다고 쓰다듬어주고 싶었다니까?

* 추신. 오줌 정수기 테스트, 성공적.

마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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