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품커] 멜라바 쭉쭉2
근육도 늘어난다
*참고 타래
간만에 일 없는 오후였다. 멜라바는 견과류를 우적이며 푸른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셸은 슬쩍 멜라바의 몸을 훑었다. 전보다 포동해진 게 확실했다.
“멜라바.”
“왜 그러지?”
그렇다면 다음 계획에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마셸은 즉시 질문했다.
“대련 한 판 할래?”
멜라바는 평소처럼 잔잔한 녹색 눈으로 마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셸은 그 눈빛 속에서 ‘이 새끼가 또 뭔 개소리지?’라는 의미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웬 대련이지?”
물론 대책없이 덤벼든 것은 아니었다. 핑계는 언제나 중요했다. 특히 멜라바같은 사람에게는.
“너희, 땅도 옮겼으니 외지인을 접할 일이 많아질 거잖아?”
“그렇지.”
“그러면 싸움도 많아질거고. 그런데 외지인 전투방식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럴싸한 말이었다. 멜라바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셸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전투방식을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고 싸우는 건 큰 차이가 있잖아. 이참에 알아보자는 거지.”
“맞는 말이다.”
역시 통할 줄 알았다니까? 마셸은 신이 나서 히히덕거렸다. 그 꼴을 보던 멜라바가 의심스럽다는 듯 마셸을 노려보았다.
“네가 한 가지 생각만으로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지?”
“너 운동시키려는 생각.”
이놈의 입은 거짓을 몰라. 마셸은 반사적으로 입을 찰싹찰싹 쳤다.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는 법. 마셸은 볼을 부풀리며 주절거렸다.
“너 요즘 피곤하다며. 움직이지도 않고 서류만 처리하는 게 벌써 며칠 째야? 너무 안 움직이면 건강에 안 좋다고. 그리고 나랑도 놀아줘야지!”
“마지막이 본심인 것 같은데.”
“글쎄…?”
이제 선택은 멜라바에게 달렸다. 잠시 고민하던 멜라바는 지팡이를 주워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한 번 네 솜씨를 보지.”
“일단 이 주변 사람들의 전투방식부터 설명해줄게.”
마셸은 마을 연습장에서 굴러다니는 검과 방패를 하나씩 주워들고 자세를 취했다. 오랜만에 취하는 자세지만 썩 어색하지는 않았다.
“이 주변은 성가회에 치안을 의존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루틴이 비슷해. 검과 방패를 들고, 차분히 적을 압박하는 거지.”
마셸은 자세를 낮게 잡고, 가상의 적을 향해 느릿하게 접근했다. 하체는 단단하게, 상체는 기민하게. 작은 징조에도 언제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지역 무술의 특징이다.
“이 방식은 감각이 예민하고, 머리가 좋을수록 적용하기 좋아. 빠르게 징조를 파악한 다음, 가장 가능성 높은 공격루트를 예측해야 하니까.”
“그렇군.”
마법사에게도 유용한 방식이다. 회피보다는 방어를 중요시하고, 머리가 좋으며, 체력을 덜 소모한다.
“자, 그러면 일단 간단하게 예시를 보여주고, 실전으로 들어간다?”
“알겠다.”
한바탕 전투가 끝난 후, 멜라바는 지친 얼굴로 마셸을 올려다보았다. 마셸은 반짝반짝해진 얼굴로 쭉쭉 몸을 늘리고 있었다.
“그대, 체력이 좋군.”
“당연하지. 열심히 관리중인걸.”
그 유적 안에서도 매일매일 운동했던 몸이었다. 마셸은 자리에 앉아 멜라바와 눈을 마주쳤다.
“너도 운동할래? 그러면 좀 더 튼튼해질텐데.”
“너무 늦지 않았나?”
“예순 넘은 할아버지도 효험을 보는 게 운동이야.”
드디어 걸렸나! 마셸은 눈을 반짝이며 멜라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잠시 시선을 피하던 멜라바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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